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에 집값 폭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건전한 경제 및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서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집 없는 서민들은 그동안 집값상승에 대한 상대적 설움 때문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걱정해서인지 집값폭락에 힘을 보태며 동조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은 우리나라 경제를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집 없는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건 사실이다. 따라서 부풀려진 집값은 당연히 정상적으로 회귀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집값 폭락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기간에 집값 하락이 집 없는 서민에게 좋을까? 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필자는 단기간 집값 폭락은 절대로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집 없는 서민들에게도 절대 좋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집 없는 서민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내집마련을 전제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면 모를까?

우선 우리나라에서 주택, 건설 경기를 대체할 만한 산업군은 아직까지 없다. 즉 주택, 건설경기가 무너지면 우리나라는 IMF때 보다, 일본 장기불황보다 더 큰 경기불황이 올 수 있다. 겪어봐서 알겠지만 이러한 장기불황은 부자보단 서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가져다준다. 본인이 주택, 건설경기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주택, 건설경기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 가진자, 즉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전세로 몰리게 된다. 이럴 경우 공급대비 수요, 그것도 돈 있는 수요층이 몰리게 되므로 전셋값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가지지 못한자들은 외곽으로 아니면 아파트에서 연립주택 등으로 내려가야 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이 정도면 다행이겠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세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세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 생각해 보면 현재의 전세제도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상태에서 이뤄질 수 있는 제도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월세의 경우 전세가의 10% 정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제도로 현재 은행 예금 금리가 3%전후 인 점을 감안할 때 월세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세차익에 목적이 임대수익보다 크기 때문에 집주인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전세를 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져 버리면 지금까지 유지해 온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임대제도인 전세는 사라질 수 있다.

물론 전세제도가 오래 유지돼 왔기 때문에 당장에 없어지긴 어렵다. 하지만 집값 상승이라는 대전제가 없어지고 외국처럼 거주개념이 강해지면 임대제도도 외국처럼 변해 갈 것이다.

전세에서 임대로 변경되면 집 없는 서민들은 또 다른 금융부담이 생기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1억원 전세를 사는 사람이라면 향후 같은 집에 월세로 들어가면 보증금 3천만원이라 한다면 월세는 60만원가량 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7천만원으로 연 7백20만원의 소득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10% 투자수익을 따로 내야 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투자자가 아니라면 매년 연 10%의 투자수익을 내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많은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서 월세가격을 안정화시켜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세가가 상승하는 것도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매매수요가 사라지면서 전세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데, 지금까지 분양된 물량을 보면 향후 월세가격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똑같은 집인데도 더 많은 월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즉 위에서 살펴봤듯이 집을 마련할 생각이 없다면 집값 하락이 무주택자들에게 이득 될 것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집값이 더 올라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집값 정상화의 연착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지금까지 집값상승에 대해서 배가 아팠다는 이유로 단기간에 집값폭락을 기대한다는 것은 이 잡으려다 초가집 때우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예전 일본 부동산 버블붕괴 관련된 다큐멘터리에서 어느 한 시민이 인터뷰를 한 내용이 기억이 남아 적어본다.

부동산 붕괴이후 일본 한 시민 인터뷰 “최초 버블이 꺼질 때에는 그동안 부동산으로 막대한 이익을 본 사람들이 망하는 모습이 통쾌했고 자기도 이제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좋아했다. 하지만 장기불황으로 소득이 줄고 더 나아가 일자리를 잃고 나니까 그래도 ‘버블때가 좋았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김주철 선임애널리스트 / 닥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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