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자금 문제 해결이 정비사업 비리 없애는 단초"

 

㈜오엔랜드21의 이승민 대표는 정비사업 분야에 몸담은 지 15년에 가까워 현장의 문제점과 현실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노하우로 이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비사업에 대한 남다른 시각과 뛰어난 식견을 느낄 수 있다.

이승민 대표는 97년 왕십리 종합시장재건축, 분당 수내동 등에서 부동산 시행사업을 시작하며 이 분야에 몸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행해 오던 시행사업이 IMF 금융대란 당시 참여했던 시공사 부도와 금융기관 부도 등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사업방향 전환을 모색하던 중 재건축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논현동 양지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본격적으로 재건축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양지아파트에 거주하던 그에 대해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시행분야의 전문가라는 소문이 나면서 해당 아파트 재건축 관계자들의 권유로 재건축사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위 사업 참여를 계기로 어려운 경기상황에서 재건축사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인근의 논현동 경복아파트와 양우아파트, 그리고 한신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연달아 수주하면서 사업을 확대시켜나갔다.

이 대표는 97년 ㈜오엔랜드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등록하고 당시 도시정비사업 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를 흔히 '컨설팅업체'라고 불리며 업종등록을 하던 때 관할세무서에 업태, 업종신고를 하면서 업계 처음으로 '행정용역업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한다. 사업방향 전환 후 재건축사업에 집중하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부터는 현재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최선웅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재개발사업으로 사업범위를 넓히고 2003년 도시정비법이 제정되면서 사명을 ㈜오엔랜드21로 변경하고 2004년 1월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을 마쳤다.

현재 ㈜오엔랜드21에서는 전국적으로 24개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한때 지방에 다수 사업장을 수주하고 사업을 진행하여 왔으나 지방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양질의 사업장외에 상당수 사업장을 과감하게 정리한 후 최근에는 신규수주를 서울·수도권으로 한정해 내실을 다졌다.

 사업마치고 입주하는 조합원들 보면 보람 느껴

아들과 함께 서울 시내를 다니다가 사업이 완료되어 입주한 사업장들을 지날 때면 은근히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는 그는 10년이 훨씬 넘게 정비사업 분야에 몸담아 오면서 많은 사업장을 이끌어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장으로 성동구 성호, 금호아파트 연합재건축사업장을 꼽는다.

㈜오엔랜드21에서 성호, 금호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맡았을 때는 이미 사업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어있었고 그간 인근 토지 매입 등 산적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도시정비회사도  4~5차례나 교체된 상태였다. 이 대표는 기존 연립주택 상태가 정밀안전진단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낡았다고 판단해 수천장의 사진촬영은 물론 각종 논리를 기획, 제안하여 관할 구청 담당자와 현장조사 관계자들을 설득해 결국 육안검사만으로 안전진단을 대체하여 사업기간을 5개월 이상 단축하는 등 효율적 진행을 도왔다. 결국 수주 4년도 안되어 청산까지 마치는 쾌거를 이뤘고 조합원들은 조합해산총회에서 이 대표에게 감사의 뜻으로 한 냥짜리 금송아지를 선물했다.

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집들이를 하는 조합원들을 보고 보람을 느꼈는데 총회에서 그런 선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이 분야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설명했다.

 사업지연, 주민갈등보다 공공의 탓이 커

성동구의 한 재건축단지는 도시정비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시기인 2004년초 추진위원회승인을 받았지만 구와 시의 지구단위계획수립 과정 때문에 각각 3~4년씩 거의 7년간 사업이 묶여있었다. 용산구의 한 구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2007년 정비업체 선정을 마치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이미 착공에 들어갔어야 하는 시기지만 4년 넘게 용산구와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도시정비사업 사업지연의 대표적인 두 요인을 든다면 사업주체의 내부갈등과 공공계획 수립 등의 절차 지연이라 할 수 있는데, 위의 내용에서 보듯이 공공에서의 도시계획 등의 수립절차 지연으로 인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내부갈등으로 인한 사업지연사례보다 오히려 더 많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정비사업 문제점에 대해 해외의 사례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정비사업이 주로 민간제안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시행, 설계, 시공사 등의 스텝이 소유주들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공에 제안하고 공공에서는 이것이 합리적 도시계획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금융기관 등을 통해 PF를 일으켜주고 인허가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정비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동의율 부분도 일본의 경우는 동의율이 높으면 그만큼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을 독려한다는 것.

