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수택지구재건축정비사업조합 / 이윤석 조합장
#1
가구당 10평도 채 되지 않는 낡은 주택가… 세월의 풍파에 바래버린 건물의 색감 그리고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좁디좁은 골목길.

어떤이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70~80년대를 기억하며 오순도순 몸을 부비며 살았던 훈훈한 풍경으로, 또 어떤이는 비정형화 된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연신 담기도 한다.
'아파트 공화국'이란 오명이 만들어낸 자화상이자, 최첨단 시대에 지친 이들에게 이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은 '오아시스'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대다수 사람들이 아날로그적 감성을 즐기기만 원할 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이 같은 생활을 영위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토면적 대비 인구를 고려하면 아파트만큼 효율적인 주거환경을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오늘도 아날로그의 감성을 품은 주거지역들이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변모를 꿈꾸며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능선마다 고개를 쳐들고 있는 악귀(惡鬼)를 피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2
대양(大洋)을 항해하는 선박은 물론 근해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선에도 선장이 존재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이 역할을 하는 이가 바로 조합장이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보는 시선엔 색안경이 끼어있다. 과거 만연했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부정적 요소와 함께 대중매체가 구설에 오르내리며 부정을 저지른 조합장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조합장들은 생업까지 포기한 채 명분뿐인 이 자리에서 묵묵히 사업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리시 소재 수택재건축정비사업지구(이하 수택지구) 이윤석 조합장이 그렇다.

"주민들의 더 많은 이익과 삶의 수준을 높이는 쾌적한 주거환경의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던 중 잠시 걸림돌에 걸린 것 뿐"이라며 웃는 이 조합장. 피곤의 흔적이 역력했다. 어느덧 사업을 추진한 지 8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안 봐도 알 수 있다. 그간의 마음고생은. 오죽하면 심장마비 등으로 조합장들이 순직하는 사태가 벌어지겠는가. 더욱이 이윤석 조합장의 경우 처음 만났던 장소가 40여 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재정비촉지지구에서 제척해 달라'며 단체농성을 벌였던 구리시청이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몇 달이 흘러 조합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이윤석 조합장. 단체농성장에서 봤던 모습과 달리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간의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놓는다. 혹여 사랑방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그간 살아왔던 이야기를 하듯. 갑작스레 구리시청을 점거했던 단체농성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했다.

"당시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지. 어렵사리 추진해오며 조합설립인가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주민들의 의사와 별개로 하루아침에 재정비촉진지구 편입된다는 공람이 떴는데 말 그대로 눈앞이 노래지는 거잖아. 지금 다른 조합장들 만나서 이 얘기하면 '설마'하며 농으로 치부한다니깐."(이윤석 조합장)

당시 구리시가 수택지구를 재정비촉진지구로 편입시키려는 이유가 서울에서 구리로 들어오는 초입에 50층짜리 랜드마크를 건립하기 위해서였다. 역으로 말하면 수택지구의 뛰어난 입지가 본의 아니게 사단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수택지구에 한해서는 전화위복의 기회였단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이런 생각을 이윤석 조합장에게 말하자 "사업엔 다 때가 있다고, 과거에 미련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불편하게 살고 있는 어르신(조합원)들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저려"란 답변이 돌아왔다.
천진난만한 웃음만큼이나 따뜻한 감성을 품은 이윤석 조합장. 개발 사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나와도 인고의 시간을 이겨낸 원동력이리라.

#3
수택지구 초입. 10평 안팎의 나지막한 단독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당연지사 주차공간을 마땅히 확보하지 못했기에 골목 양쪽에 주차된 자동차들로 어지럽다.
2003년 8월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음에도 당시와 변한 것은 거의 없다.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률은 80%를 넘겼으나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토지면적의 2/3 동의율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윤석 조합장은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인 즉, 수택지구가 가진 강점 때문이었다. 구리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에다 왕수천 체육공원과 백화점, 농수산시장 등 노른자위에 위치해 있고, 구리시 내 여느 지구와 비교해 봐도 토지등소유자 대비 일반분양분이 많아 사업성도 뛰어나서다.

"현재 약 5%정도 동의률이 부족한데, 거대한 면적을 소유하고 있는 몇몇 조합원들의 동의만 이뤄지면 그 후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해. 물론 그 가운데 주민들의 바람을 모아 투명하고 깨끗한 사업진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지만 말이야. 일단 구역 주변이 차츰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만큼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사 선정총회와 사업시행인가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야."(이윤석 조합장)

#4
강한 소신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가던 이윤석 조합장. 그간 수차례 넝마전을 겪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도시재정비사업에서 각종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가 개인의 사유재산을 담보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잖아. 따라서 토지등소유자들의 뜻에 맞는 사업진행을 하기 위해 소소한 의견이라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해. 또 조합설립인가 후 재빠른 사업진행을 위해선 지금부터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돼. 그래야 주민들의 부담을 최소화 해 재정착률 상승이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이윤석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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