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산정 중요성 인지 못하고 평당 얼마 식으로 계약하는 게 가장 안타까워
정확한 원가산정 통해 공사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결국 이득

지난해부터 '재'자 사업에 끊임없이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서울시가 지난달에도 큰일을 한건 쳤다. 바로 시공자 선정기준에 있어 공사예정가격을 입찰 시 의무적으로 제시토록 한 것.

원체 큰 뭉칫돈이 오고가는 사업이다 보니 당연지사 공사비에 대한 왈가왈부 말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조합의 계약서를 검토해주는 용역을 대행하는 업체들이 탄생해 "공사비를 절감해주겠다"며 조합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 보니 사실상 자금낭비로 이어지기 일쑤다. 따라서 앞으로 예정가격을 제시해야 조합 입장에서는 당연지사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첫 걸음이겠으나, 오랜 기간 전문적으로 원가산정 업무를 수행해 온 업체를 선별해 맡기는 것이 오히려 사업기간 단축을 통한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원가산정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라 있는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 어윤홍 원장을 소개코자 한다.

<편집자 주>

 

어윤홍 원장 /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

"지금까지 공공기관에서 쌓아온 원가산정 노하우를 민간 정비사업에 대입해 일선 조합들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정확한 원가계산 후 시공사와 계약을 맺으면 공사비를 둘러싼 잡음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원가산정 용역비는 공사 조건, 즉 전체냐 일부분이냐 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공사비의 0.4% 0.1% 수준을 받는다. 따지고 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예를 들어 1000억원 짜리 공사면 0.1%만 하더라도 1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윤홍 원장은 "원가계산을 통해 절감되는 액수에 비하면 용역비는 10%도 되지 않을 만큼 작다"며 "정확한 원가계산이 이뤄졌다면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절약할 수 있고, 그것이 곧 조합원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변했다.

솔직히 조합원들이 자문변호사 비용과 회계사 비용에는 박하지 않음에도 유독 원가산정 용역에 대해서는 쌍심지를 켜고 반대한다. 이는 지금까지 입찰 시 예정가격 제시를 선택사항으로 두어 왔기 때문에 원가산정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조합들이 '평당 얼마'하는 식으로 계약을 맺어왔다. 이 부분이 어 원장을 애타게 만드는 부분이다.

"솔직히 이런 식으로 시공사와 계약을 맺는 조합을 보면 안타까울 뿐입니다. 분명 설계변경과 특화조건 등을 명부로 공사비가 올라갈 것이 눈에 뻔히 보이니까요. 이제 서울시가 의무적으로 제시하라고 했으니 인식이 바뀌겠지만 원가산출 방법을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해 진 겁니다."

맞는 말이다. 회계사를 고용해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액수가 회계사 고용비용보다 높은 것처럼, 객관적이고 정확한 원가계산이 이뤄질 경우 최대한 이익을 창출하려고 제시하는 시공사의 부풀려진 계약조건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기에 상당한 공사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조합에는 이러한 능력이 없다. 따라서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어 원장은 말했다.
"시공사가 공사단가를 제시했을 때, 이것을 분석할만한 능력이 조합 측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공사과정에서 시공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때 막무가내로 올려주지 않는다면 시공사와의 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라도 결국 피해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때문에 시공사와의 계약 이전부터 정확한 원가를 알아야만 불리한 계약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어윤홍 원장이 원가산정에 대해 확신에 차 말할 수 있는 비결은 앞서 밝힌대로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우물만 판 전문가 중 전문가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의 역사와 수행용역이 반증한다.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은 89년 3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기획원으로부터 비영리법인으로 허가를 득한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정부회계 원가계산 전문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세상에 나오자마자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당시를 회상한 어 원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원가산정 용역도 많이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용역이 한국도로공사 통행료 징수시스템 도입 원가산출이었다"며 "당시 삼성전자와 일본의 미쓰비시를 대상으로 용역을 실시해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도 고속도로에 가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작게 보면 특정지역에 한정된 것이지만 크게 보면 공공성을 띈 공익사업으로도 볼 수 있다"며 "비용과 관계없이 민간 정비사업 분야에 원가산정 방법 등을 자문해 주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한편, 어윤홍 원장은 동국대학교 경영관리연구소에서 실장으로 재직하던 중 대학연구소의 활동 자체가 일정정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 마침 '정부회계원가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이쪽 분야로 뛰어들게 됐다.

이처럼 국내 원가산정 1인자인 어 원장이 재직 중인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에서 현재 하고 있는 주된 업무는 기업의 경영분석 및 경영진단, 마케팅 조사연구 및 원가계산 등 일반 기업과 관련된 것은 물론 재건축 재개발 공사비 원가계산, 관리처분 용역, 종후 자산가치의 산정업무(동별, 층별 차등분담금 산정) 등 재건축 재개발 부문에 대한 참여도 두드러진다.

전문인력은 박사 3명, 석사 4명을 포함해 모두 16명. 이외에도 비상근 전문위원으로 해당분야의 박사급 8명이 포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부산 종합정비창 이전 프로젝트나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통행료징수시스템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도 참가했고, 국내 최초로 외국(일본 미쓰비시사)에 나가 원가계산을 담당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어 원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며 "조합장들의 전문성이 높아져 과거 흔히 들었던 '복마전'과 '도둑놈' 같은 얘기가 없어졌듯 원가산정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공공관리제도가 현실적으로 개선만 된다면 투명성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라며 "원가산정 등의 전문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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