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화 지연으로 효과 거두지 못하고 정책신뢰도만 하락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박근혜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와 규제 완화 기조로 희망을 안고 시작했던 2014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2014년 부동산 시장은 반짝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정책 혼란에 대한 부담으로 본격적인 반등에는 미치지 못했다.

장기간 지속된 경기 불황의 골은 단순히 부동산 대책 발표 몇 번으로 넘기에는 너무 깊었으며 입법화 지연으로 신뢰도만 떨어뜨린 정책은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 주거안정이라는 대 명제는 한낱 구호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4·1 부동산 종합대책, 8·28 전·월세 대책, 12·3 부동산 후속대책 등 3가지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데 이어 올해는 2월1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한 '2014년 국토교통부 핵심과제 실천 계획'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소형주택 의무비율 제도 개선 계획을 선보이는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 모습이 엿보이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2월26일 내놓은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나오면서 시장은 다시금 얼어붙었다.

이 대책은 전세에서 월세로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는 주택임대시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세입자의 월세 공제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공제대상도 확대하면서 세입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내용이 중심이었으나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조치가 포함되면서 모처럼 살아난 회복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다급해진 정부는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최경환 장관을 선임하고 다방면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7월24일 발표한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지역이나 금융기관에 따라 차등 적용하던 담보인정비율(LTV)을 전금융권 70%로 일괄 상향 적용하고 상환능력으로 대출액을 결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모두 70%까지 풀었다.

또한 9월1일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통해 재건축 연한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구조상 위험하지 않은 노후 아파트라도 주민 불편이 과도하다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재건축 소형의무비율도 손질해 수도권 과밀억제권에서 재건축을 할 때 85㎡이하의 중소형 주택을 전체 연면적의 50% 이상 짓도록 했던 규정을 없애고 가구수 기준 60% 이상 기준만 유지했다.

이후 10월30일 전월세대책 성격의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도 내놓았다.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하고 월세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근본적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해도 정부에서는 수차례의 부동산 대책 발표와 함께 경기부양의 의지를 천명했으나 실제로 시장에서의 효과는 미미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낙제점을 매기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냉담한 반응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여파가 워낙 커 땜질식 처방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국회통과 지연 등 후속 입법 처리가 늦어져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는데서 더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수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부동산 활성화 법안들을 포함해 각종 대책이 나오더라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대폭 후퇴하거나 지지부진하게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정부의 주택·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시장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재건축 조합원의 주택공급 제한에 관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의 부동산 3법은 여야의 합의로 연내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랜 기간 국회에서 표류한 탓에 시장에 큰 영향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임대사업자 의무등록제 등의 숙제도 아직 남아있다.

항상 문제는 민생경제에 큰 축을 담당하는 주택·부동산 정책이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라 정치이슈로 둔갑한다는데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서민경제의 한 축으로서 고려되어야 할 부동산 문제가 한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에 의해 이용된다면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향방 역시 안갯속 표류가 될 것이 자명하다.

본격적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올해 부동산 시장 상황을 교훈삼아 내년엔 보다 확실하고 예측가능한 부동산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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