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은 ‘마라톤’이다!

많은 사람들은 흔히 정비사업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하는 마라톤은 42.195㎞를 달리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인내력과 지구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정비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특히 요즘처럼 주택시장침체와 맞물려 거북이가 된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과 지구력이 필수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전농8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홍운표 조합장은 이같은 정비사업과 마라톤의 공통점에 누구보다 동감하고 있다. “새벽 4시 30분, 마라톤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홍 조합장의 마라톤코스는 다름 아닌 전농8구역. 홍운표 조합장은 새벽마다 구역을 달리며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모았다. 이제는 집만 봐도 그 집에 누가 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는 그의 완벽한 데이터베이스는 바로 마라톤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전농8구역은 구역지정 전 추진위원회 설립 무효 소송이 진행돼 타구역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결국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으며 지난 24일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그동안 사업을 진행하며 수많은 난관과 역경을 해쳐온 홍운표 조합장은 전농8구역이 전농·답십리 뉴타운지구에 포함된 2004년부터 (가칭)추진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년간 한결같이 주민들을 이끌어왔다.

강직하고 투명하게 일하기로 소문난 홍 조합장은 2005년 뉴타운 고시 후 2곳의 (가칭)추진위에서 동의서징구 경쟁을 벌이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타 추진위가 먼저 50%의 동의율을 넘겨 승인을 받자 깨끗하게 승복하고 남은 추진위에 자신이 받은 동의서를 넘기며 사업진행에 협조했다. (가칭)추진위들의 경합 이후 승인을 받지 못한 곳 중 상당수는 반대세력으로 돌변하기도 하지만 홍운표 조합장은 ‘주민이 우선이고, 사업이 우선’이었다. 진정으로 전농8구역을 아끼고 성공적인 사업을 우선으로 생각한 홍 조합장의 마음이 돋보인 부분이다.

정비사업에는 사업성이 너무 좋으면 외부의 방해도 커진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조합원 650명, 계획세대수 1500세대로 사업성이 뛰어나고 지역 입지, 교통과 교육 환경 등 주변 여건 등에서 최적의 주거단지로 손꼽히는 전농8구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6년 홍운표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에 선출되고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하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 소위 비대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홍운표 조합장은 “갈등이 지속되면 결국 피해보는 것은 주민”이라며 싸움이 아닌 설득을 택했고, 또다시 주민을 지키기 위한 길고 긴 마라톤을 시작했다. 한때는 가처분으로 조합직무정지를 당하며 사업이 지연되기도 했으나 결국 소송에서 승소했고 창립총회까지 성황리 마무리될 수 있었다. 아직도 일부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지만 지역발전과 재산권 증식을 위해서 재개발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며 설득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홍 조합장은 그간 동의서징구가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다. 홍보(OS)요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위원장을 비롯한 추진위 임원들이 발로 뛰고 찾아다니며 설득해 직접 징구했다하니 그럴만도하다. 이러한 추진위의 노력으로 많게는 수억원 이상 들어가는 동의서 징구비용을 3천만원선까지 절감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홍운표 조합장에게는 한 가지 욕심이 있다. “전농8구역을 서울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마을로 바꿔 후세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것. 또한  사업의 침체로 희망을 잃어버린 일부 주민들에게 “어려움을 참고 서로 칭찬하고 의지하며 합심한다면 명품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다”며 “조급하게 생각하지말고, 철두철미하게 사업을 진행해 나가도록 도와달라”고 당부말의 을 남기는 홍운표 조합장은 진심으로 주민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책상 위로 하도 많이 봐서 너덜너덜해진 조합원 명부가 보인다. 유난히 눈이 많이 왔던 작년 겨울, 조합원을 설득하기 위해 같은 집을 35번 방문하기도 했다는 홍 조합장은 그 낡은 조합원 명부가 보물1호라고 말한다.

갖가지 장애물을 넘고 다시 한번 마라톤의 출발선에 선 전농8구역. 홍 조합장이 이끄는 전농8구역이 정비사업의 골인지점에서 환하게 웃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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