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주공1차아파트재건축조합
정비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조합장들은 참 외로운 존재다. 안에서는 '내 돈 어디에 쓰나'지켜보는 조합원들, 밖에서는 '잘못한 거 없나'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비대위들, 시공자·설계자 등 협력업체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밀고 당기기. 힘들어도 어디하나 기댈 곳이 없는 외톨이다.

하지만 이향숙 속초주공1차아파트재건축조합장은 오히려 "제 곁에는 언제나 든든하게 힘이 되어 준 조합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며 활짝 웃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1년 조합을 설립한 속초주공1차재건축사업은 순조롭게 사업을 추진하며 2005년 3월 사업시행인가, 9월 관리처분인가를 득하고, 그 여세를 몰아 2006년 4월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2007년 시공자 부도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면서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이로 인해 이 조합장은 수차례에 걸쳐 민·형사 소송에 따른 조사를 받게 됐고, 심지어는 압수수색까지 받은 바 있다.

그가 이와 같은 모진 풍파 속에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조합원들 덕분이었다. "조합원들이 찾아와 조합장은 혼자가 아니라며 외로워하지 말고 강력히 대응하라고 격려해 줬다"며 "힘들어 도망가고, 숨고 싶었던 당시, 조합원들의 변함없는 신뢰가 결코 좌절할 수조차 없게 만들었던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이향숙 조합장이다.

이 조합장이 이처럼 조합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0년 동안 한결같은 자세로 사업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모든 것을 조합원들에게 오픈하고, 공유했다는 이 조합장.

그는 심지어 사업 자체를 부정하고, 반대하는 조합원들에게 오히려 조언을 구하며 적극적으로 동참시켰다. 이는 굳게 닫혔던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날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조합원들이 하나둘 생기고, 그들은 어느새 더욱 적극적으로 조합에 협조하는 조합원들로 변해 있었다. 반대하는 조합원도 함께 가야할 조합원이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 조합장의 굳은 의지가 이끌어낸 쾌거였다.

"조합과 협력업체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관계가 돼야 합니다. 오히려 시공자나 설계자 등 협력업체들은 우리 집을 지어주기 위해 고생을 하는 분들이라는 생각으로 대한다면 협력업체와 조합의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향숙 조합장은 협력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조금 특별했다. 그는 조합과 집행부가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협력업체에 부당한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조금만 생각을 바꿔 우릴 위해 고생하는 협력업체들에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없나 생각해 본다면 조금은 발전적이고 건전한 정비사업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 조합장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식사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 "협력업체들이 하나라도 더 꼼꼼히 하려고 노력해 주는 것으로 보여 식사대접을 받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이향숙 조합장. 그가 조합원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였다.

끝으로 조합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기자를 부른 이 조합장의 눈시울이 촉촉하다. "경험도 없고 부족한 저를 항상 이해해주고 신뢰해 주신 우리 조합원들... 죽어서도 결코 있지 못할 것"이라며 "한없이 감사한 조합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입주를 마치고 청산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이향숙 조합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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