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택 시인 /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장
이해타산적이고 갈등과 소송이 난무하는 재건축사업에서 시(詩)라는 것은 얼핏 이 분야와 어울리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대단지의 재건축사업을 이끌어가면서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하고 문인회를 통해 정식 등단한 시인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고덕주공2단지 변우택 조합장, 아니 변우택 시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탈한 성격에 털털한 외모, 시인이라 하기엔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 못지 않다.

변우택 시인은 지난해 정식으로 백두산문인회를 통해 신인문학상을 받고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는 두 번째 시집 '독도사랑 30년'을 내놓으며 독도지킴이로서 독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의 독도사랑은 1980년 독도경비대원으로 자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전경으로 복무하고 있던 그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깨쳐보겠다는 의지와 함께 국토의 최동단에서 새로운 해가 뜨는 것처럼 새 출발의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제대를 6개월 남기고 독도경비대원에 자원했다.

당시 독도에서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열악한 시절이었지만 자원이나 영토적 의미뿐 아니라 독도의 자연과 풍광, 환경 등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독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그는 당시 64일간 독도에서 근무하며 매일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썼고 이 시들이 지난해 발간한 '독도사랑 30년' 시집의 첫 번째 장을 구성하고 있다.

독도를 떠나온 이후에도 그는 늘 독도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독도지킴이 역할을 해오며 다수의 시작(詩作)활동도 병행했으며 민간인의 독도방문이 허용되자 그는 2009년~2010년 4차례에 걸쳐 독도를 방문해 독도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에 담고 당시의 느낌을 시로 담았다.

독도경비대원 복부시절의 시와 이후 독도를 떠나있으면서 독도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 4차례에 걸쳐 다시 독도를 방문하면서 쓴 시를 각 장으로 구성해 시집 '독도사랑 30년'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변우택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찍 모친을 여의고 그리움의 시로 창작을 시작한 그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시를 써왔다고 한다.

그는 "시와 문학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기에 우리말의 조탁이나 시어의 선택 등 기교적 면에서는 수준이 높다 할 수는 없지만 70년 이후 한해도 시작을 거른 적이 없을 만큼 시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 않다"며 "문학적으로 높은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40년 이상 이어온 소중한 개인의 역사 기록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에는 모친에 대한 그리움이나 자연찬미 등 감성적인 시들을 다작한 반면 나이가 들어서는 자아에 대한 심층적 고민,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 등 좀 더 깊은 내용을 다루게 되고 그만큼 시의 편수는 줄어들었다고.

어찌 보면 이해타산적이라 할 수 있는 재건축조합을 이끌어가면서 풍부한 감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시작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일면 그런 측면도 있지만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며 인간의 갈등에 대한 고민과 애증에 관한 성찰도 깊어질 수 있었다"며 "고통과 충격 속에서 글이 탄생한다고 볼 때 재건축사업 역시 시를 만들어내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간접경험으로 잠시 그 역할을 해보면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실제 본인이 하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지만 아직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수필과 기행문 등 다양한 작품집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일단 400여 편에 달하는 미발표 시들과 신작 시들을 정리해 세 번째 시집을 발간하고 '추억을 찾아서', '아우성치고 싶은 것' 등을 주제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수필집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국내외 각지를 여행하며 틈틈이 정리했던 사진과 기행문들을 모아 사진 기행문집을 펴내는 것도 희망하고 있다.

이런 3가지 작업을 진행하면 자신의 창작활동에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변우택 시인. 그는 앞으로 다작(多作)은 할 수 없겠지만 죽는 날까지 창작활동을 놓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며 받는 고통과 원망들을 시를 통해 순화시키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변우택 시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장과 시인이라는 두 타이틀을 꾸준히 지속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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