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보 평가사 / (사)주거환경연합 정책기획실장
최근 일부 언론에서 재개발, 뉴타운 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을 조성하고 정치권에서는 정비사업문제를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등 정비사업 본연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에 초점이 맞춰져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평가사로서의 업무를 담당하며 로스쿨에 진학해 정비사업의 다양한 전문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는 인재가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자원봉사로 (사)주거환경연합의 정책기획실장을 겸하고 있는 변선보 감정평가사가 바로 그 인물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재개발 전문 평가사

변선보 평가사는 상당히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일찌감치 사법시험에는 뜻을 두지 않고 LG텔레콤과 SK텔레콤 등 일반기업에서 직장생활을 7년 정도 하다가 감정평가사 시험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2년의 준비 끝에 2008년부터 감정평가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한양대 로스쿨에 입학해 법조인으로서의 길도 병행하면서 주거환경연합에서 정책기획실장으로 자원봉사까지 하게 됐다. 그는 "어찌 보면 구불구불 돌아온 길이었지만 그만큼 경험도 쌓았고 배운 점도 많았다"며 웃음 짓는다.

그가 재건축·재개발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하면서다. 봉천5동 일대 현재 푸르지오 아파트와 관악드림타운 등이 들어선 재개발구역에서 철거민 지원활동을 하면서 재개발을 처음 접했고 당시에는 주거약자인 서민·세입자 편에 서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세입자대책을 수립하라는 취지로 시위도 하고 야학, 공부방에도 참여했었다고.

우리나라 최고의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음에도 그는 남들이 다 하는 사법시험을 준비하지 않고 졸업 후 일반회사에 취직했다. 사회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어서 회사생활을 했다는 그는 법무팀과 마케팅팀 등에 근무하며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과 경험을 쌓았다.

그는 "당시 회사 생활이 지금도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좀 더 넓힐 수 있었다는 것.

변 평가사는 2003년 인생에 있어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결혼을 하고 집을 알아보던 중 재개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봉천동 인근의 모 재개발 구역에 조그만 집을 장만했다.

"재개발 구역의 조합원이 되면서 부동산과 재개발 사업 등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감정평가사라는 직종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참 매력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감정평가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며 쓴웃음을 짓는 변선보 평가사. 그는 "당시 회사에서 명예퇴직이라는 기회가 있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운 좋게 2년 만에 시험에 합격하고 2008년부터 하나감정평가법인에서 평가사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담보평가, 경매평가, 자산재평가 등의 업무를 맡아 하다 경력이 좀 쌓이면서 이제는 보상, 재개발 등의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재개발 감정평가 아직도 오해 많아

그는 최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개발 반대 목소리 중 "감정평가금액이 너무 낮다"는 의견에 대해 "실제 감정평가금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부분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권리가액에 대해 일부 부동산에서 제시하는 호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호가에는 거품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감정평가에서는 이런 거품을 반영하지 않기에 생각한 것보다 낮은 금액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에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감정평가사는 자신이 책정한 평가금액에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하기에 장기적으로 안정적 가격을 추산하게 되고 조합원이 생각하는 프리미엄을 포함한 기대치와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일반적으로 현금청산자들의 경우 조합원의 권리가액과 거의 같거나 조금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대부분 평가금액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개발에 대한 프리미엄까지 포함한 부동산 시세나 호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리가액이 낮은 조합원들이 개발에 따른 이익을 좀 더 공유할 수 있도록 사전조사를 통해 소형평형 세대수를 늘리는 등 청산대상자를 줄이고 재입주율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감정평가사에서 다시 예비 법조인으로

변 평가사는 감정평가사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예비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한양대 로스쿨 4학기 째에 접어들고 있는 것.

그는 다시 로스쿨에 입학하게 된 계기로 장위동 드림랜드 개발 당시 이의보상을 맡게된 것을 꼽는다. 그는 드림랜드를 북서울 꿈의 숲으로 개발하면서 인근 부지를 공원에 편입시킬 당시 해당 지역 소유자 600여명이 보상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재감정평가 작업에 참여했다. 당초 해당지역 소유자들은 지역주택조합을 통해 아파트를 건립하려 했지만 80년대 부지가 공원부지로 묶이면서 15년 이상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재산권을 침해받아온 지역으로 꿈의 숲 개발이 확정되면서 수용 보상가가 평당 300만원 정도로 낮게 책정되어 소유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

변 평가사는 "그분들의 사정이 충분히 공감이 갔지만 현행법과 제도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했고 좀 더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재개발 구역의 정비구역지정 문제로 구청과 시청을 방문해 수차례 협의를 진행하다보면 담당 공무원이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법해석을 잘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고 한다.

"조합이나 추진위에서는 일단 담당 공무원의 하는 얘기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에 담당자들은 해당 업무에 대한 지식과 함께 법·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행정에도 법적 자문 등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감정평가사의 업무 이외에 정비사업에는 법적인 자문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로스쿨에 입학하게 됐다. 또한 그는 "감정평가에 있어서도 단순히 평가금액만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 법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정평가사들도 법조문을 읽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어 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실제 정비사업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법률적 문제이기에 조합·추진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법률 자문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주거환경연합 법·제도 개선 운동에 앞장

변선보 평가사는 감정평가사 업무와 로스쿨의 학업을 병행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현재 (사)주거환경연합에서 정책기획실장으로 자원봉사를 겸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김진수 교수님께서 평가사들을 대상으로 정비사업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재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교육을 더욱 열심히 듣게 되었고 이를 인연으로 주거환경연합에 몸담게 됐습니다."

그는 정비사업에 대해 "일 자체가 재미있는 분야"라면서 "연합을 통해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세부적인 부분들을 배울 수 있고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교류를 하게 되면서 얻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변 평가사는 연합에서 중점적으로 해나가야 할 일로 ▲법·제도개선 운동 ▲주민들의 정비사업 이해도 향상을 위한 교육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 등을 꼽는다.

"일단 현재의 정비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도시정비법은 그때그때 땜질처방으로 인해 누더기 상태"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불합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정·보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최근의 뉴타운 반대 움직임에서도 나타나듯 정비사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하고 시민강좌 등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지식인층과 정치권을 주축으로 무조건적인 부정적 인식이 강했습니다. 긍정적 측면만 있고 부정적 측면은 전혀 없는 완벽한 제도는 있을 수 없습니다. 부작용이 있으니 무조건 하지 말자는 주장보다는 그동안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그동안 나타난 부작용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과도한 민간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거이전비 같은 부분도 "취지는 좋지만 과도한 부담을 조합원에게만 전가하는 문제가 있으니 이를 일부라도 국가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기반시설확보, 세입자 대책과 같은 부분을 국가에서 담당하고 적정하게 용적률·층수 등을 완화한다면 조합원 부담을 줄여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영세조합원을 위한 초소형주택도입과 임대수익자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복수분양 등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정평가사의 업무에 로스쿨을 통해 법률적 부분까지 전문영역을 넓히고 있는 변선보 평가사. 그는 "정비사업은 도시정비법, 국토법, 주택법 등 법적인 부분, 도시계획, 건축, 세법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되어 있는 총체적 개발사업인 만큼 법률적 문제부터 사업진행 전반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전문역량을 키워 정비사업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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