그는 이런 해외사례를 들어가며 "공공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우리나라 정비사업에서도 민간의 역할을 증대시켜야한다"고 강조한다. 공공주도의 정비계획수립 및 관리도 중요하지만 민간의 수요, 공급 현실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비사업이 거의 천편일률적인 상위계획과 기준에 의해 개발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주민제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초기비용 정비업체에 떠넘기는 구조가 비리발생의 단초

현재 도시정비회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금유동성에 관한 문제다. 이 대표는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상당수 부작용들이 이 자금문제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현재처럼 사업초기에 들어가는 비용 모두를 도시정비회사에서 감당해야 하는 사업구조에서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유착이나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비정상적인 비용부담을 안다보니 시공사 등과 결탁하거나 추진위·조합과의 유착비리가 발생한다고.

최근 수요자들의 도시정비회사 선정기준은 본래의 목적인 행정용역을 서비스하고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사업 전반에 끼칠 문제 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등의 역할보다 추진위원회 운영비 등 자금대여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정비회사는 시공사만큼 자금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영세한 입장입니다. 그런데도 사업초기비용은 고스란히 도시정비회사들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지연 등으로 인해 용역을 제공하고 제때 비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 자금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회사운영에 곤란을 겪는 곳들이 많습니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용역완료 후 기성비용을 정산 받지 못한 금액이 40억이 넘는다"며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방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대여금지원을 중단하는 곳들이 많아 이는 고스란히 도시정비회사들의 이자부담으로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공공에서 자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비기금에서 융자해주기로 하고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융자를 위해서는 집행부·임원들의 신용·현물 담보가 필요해 대다수 조합·추진위원회에서 융자를 꺼리거나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서울시의 융자공고에 많은 업체에서 기대를 가졌지만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며 "서울시에서 융자신청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신청한 사업정은 많지 않고 실제 실행된 곳이 전혀 없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지자체에 등록된 도시정비회사가 제반 절차를 거쳐 승인 또는 인가된 추진위원회나 조합 등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계약이 됐다면 추진위원회나 조합의 신용과 현물담보가 아닌 계약된 도시정비회사의 계약채권이나 기성을 담보로 한 기금융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시공사 부도 시에 적용되는"대한주택보증의 시공보증(대체시공사 승계)수단처럼 도시정비회사도 계약사업장 용역수행 중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해 제3의 보증기관을 통한 대체 도시정비회사 승계를 통하여 담보를 확보할 수 있는 등의 방안도 모색해야하며 "여기에 최근 국토해양부 인가를 받은 법정협회인 한국도시정비협회가 참여하여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비업계 정보화체계 구축으로 효율화 투명화 이끈다

8월초 도시정비회사의 법정협회인 한국도시정비협회가 국토해양부 인가를 받으며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도시정비협회에서 사업부분 부회장을 맡아 법에 명시된 협회의 위탁사무 중 하나인 정보화체계 종합시스템 구축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 대표는 "효율적이고 투명한 정비사업을 위해 정비사업관련 종사자와 도시정비회사들에 대한 각종 자료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술인협회나 건설협회 등의 전산기술팀과 미팅을 가지면서 이들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최대한 객관성 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화체계 종합시스템 구축작업이 완료되면 정비사업과 관련해 투명하고 표준화된 객관적인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돼 허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고 해당 회사와 종사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내년 예산안까지 편성이 끝난 상태에서 아직 협회에 대한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당분간 자금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 협회 임원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며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보화 종합시스템 체계 등 정비사업 전반에 대한 시스템을 갖춰 나가다 보면 현재 일개 소수업체의 사욕으로 인해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되고 있는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정비사업 종사자들에 대한 인식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정비업계 종사자들은 준 공무원의 신분이라 하지만 실제 그만한 대우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며 "종사자들이 집중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운전자금의 대출 등 금융지원과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또한 그는 "자고 나면 바뀌는 정비사업 관련 법·제도 역시 현실상황을 무시한 탁상공론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도시정비회사들이 현장에서 몸소 격은 실전적인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제대로 된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과 "도시정비회사들의 협회인 한국도시정비협회와의 긴밀한 소통의 자리가 정례화 되어야하며 이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반영할 수 있는 공공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15년간 도시정비사업 분야 한 우물을 파온 이승민 대표. 그의 이야기에는 그가 그동안 현장에서 몸소 체험하고 습득하고 체감해왔던 정비사업에 대한 진정한 고민과 뜨거운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의 말대로 정책입안 시 현장의 목소리가 좀 더 전해지고 현장에서 일하는 대한민국 정비사업 모든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지길 기대한다.

권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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