서울 종로구 혜화로터리 인근에 위치한 혜화동사무소는 관공서 건물 특유의 답답한 콘크리트 외벽 대신 대형 유리벽 너머로 자연을 음미할 수 있다. 밖에서 전해지는 솔 냄새, 흙 냄새는 인공적인 요소를 더하지 않아도 건물 내부를 쾌적하게 한다.

지난 달 이전, 업무를 시작한 혜화동사무소는 전국 최초로 전통 한옥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동사무소는 대지 808.1㎡, 건평 247.7㎡ 규모. 1940년에 지어진 기존 한옥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재단장했다.

외부와 좁은 통로로 고립된 채 자리한 동사무소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며 200년 연령의 향나무, 건물 높이 이상까지 자라있는 감나무가 어느 시골 기와집과 다름없는 운치를 더해준다.

또 건물 기둥과 외벽에는 이전 집 주인이 장식했다는 김구, 이승만, 여운형, 안중근, 이순신, 이상재, 김성수의 글과 세종대왕의 어필, 정철의 가사 「관동별곡」 등이 한옥의 분위기를 더한다.

김시만(59) 혜화동장은 “문화유산이 많은 종로구가 전통미를 알려주기 위해 한옥 동사무소를 기획하기로 결정했다”며 “전통문화를 보존한 곳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데다, 학생들이 성현들의 글과 전통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민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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