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민들에게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끼치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주무부서인 주거정비과장으로 부임한 진희선 과장은 “아직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시민들의 중요한 재산을 다루고 그 결과가 우리 도시의 모습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의식이 앞선다”면서도 “이제는 지방정부도 법에만 의존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시기는 지났다.

사회의 흐름을 이해하고 시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정책을 부단히 개발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해주도록 노력해야만 시민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맥을 이어 온 정비사업의 일대 패러다임 전환기라 할 수 있는 시점에 무거운 직책을 맡게 되었지만, 정비사업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싶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공직에 들어선지 약 20여년이 된 진희선 과장은 뉴타운과장과 일선 자치구 도시관리국장, 최근엔 도시관리과장을 역임하고 금년 1월부터 주택본부 주거정비과장을 맡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시행(완료)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이 총 405개 구역(18.1ha)에 이르고 2010년 12월말 현재 391개 구역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어 사업추진 중이며, 310개소가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어 사업추진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활발히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생각하고 있는 정비사업의 문제점과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진희선 과장은 “정비사업에 대한 평가는 그 동안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또 미비점과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완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내재된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즉, “그 동안의 정비사업은 주택공급의 효율성과 기반시설 확보의 용이성이라는 공공정책적 수요와 개발이익 향유 및 주거유형으로서 아파트 선호 등의 민간부문 이해가 결합하여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 건설이라는 정비방식을 채택하여 도시·주거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것.

그런데, 이러한 정비방식은 한편으로는 아파트 일변도의 주거유형 양산과 단조로운 도시경관 형성, 서민주거의 급격한 멸실, 커뮤니티와 지역의 고유성 상실 등 많은 희생을 동반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서 주거유형의 획일화와 매력 없는 회색도시화, 저소득층 주거불안 유발 및 커뮤니티 붕괴 등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물론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유발했다.

진희선 과장은 “이제는 정비사업에 대해 물리적 환경개선 측면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주거는 곧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따라서 사람이 중심이 돼야만 한다. 주거권, 주거문화, 세입자 권리, 지역의 정체성, 커뮤니티 등 그 동안 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효율성을 중시한 나머지 소홀히 취급했던 부분에 대해 많은 논의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희선 과장은 “정비사업으로 인하여 정든 삶터를 떠나게 하는 방식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원주민이 재정착할 수 있는 정비사업은 개발이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 가능한 맞춤형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첩경”이라며 “그러한 점에서 우리 시는 다양한 정비사업 모델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힌다.

서울은 전국에서 최초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공공관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진희선 과장은 공공관리제도의 장·단점과 바람직한 공공관리제도 정착 방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진희선 과장은 “지난 해 7월 공공관리제도 시행 이후 초기에는 공공관리제도가 마치 공공이 주도하여 정비사업을 이끌어가는 제도로 오해를 받기도 했고, 정비사업의 투명성 부분에서 많은 공감대 형성과 실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으나 운영 과정상 일부 미비점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기금융자 신청 저조, 주민대표 선출이나 참여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향응 제공 등 부정행위자에 대한 조치가 어려운 점, 공공관리자인 자치구 담당직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원활하게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제도·운영상 미비점이나, 기금융자, 클린업시스템 등 공공관리 시행에 필요한 기반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며, 자치구 직원에 대한 교육과 시·구·조합 등이 함께 하는 현장 위주의 공공관리를 통해 실제 사업주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등 조속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정비사업 진행시 국공유지 무상양도와 용적률 인센티브 문제에 대해 서울시에 불만을 가진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많다. 이에 대해 진희선 과장은 “일부 언론과 조합에서 사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해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진희선 과장은 “지금까지 정비사업은 사업시행자의 신청(제안)과 협의로 국공유지 무상양여보다는 매입 후 인센티브(용적률)로 활용하도록 대부분의 정비계획이 결정되었다. 즉,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에 대해 무상양여보다는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이러한 제안을 하고, 행정청은 이를 바탕으로 정비계획을 입안·결정하여 운용해 왔다”면서 “그런데 2008년 12월 도시정비법 자체 규정에 충실한 대법원 판결 이후 유사소송이 다수 제기되는 등 이를 방치할 경우 많은 사업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생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12월 14일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 관련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른 처리방향」을 각 자치구에 시달하였는데, 그 내용은 신규로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구역은 신설되는 정비기반시설 면적에서 용도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 내 국·공유지면적 만큼을 우선 상계처리하고 남는 부분에 대해서만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지역은 기 결정된 정비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되 사업시행자가 무상양도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양도를 해 주면서 그에 상응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는 조정토록 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용적률 조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사정변경이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소송 제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비계획 용적률을 하향조정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률전문가의 다수 의견이고, 서울시의 입장 또한 같다”고 말한다.

진희선 과장은 “일부 언론이나 조합에서 재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하나 이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후 해당 토지의 무상양도를 요구하는 경우에만 한정하여 직권 조정하는 것이며, 무상양도를 요구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기 결정된 정비계획을 존중하는 것이므로 정상적인 사업장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시는 정비사업 추진과 관련하여 국·공유지 무상양도와 용적률 인센티브가 합법적·합리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현재 관련법 간에 유기적 연관성이 결여되는 부분에 대하여는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비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장기적인 계획 및 실무부서로서 주거정비과가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 등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진희선 과장은 “정비예정구역 지정과 정비사업 위주로 계획하고 있는 현행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정비만이 아닌 보전과 관리의 종합적인 계획으로 주거지를 체계적·계획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이와 병행하여 정비사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각종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면서도 중·장기적인 플랜에 해당한다”고 밝힌다.

이 외에도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은 서민주거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소형·저렴주택의 공급과 저소득층의 주거부담능력을 고려한 정비사업, 수급정책과 연계한 속도조절, 주거유형·규모의 다양화 및 신 정비수법 개발, 세입자대책 보완 및 정비사업 관련법제 개편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할 예정에 있다는 것이 진 과장의 설명이다.

최근 정부가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의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의 주택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20%까지 상향하여 운용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진희선 과장은 “서울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5%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적정량의 절반수준이며, 택지자원 여건상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은 가운데, 고령사회의 진입과 1·2인 가구가 전체가구의 42.6%에 달하는 등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주택 물량을 늘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 중의 하나가 정비사업인데, 다만 이로 인하여 조합 등 사업주체의 부담이 증가하는 방식보다는 현실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보완장치를 강구하면서 정책을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진희선 과장은 건축사와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보기 드문 공무원이다. 그 스스로는 “운이 좋아 유학도 하고 박사학위도 받을 수 있었다”고 겸손해하지만 “요즘 시민고객 여러분의 행정서비스 요구 수준이 높아 저희들도 부단히 공부해야만 맞춰드릴 수 있어서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문무겸전을 이룰 수 있었으리라.

“정비사업은 어떤 방식으로든 도시가 존재하는 한 맥을 이어갈 것이다. 지금은 정비사업이 커다란 획을 긋는 시기이고 앞으로의 정비사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서울시가 나름대로 키를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정비사업은 행정청뿐만 아니라 그 주체인 사업시행자(조합)와 정비사업전문관리자, 계획가, 설계자 및 시공자 모두가 함께 의식이 바뀌고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책임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정비사업이 정상적인 궤도를 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게 진희선 과장의 믿음이다. 그의 믿음처럼, 2011년에는 정비사업이 정상궤도를 달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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