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에 소개된 와이지건축사사무소(주) 정진혁 주택사업본부장은 63번째 인터뷰 주자로 (주)케이티에스엔지니어링 김영학 상무를 추천했다.

'도시계획' 하면 왠지 고루하고 원론적인 분야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든다.

일면 딱딱하고 메마른 것처럼 보이는 이런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도시계획 전문가가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KTS엔지니어링의 김영학 상무가 바로 그 사람이다.

KTS엔지니어링은 도시계획, 교통계획, 건축계획 등을 아우르는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다. 현재 60~70개 정도의 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갖고 있는 회사라는 평을 듣고 있다.

김영학 상무는 서울시립대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95년부터 지금까지 도시계획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해왔다. 2007년 KTS에 입사한 그는 서울시, 부천, 인천 등 수도권 일대의 정비계획을 다수 담당해오면서 KTS가 정비사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도시계획과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비사업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일입니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도시계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일반적으로 도시계획과 주택정책은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생기게되는데 우리나라 정책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주택정책이다 보니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도시계획을 하는 입장에서도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현실감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계획가는 '조정자'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협상과 조율이 필요한 것이 바로 도시계획이라며 공공의 이익과 주민들의 재산권 사이에서 이를 절충하고 공공과 주민 모두를 설득하는 것이 도시계획가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도시계획 업무를 진행해 온 그는 그간 생각했던 것보다 주민들로부터 인정과 격려를 받은 때가 많았다고 한다.

부천의 모 도시환경사업에서는 부천시에서는 600%의 용적률을 고수하고 주민들은 800%를 요구하면서 용적률 문제로 1년 이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김 상무는 국토부 협의와 법률자문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논리적으로 부천시를 설득하고 주민들 역시 너무 무리한 요구는 어렵다는 설득을 병행해 743%라는 용적률을 받아내고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또한 평소 늘 가족 같은 분위기였던 안양의 한 재건축조합에서는 당시 증가한 용적률의 25%를 임대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시점에서 용적률의 한계를 지적하며 임대주택 비율을 15%로 낮추는데 성공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일들을 통해 기술자로서의 역할만이 아닌 사람들간의 관계를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도시는 사람이 사는 곳인데 원론적인 도시계획에만 매몰되다보면 그 안의 주체인 사람에 대해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다며 도시정책, 주택정책에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출구전략에 대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구역들 상당수가 연말쯤 조사결과가 나오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는 10% 정도의 반대 민원이 발생했다면 일부 구역해제가 되는 곳에서는 자칫 40~50%의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과다지정된 구역들에 대한 일부 정리작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감하지만 지정당시에도 정치논리에 의해 진행됐던 만큼 피해가 주민들에게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준다면 갈등은 자연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공공의 몫이고 공공에서 이 부분만 담당해도 정비사업의 사업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는 "정비사업이 이제는 제자리를 잡아야 할 때"라며 "사업성 증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키고 그 안에서 세입자 등의 주거약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를 볼 때 늘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김영학 상무. 그의 사람냄새나는 도시계획이 침체에 빠진 정비사업에서 어떤 빛을 발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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