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법원에 갔다. 평소와 다르게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날씨는 더웠고 장마 기운에 후덥지근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혔고 촘촘히 서있는 입찰자들 속에서 더운 기운이 피어올랐다. 잘 돌아가는 에어콘이 있는데도 에어콘을 켜달라고 얘기를 하니 그날의 열기가 가히 짐작이 된다.

도대체 어떤 물건이 있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까 적잖이 궁금해졌다. 어찌된 이유인지 11시반이 되어도 개찰은 진행이 되지 않았다. 법대를 보니 아직도 입찰봉투를 추리고 있다.

개찰시간은 지연되고 사람들은 웅성웅성, 짜증섞인 목소리로 빨리 진행하기를 재촉했다. 시간은 12:20분. 평소보다도 50분이나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개찰이 시작되었다. 입찰자가 많은 물건부터 개찰한다는 집행관의 발표속에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하나씩 공개되기 시작했다. 결과를 열어보니 그날 너댓개의 물건에 30여명이 몰렸고 그 중 하나는 73명이 응찰했다. 참 대단한 열기다.

 

오늘의 특별 메뉴

그중 두 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물건 중계동 무지개아파트 18평(2007타경17970). 시세는 1억7,500~1억8,000 사이다. 최초감정가는 1억2,000이다. 입찰한 사람은 무려 73명. 결과는 1억7,100(143%) 쓴 사람이 낙찰이 되었다. 

두 번째 물건을 보자. 중랑구 묵동 동구햇살 31평형(2005타경20156) 시세는 3억3~6000이다. 1회 입찰로 최초감정가는 2억4,000이다. 이 물건은 2005년에 감정이 되어 시세보다 훨씬 낮게 감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눈독을 들인 듯했다. 입찰에 참여한 사람은 33명이다. 이것도 낙찰은 결국 3억2,660을 쓴 사람이 낙찰이 되었다.

그날 입찰 현장의 모습을 지켜보며 필자는 궁금한 것이 있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얼마를 쓴 것일까? 시세에 비해 낮은 금액으로 진행하는 물건을 보면 꼭 이렇게 사람들이 모인다.

그렇지만 결국엔 과열된 경쟁으로 꽤 높은 금액으로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감정가가 낮으면 꽤 괜찮은 금액으로 낙찰이 될 것이라 착각을 하는 것 같다. 51%까지 떨어졌으니 70~80%정도면 낙찰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혹시 모르니 한번 넣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 낙찰되는 금액은 일반적인 물건의 경우 한 시점의 추세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오히려 더 높게 되기도 한다.

위 두 개의 사례만으로도 그러한 현실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무지개 아파트를 입찰했던 70여명중 과연 몇 명이나 낙찰금액에 근접하게 써서 무릎을 쳤을까 궁금하다. 모르긴 몰라도 상당수 많은 사람들은 1억3~4000에 낙찰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입찰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근의 상황은 일반 아파트가 시세대비 88%~91%에서 낙찰이 된다. 위 두 개의 물건도 결국 대체로 최근의 추세대로 낙찰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입찰자가 최저 입찰가가 낮아 좋은 금액(65~80%)에 낙찰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결국은 한 시점의 흐름에 맞추어 낙찰이 되었다. 물론 재수 좋게 걸릴 수도 있지만 말이다.

계영배(戒盈杯)를 채우며...

경매장을 나오며 문득 계영배(戒盈杯)가 떠올랐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계영배는 채워도 채워도 가득은 채워지지 않는 잔이다. 가득 채워짐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잔은 항상 70%까지는 채워지나 항상 그 이상을 채우려 하면 전부다 없어지고 마는 신비의 잔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거부 임상옥은'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였지만 나를 이룬 것은 이 술잔이다'라 했다 한다.

경매는 속성상 확률의 게임이다. 많은 이득을 기대하고 낮은 금액에 입찰하면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흐름을 파악하고 정확히 수익률을 계산하고 최근에 상황에 맞추어  입찰을 하면 낙찰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분에 넘치지 않는 적절한 이득을 기대하면 낙찰의 확률이 높아진다.

낙찰의 달인이 되는 길

남들이 좋아하는 것은 피해라

남들이 다 좋아하는 아파트는 피하세요.

그럼 빌라, 다가구, 주택을 덜 선호하시는 분은 어떻게 할까요.

그럼 아파트 하십시요.

대신 남들이 덜 좋아하는 아파트 저층, 단독아파트를 도전하십시요.

지구력을 갖고 꾸준히 해라

지쳐서는 안됩니다. 나도 지치면 다른 사람 또한 지쳐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버텨야죠.
너무 하나의 물건에 올인하지 말고 될수록 여러 개의 물건을 지속적으로 보고 계속 임장하면서 생활화하면 됩니다.

물건분석-임장-입찰 이것을 기계적으로 하다보면 일정한 '경우의 수' 안에서 낙찰이 됩니다.

어려운 것을 해라.   (권리분석/ 명도)

어려운 것을 하세요.

권리분석이 어려운 것. 아리송한 거. 명도도 어려울 거 같은 것.

아파트처럼 인터넷만 뒤지면 시세파악이 되는 거 하지 말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

임차인인지 아닌지 의심은 가는데 좀 많이 알아보고 움직여야 하는 것.

그 집에 가서 두들겨 보고 사람을 만나봐서 확인을 해야 정확한 견적을 뽑을 수 있는 것.

하나에 정통해라

하나의 정통해보세요. 예를 들면 다음의 것들이 되겠지요.

-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반지하 빌라.

- 특정 지역

- 가장임차인, 유치권, 토지별도 등기

이런 것들의 조합은 더욱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강북구의 반지하 빌라. 강북구를 잘 알고 반지하 시세는 동이름만 말하면 다 알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우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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