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작년 초부터 위기를 넘기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하던 집값 상승세가 정부가 꺼내든 금융규제 칼날, 그리고 지금은 약발이 많이 소진되기 시작하고 있는 보금자리 반값 공급폭탄이라는 양수겹장에 외통수가 걸리면서 추풍낙엽과도 같은 하강곡선을 그리면서도 거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고 지방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가하면 전세가격은 지방과 수도권 할 것 없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그야말로 주택시장 사상 초유의 기현상과 진풍경들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베이비부머세대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첫 은퇴를 하는 원년이다보니 이제는 부동산(집값)으로 돈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과연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로 집값이 반토막 내지는 폭락으로 치달을까? 이로 인해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에 대재앙수준의 폭락이 현실화될까? 필자는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으면서 그 가능성은 비교적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2006.6)보고서“베이비부머세대 은퇴가 자산(주식,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세대 은퇴가 부동산시장에 주는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을 처분하는 시기가 대략 10년정도 늦다는 점과 부동산 소유의식이 선진국과 달라 부동산폭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한편, 일본과 비교하며 현재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논리로 자산, 특히 부동산 자산의 거품 대붕괴로 도심지와 도심지외곽의 지가와 주택가격이 수년 내로 반토막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공감하는 측면이 있고 일리가 있는 시나리오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본과 우리나라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에는 쉽게 동조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상업용 부동산에서 과다하게 거품이 발생하면서 노령인구가 급증하고 경제의 탄력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발생한 일본의 부동산폭락은 우리나라의 경제 잠재력과 탄력성 및 인구의 감소추세, 또한 주로 주거용 주택위주로 거품을 논하게 되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전반적으로 비춰 고려하면 일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일부 혹세무민하는 대폭락설 신봉자들이 “선진국이나 외국 대부분의 나라는 부동산이 폭락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폭락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비정상적이며 조만간 폭락할 것이 명백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2010년 5월 현재 영국과 호주 및 중국의 경우 두 자릿수 이상의 주택가격 급등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집값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저금리와 규제완화로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은 도시들이 단기간에 1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상승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글로벌 경기 회복이 급속도로 회복되고 위기이후 공조하는 각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 등에 힘입어 전 세계 주요 주택시장이 빠르게 침체상태를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집값상승 추세>
-영국: 2010년 2월 기준 주택 평균 가격=전년동월대비 11.3%상승(英 부동산 정보회사 '아카다메트릭스(Acadametrics)'의 최근 주택가격지수(AcadHPI)참조)

-중국: 70대 도시 주택 판매 가격=2010년 3월 기준, 전년 12% 상승

-호주: 2010년 3월 초 기준, 평균 집값=약55만 호주달러(우리돈 약5억6000만원), 작년 동기대비 16.5% 상승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가장 먼저 하락한 샌디에이고=7.6%상승, 샌프란시스코=12%상승, 로스앤젤레스=5.4%상승)

-한국: 금융규제와 보금자리 공급폭탄 전시효과로 수도권은 거래 끊기고 하락세인반면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꾸준한 상승세 지속(KB부동산연구소 5월 주택가격동향 참조)

 

아울러 베이비부머세대 원년의 장본인들인 50대 초중반의 국내 장년층들 중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나이가 들면 자식이 우선이라는 의식에서 점차 아파트를 활용하여 노후를 보장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 해 은퇴하고 나이 들면 하나밖에 없는 아파트를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노후대비를 먼저하자는 쪽으로 점차 생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급증한 주택연금 가입자수를 확인하면 이러한 추세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집값이 침체상태가 계속될수록 오히려 집을 팔기보다는 평생 일정한 돈이 연금처럼 나오는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자식에게 구차하게 기대지 않고 노후를 보장받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들어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수가 1월에는 불과 67명이던 것이 2월에는 117명으로 증가하고 3월에는 13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 4월달에는 180명이 새로 신규가입하면서 월 가입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노후 준비를 할 때 집한채 있는 것을 자녀에게 물려줄 것이 아니라 유산이 아니라 내가 직접 노후를 대비하는 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급속히 확산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주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제는 주택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주택연급가입자수는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은퇴로 인해 소득이 줄어 곧바로 주택을 처분하면서 ‘주택 다운사이징’을 시도하는 것을 전제로 베이비부머 은퇴이후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논리는 모두 맞는 논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현재 베이비부머세대들이 과연 주택을 일시에 단기간내 처분하지 않는 이상, 규제에 의해 묶여져있는 수도권 주택가격은 지방의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가격메리트가 점차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회복세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 주택가격은 계속 하락하면 반드시 반발매수세가 따라붙어 가격은 시장에서 조절되기 마련이다. 지금의 가격하락은 영원할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가격안정은 거래가 동반되면서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정부조차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얼마전 정부에서도 거래가 없이 시장만 침체되는 현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는 보금자리주택 약발이 점차 쇠진하여 보금자리에 의지해서 될게 아니라는 인식이 시장 물밑에서 확산되면 시장은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현재 식물인간상태를 넘어 뇌사상태에 빠진 주택시장을 최소한의 자율조절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해주어야 하며 보금자리보다는 임대아파트를 통해 자산여건에 따라 주택수요자들의 선택권과 주거상향이동 및 주거의 질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부성 소장 / 부동산富테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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