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는 사람이다

안 중 현 경매컨설턴트
낙찰이 되어도 함부로 쳐들어갈 수는 없다. - 주거침입죄

일단 법원에 잔금을 납부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아도 낙찰자는 경매 부동산의 소유권을 갖는다. 그러나 그렇게 소유권을 갖게 되고도 현재의 거주자가 못나가겠다고 버티면 무조건 내쫓을 수는 없다. 시간이 돈인 투자에 있어서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는 것이 결코 맘 편한 일일 수만은 없지만 어쨌든 시간을 두고 현재의 거주자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그렇다면 왜, 잔금만 내도 내 소유가 된다는 경매가 소유권을 얻고도 내 물건을 내 맘대로 만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가? 그걸 한번 보자. 부동산의 소유권이란 해당 부동산을 사용하고 수익하고 처분할 수 있는 민법상의 권리이다. 그리고 소유자가 아닌 임차인은 해당 부동산을 임차기간 동안 점유할 수 있는 권리, 즉 해당 부동산을 사용하고 수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데 비록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해당 부동산을 사용 수익할 수 없더라도 여전히 주거권은 남는다.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점유를 개시하여 실질적으로 해당 부동산에 거주하는 이상은 여전히 점유권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어 임차인이 점유할 권리가 없는 때에도 임차인이 해당 주택을 계속 점유하고 있는 동안은 주거권이 존재한다. 낙찰자가 갖는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낙찰을 받아 내 집이라 생각하고 해당 주택을 마음대로 출입한 때에는 엄연히 형법상의 주거침입죄에 적용을 받게 된다.

 

주택명도의 여러 유형

이렇게 되어 낙찰이 되어도 처음에는 내 물건 내 맘대로 못하는 것이 경매다. 하지만 잠깐의 수고와 그 뒤에 오는 달콤함을 견줄 수가 있겠나! 어쨌거나 명도의 과정을 감수해야한다. 명도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에는 토지와 건물이 있는데 토지의 명도는 일단, 명도할 부분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건물 중에서 가장 많이 접하고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주택인데 각각의 상황을 하나씩 생각해보자.

우선 집주인이 명도를 거부하는 경우다. 명도를 당하는 사정이야 딱하지만 집주인일 경우는 그래도 미안함이 덜하다. 어쨌든 집주인은 은행에 돈을 얻어 쓸 만큼 쓰고 자기 마음먹은 대로 사업도 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과도한 이사비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때는 딱한 사정을 감안하여 적정선의 이사비를 책정해 정리하는 것이 옳고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할 시에는 법적 절차를 이용하여 응수하는 것이 마땅한 듯하다.

다음은 세입자이다. 세입자는 정말 여러 가지상황이 있지만 크게는 다음의 4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전액 배당 받는 세입자. 일부만 배당 받고 대항력 있는 세입자. 일부를 배당 받았지만 대항력이 없는 세입자. 한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세입자. 이중 명도와 관련한 세입자는 세 번째와 네 번째이다.

일부만 배당 받고 대항력 없는 세입자는 잘 파악해보면 정말 불쌍한 진정한 세입자와 소액 최우선변제를 받으려는 응큼한 세입자가 있는데, 이들은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낙찰자의 명도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명도확인서를 잘 활용하면 쉽게 명도를 진행할 수 있다.

네 번째는 한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세입자. 이건 할 말이 없다.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따듯하게 위로하고 사정을 잘 설명하여 명도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유치권이다. 세입자가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거주하면서 필요비(해당 주택의 객관적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과 유익비(해당 주택의 객관적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지출한 비용)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다. 어쨌거나 해당 부동산을 유치(거주)하고 있고 대법원 판례까지 언급하며 임대차 기간 중에 들어간 필요비, 유익비의 상환 청구권을 주장하고 나면 머리가 아파진다. 이때는 유치권을 깰 수 있는 조건이 있는지 잘 분석해보고 해결이 안될 시는 지혜롭게 협상을 해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다. 경매는 부동산이지만 결국엔 사람을 만나다. 그래서 경매는 물건에 대한 것이지만 사람에 대한 것이다. 조건상으로는 아무리 쉬운 물건이라도 유별난 사람을 만나면 고생을 하게 되고 어려운 물건이라 각오하고 들어갔는데,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가 있다. 결국은 사람의 마음의 얻고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수습하는 것 외에는 달리 좋은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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