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에 소개된 (주)경진건축사사무소/(주)승보이엔씨 백승기 대표이사는 65번째 인터뷰 주자로 포럼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강용 화백을 추천했다. 백 대표는 이강용 화백에 대해 "도시재생사업에 뛰어난 식견을 갖고 있는 예술인"이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중구 정동에 위치한 어반가든(Urban Garden)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환경최고전문가과정 동문들이 주축이 된 포럼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밤과 낮 쓸쓸한 동화'라는 타이틀로 독특한 전시회를 개최 한 것.

전시회에는 각박한 도시에서 환경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이강용 화백의 그림들과 멸종위기에 있는 우리꽃들을 촬영한 현진오 박사의 사진들이 전시됐다.

이들은 도시재생과 도시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해 이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한다. 이강용 화백의 그림에는 쓸쓸한 도시의 단면들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화백은 "현재의 도시는 아직 쓸쓸한 도시라 할 수밖에 없다"며 "쓸쓸한 동화가 아닌 행복한 동화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도시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 도심을 재정비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역사와 문화를 아울러 생태·환경과 접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화백은 30년 넘게 마산에서 화가생활을 한 민중작가로 지역에서 매우 명망이 높다.

그는 25년전 환경단체들이 채 생기기도 전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 등을 통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환경최고전문가과정을 수학하면서 그의 관심은 도시환경문제로 확대되었고 긴 시간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쌓인 역량을 토대로 도시재생 사업에 지역 전문가로 참여하게 됐다.

그는 현재 통합 창원시가 된 마산의 원도심을 재생하는 '창동 예술촌' 시범 사업에 초창기부터 참여해왔다. 하지만 그는 통합 창원시의 창동 예술촌 시범사업이 일회성에 그친 성과위주의 사업이었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문을 연 창동 예술촌은 창원시가 도시재생 시범사업으로 국비지원을 받아 조성한 곳이다. 마산 오동동·창동권역 구도심 기능 재생을 위해 창동 학문당과 시민극장 주변 골목을 사업구역으로 결정하고 빈 점포 50여개를 예술인들에게 2년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예술촌을 조성했다. 또한 미관을 위해 전선지중화와 골목길 재포장 정비, 예술촌 건물 전면시공을 했으며 조명시설 및 야외전시공간 쉼터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 화백인 이 사업이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볼 때 아쉬움이 크다고 말한다.

"그저 색다른 건축물을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도시재생에는 인문학, 사회학, 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가 접목되어 유기적인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또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예산을 들여서 주차장을 짓고 벽화 몇 개 그린다고 해서 원도심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단순한 겉치장만이 아닌 역사성을 잇고 그곳만의 개성을 충분히 살린 상태에서 환경과 문화와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만 진정한 도시재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좀 특이하게 꾸며놓으면 초반에는 사람들이 약간 몰릴 것이고 상권활성화에는 일정부분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도시재생이 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알록달록한 벽화와 번쩍거리는 조형물로 겉을 치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100평짜리 막걸리집을 하나 만들어 놓는 것이 오히려 문화와 사람을 아우르는 도시재생의 근본 이념에 더 부합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총괄 계획을 담당하는 교수나 공무원들이 사심을 버리고 성과주의에서 탈피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에서 해당 지역의 역사성을 충분히 꿰뚫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등용해 이들의 의견과 시각을 충분히 반영해야만 진정한 롤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앞으로도 "작품활동과 지역활동을 통해 도시환경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 질 수 있는 도시재생이 될 수 있도록 미약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도시재생이라는 난해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뛰어난 혜안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예술과 문화, 시대정신에 있어 뛰어난 안목을 갖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강용 화백. 도시·환경·사람의 조화를 강조하는 그가 쇠퇴해 가는 도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데 지속적인 힘을 보탤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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