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중요한 기반시설, 임대주택, 세입자 대책 등 지원에는 수수방관

 

발행인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근래 들어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완화되면서 주택시장이 회생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지난해 말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리모델링 수직증축 등 미뤄져왔던 부동산 관련 법안이 처리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더욱이 도심 내 양호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재생사업은 경기침체와 함께 뉴타운 출구전략 등의 영향으로 일부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제외하고는 아직 빙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일선 현장에서는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수익성이 예전과 달리 현격하게 떨어진 만큼 이제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사업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도시재생사업을 관장하는 법과 제도들이 과거 주택시장 활황기에 도입된 개발시대의 규제들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고 불필요한 절차 등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는 요소들이 많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아직도 재건축·재개발 하면 비리의 온상, 부정부패의 표본,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생각하는 뿌리 깊은 불신이 일반인들과 상당수 정책입안자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 분위기와 맞물려 지난해 말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개정이 있었다.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12월 개정에는 △과밀억제권역 이외지역 재건축 국토계획법 용적률 상한까지 가능 △조합원에 기존주택의 전용면적 범위 내에서 2주택 공급 허용 △미분양자 등에 대한 현금청산시기 관리처분인가 90일 이내로 변경 △현금청산 금액 2/3이상 동의가 필요한 사업비 증가항목에서 제외 등이 포함됐다.

1월 개정된 도시정비법에는 △지자체가 정비(기본)계획 수립·변경시 조례상 용적률에도 불구하고 국토계획법 및 관계 법률에 따른 법적상한까지 용적률을 정할 수 있도록 근거 마련 △추진위원회·조합의 해산신청 유효기간과 추진위 승인 취소시 지자체의 비용지원 유효기간 각각 1년씩 연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들은 얼핏 보면 해산신청 연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입법과정에서 정치적 논리로 인해 규제완화가 상당부분 후퇴하거나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사안들이 많다.

먼저 지난해 도시정비법 개정 과정을 살펴보면 개정내용이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의 법개정 작업이었으나 일부 재건축·재개발을 반대하는 단체의 압력과 일부 야당의원들의 반대로 조속한 법처리가 늦어졌으며 그 내용도 상당부분 후퇴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졌다.

조합의 막대한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정된 현금청산시기의 변경의 경우 그 대상을 애초 법 시행 이후 조합원 분양공고를 하는 곳부터 적용하려 했으나 심의과정에서 조합설립인가 신청 사업장으로 변경해 그 대상이 대폭 감소하게 됐다.

또한 조합원 2/3이상 동의가 필요한 사업비 증가항목의 예외 조항도 애초에는 ‘관계법령의 개정에 따른 건설기준 및 절차 등의 강화로 발생하는 비용’이 포함되었으나 심의과정에서 이 부분 역시 삭제돼 알맹이가 빠진 개정이 되고 말았다.

1월 개정된 내용 중에는 조례상 허용된 범위를 넘어 법적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완화해줄 수 있도록 한 내용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 역시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이어서 결국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조례로 제1종 일반주거지역 150%, 2종 일반주거지역 200%, 3종 일반주거지역 250%로 용적률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허용치는 1종 200%, 2종 250%, 3종 300%로 50%씩 높게 되어 있다.

그동안 서울시에서는 임대주택 비율이나 소형 아파트 비율 상향, 공공용지 기부채납 등을 통해 용적율 인센티브를 부여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사업장에서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용적률을 법적 상한에 근접하게 올려주고 있다”며 “정부의 용적률 완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무조건 용적률을 높이는 것은 도시관리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러한 모습은 지자체의 역할을 방임한 채 모든 부담을 민간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300%까지 보장되어 있는 용적률을 지자체에서 임의대로 50%를 줄인 뒤 기부채납, 임대주택 등을 부담해야만 인센티브라며 선심 쓰듯 높여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층수제한 등 각종 건축규제로 인해 용적률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곳들도 많은 상황에서 용적률 인센티브제를 통해 조합에 부담을 넘겨 손쉽게 기반시설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담보하는 기존의 정책에서 벗어 법적으로 확보된 용적률은 보장해주고 기반시설, 임대주택 등은 공공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간의 법 개정은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는 내용은 포함되지 못한 채 단순한 일부 규제완화, 절차 간소화에 치중되어 왔다.

이제 도시재생사업에서 큰 이익을 얻는 시절은 지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간 개발이익 환수 차원에서 민간에게 떠넘겨왔던 기반시설 설치, 임대주택, 세입자 대책 등에 대한 부분을 이제는 마땅히 공공에서 담당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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