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보 변호사·감정평가사 / 법무법인(유) 한별

∥아파트 공사와 환경문제

 

최근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법률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관리처분인가가 나고 이주가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철거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분진과 소음이 크게 발생하고 심지어 석면 등 유해물질이 유출된다. 철거 후 폐자재를 매립하는 과정에도 토양이 오염된다.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 또 다른 환경문제가 시작된다. 터파기 공사를 하는 도중에는 큰 소음이 발생한다. 암반을 파쇄해야 하는 경우 소음은 더욱 커진다.

이렇듯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 인근의 주민들 직접적으로 여러 가지 환경피해를 입게 된다. 그에 반해 조합원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였으므로 환경피해는 크게 입진 않는다.

 

∥아파트 공사로 내 집이 그늘져 버렸다.

좋은 집의 조건을 꼽으면, 반드시 들어가는 항목이 있다. 따뜻한 남향집이다. 아파트, 단독주택을 가리지 않고 햇볕이 잘 드는 남향집은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이렇게 햇볕은 주거의 쾌적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우리나라 법원은 이렇게 햇빛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일조권’이라고 하여 보호해주고 있다.

그런데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고층 아파트가 신축되면 인근 주택들은 고층 아파트에 햇빛이 가려져 일조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다. 자기 집이 갑자기 그늘진 음지가 되어버린 집주인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소위 말하는 ‘일조권 침해’다.

이렇게 그늘진 집이 되어버린 주민들이 가만히 참고만 있을까? 예전엔 참고 사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특히 아파트 단지의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단독주택이라고 하더라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아파트 벽면에 항의 현수막을 내걸고 구청과 시청에 민원을 넣는 것은 가벼운 축에 속한다. 항의 시위를 하기도 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하기도 한다.

 

∥일조권 소송의 형태

일조권 소송은 어떻게 진행될까? 통상 2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피해주민들이 재건축조합과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금지가처분신청을 하거나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는 것이다.

이런 소송을 하면 승패는 어떻게 날까? 일조권 소송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판례와 이론 들이 축적되어 있다.

 

∥수인한도

이웃에 사는 주민들끼리는 약간의 소음이나 일조권 침해가 있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까지는 참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도를 넘게 되면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다. 이를 수인한도라고 한다.

수인한도를 넘으면 그 자체가 불법행위가 된다. 이런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고 더 이상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도 있다.

 

∥수인한도의 구체적 기준

일조권 침해가 얼마나 심하면, 소송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그 이웃 토지상의 거주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은 경우에 그 신축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의 범위를 벗어나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하고, 일조방해행위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성질 및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위의 판례에서 보듯이 법원은 일조 피해의 정도, 공법적 규제, 가해건물의 용도, 지역성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일조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판례도 있다.

“대도시 인구의 과밀화 및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건물의 고층화 경향 등을 고려할 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조권 침해로 공사를 중지시킬 수 있을까?

피해주민들이 아파트 공사를 중지시키기 위해서는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해야 한다. 공사금지가처분신청에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시공사와 조합으로서는 공사가 중지되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으므로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방어를 한다. 양 측 변호사들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대치동 A아파트 등 건축 금지 명령 떨어져

피해주민 측의 변호사가 증거와 법리를 충분히 갖추고 싸우면, 법원이 아파트 공사 금지를 명령하는 판결도 종종 나타난다. 공사가 중지된 사례는 대치동 A아파트, 반포 B아파트, 부산 C아파트 등 십 여건에 이른다.

 

∥모든 공사가 중지되지는 않아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 법원이 재건축 아파트의 모든 공사를 중지시킬까? 그렇지는 않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의 상충부에 의해서 일조권 침해가 커지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하층부는 주변에 큰 피해는 주지 않는다.

따라서 법원은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권 침해를 일으키는 아파트 부분의 공사만 금지시키고, 그 이외의 공사는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조정에 의한 해결 가능성

공사를 금지하는 법원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시행사인 재건축조합과 시공사는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법원 역시 이러한 점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으므로 공사금지 결정을 하기 전에 담당 판사는 조정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시행사가 일조권 침해의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일정 금액의 보상액을 제시하고 피해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되게 된다. 양 측이 수용할 수 있는 조정안이 나올 수 있다면 조정에 의한 분쟁 해결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일조권 소송의 방법

우선 일조권 등 환경분쟁에 정통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그리고 일조권 시뮬레이션 업체의 도움을 받아 사전에 각 동 각 호수 별로 일조권 침해 예상치에 대한 컴퓨터시뮬레이션 분석을 해야 한다.

분석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분석 결과 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속하여 2시간의 일조가 확보가 안 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 4시간의 일조가 확보가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되면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게 된다.

가처분 신청을 하기 전에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먼저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법원이 선정한 감정인이 다시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실행하여 일조권 침해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증거보전 신청을 먼저 거쳐서 감정 결과를 받을 경우, 증거력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증거보전 절차로 인해 소송이 장기화되는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증거보전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며 단점도 여러 가지 있다. 증거 보전 절차를 거칠 것인지 여부는 소송 기간, 공사 일정 등을 면밀히 분석해서 소송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문의)02-6255-7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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