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부회장 / 한국도시정비협회
'개점휴업(開店休業)'이라는 말이 있다. 개점을 하고 있으나 장사가 잘되지 않아 휴업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비사업 시장에서 이 말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각 정비사업 현장을 둘러보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는 사업장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 등으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가, 출구전략 등 최근 나오는 정책들 역시 정비사업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사업장에서는 주민들 간의 반목이 계속되고 있고, 협력업체로 참여하고 있는 관련업계 종사자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정비회사의 경우 사업 정체로 그동안 각 사업장에 지출했던 대여금 회수가 늦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를 대여금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하는 상황에 처하는 등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한국도시정비협회는 최근 긴급 TF(Task Force)팀을 구성, 실질적인 정비사업 활성화 및 선진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최근 정비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많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지연돼 고통이 배가되고 있고, 이에 따라 정비회사 또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현재의 정비사업 시장이 겪는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비사업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로 구성된 TF팀을 조직하게 됐습니다."  

한국도시정비협회 긴급 TF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승민 부회장(오엔랜드21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TF팀은 지난 10월 31일 한국도시정비협회 회의실에서 1차 모임을 갖고 현 정비사업이 겪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을 큰 틀에서 정리하는 한편,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회의에 참석한 정비회사 임직원들은 서울시 공공관리제도의 도입으로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후로 늦춰진 것에 따른 문제점과 공공기금의 활용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인ㆍ허가 절차가 많은 사업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점, 현실과 다소 괴리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인한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정비회사가 각 사업현장에서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정비회사 위상 제고에 대한 부분도 논의했다. 

"그동안 국토해양부나 각 지자체가 진행했던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회의 등은 정비사업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이에 따라 현실적인 대안 등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만큼 문제점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사실 정비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국토해양부나 각 지자체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그 고민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논의단계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에 TF팀은 앞으로 수 차례 회의를 거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만들고 이를 국회 및 국토해양부, 각 지자체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대통령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각 정당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공약과 이어질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의 정비사업이 겪는 어려움의 근본적인 이유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나 모순점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인 만큼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이승민 부회장과 한국도시정비협회 TF팀의 다짐이 어떠한 결과를 이끌어 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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