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상품까지 나오면서 전세수요자들의 매매심리를 자극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전반적인 시장상황은 전방위적인 상승장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저평가된 지역과 개발호재가 풍부한 지역들 위주로 실수요자들이 전세에서 매매시장으로 꾸준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주택시장(청약시장)의 호황 속에 기존주택시장의 약세현상도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고 다주택자들이 섣불리 추가 주택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아직은 시장자체가 정책불신과 대내외적 변동성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수도권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란 그 자체였다. 남발되고 엇나간 정책들로 인해 시장자체가 경직되기도 하였고 호재, 악재들이 뒤엉키며 시세 변화도 적지 않은 한해였다.

매매시장 활성화정책이 나오면 전세난이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정부나 시장전문가들이 기대하기도 하였지만, 부동산3법(규제완화)이라고 하여 시장회복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싸매고 내놓은 정책들이라고 해봐야 김빠진 맥주처럼 알맹이와 핵심이 빠진 후퇴된 정책이어서 당초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 정책이 되고 말았다.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분양가상한제를 파급력이 큰 공공택지에서 탄력운용내지는 전면 폐지했었어야 했는데 영향력이 적고 실효성이 미미한 민간택지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후퇴한 것이 가장 치명적인 실책이 되고 말았다. 민간택지로 분류되는 재건축 재개발 같은 일부지역, 일부단지에만 찻잔속의 태풍과도 같은 미미한 호재로 작용할 뿐 수도권 시장 전반적인 회복세에는 영향이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시한부로 일시적 호흡만 연장했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재건축시장의 압박감과 실망감은 시장에 짙은 먹구름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책실효성의 감소는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주고 있는데, 끝이 없을 것 같은 전세가격의 상승세다.

구정이후 부동산시장을 전망해본다면, 일단 전세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당히 불안해 질 가능성이 크다. 전세가격의 상승세에 떠밀려 정부의 유인책이 아니라 전월세시장에 머물고 있는 임차수요자들의 전세대란 알레르기로 인해 자발적으로 기존 재고주택 매매시장에 뛰어들거나 청약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내집 마련을 하겠다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일정비율이상이 되면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상식이 깨진지 오래되었지만 구정이후~하반기에는 깨진 룰이 다시 깨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올해부터는 전세가의 비율이 조금 더 상승하면 전세수요자들의 임차시장 머물기가 소위 임계점에 도달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매매가격상승이 정부의 정책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오판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는 기막힌 현상(?)들이 올해부터는 나타날 것이다.

지방대도시권 부동산시장은 3-4년간의 상승장세를 멈추고 조정장세를 맞는 원년이 될 것이다. 그동안 지방권 주택시장은 정부의 간섭이나 정책규제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순수하게 수급이 시장을 좌지우지한 특징을 보였는데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그동안 집값이 폭등하였었다.

그러나 상승장속에서 건설사들의 대규모 공급으로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그동안 큰 폭으로 오른 피로감 때문에 상승세는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종시의 경우 입주물량자체가 올해까지는 상당하기 때문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역전세대란이 발생하는 이상 현상이 작년에 이어 올해 말까지 1년간은 더 유지될 전망이어서 세종시는 전세천국이라는 말이 한동안 회자될 전망이다.

수도권 중에서는 그동안 소외되고 저평가되었던 2기신도시들의 집값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위례, 판교, 광교, 동탄2같은 경부축 인기지역들은 물론 한강신도시나 운정신도시 같은 지역들도 수도권 집값상승률 1위~2위를 다투며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서울권 전세난민들의 가장 좋은 이동처로 각광받으며 가격도 수천만원이상 급등했다. 구정이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의 신도시 공급중단발표로 2기신도시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2기신도시의 위상은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오명을 씻고 쾌적성과 개선되는 교통여건 등을 등에 업고 실수요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이다.

필자가 3~4년 전에 향후 3~4년 후에는 광교신도시 중심부 시세가 분당신도시 중심부시세를 넘는다고 하자 많은 분들이 그럴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현재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구정이후 올 한해 수도권 주택시장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발생할 것이다. 하나는 정부정책의 내성과 실망감이 너무 커지면서 이제는 시장참여자들이 정부의 정책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매매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전세대란과 2년마다 옮겨 다니며 한번 옮겨 다닐 때마다 동일한 주택을 매입할 때 소요되는 세금 등 부대비용보다 더 많거나 비슷한 이사비용과 시간낭비, 자녀교육의 불안정성, 집값이 오르는 곳은 여전히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까지 오르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지칠대로 지친 전세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정부정책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매매시장에 진입하는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에 기름을 부은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청약시장과 기존 재고주택시장의 편차가 올해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존 재고주택시장은 회복세가 더딘 반면 청약시장과 분양권시장은 상대적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망한 지역은 강남권 재건축 랜드마크급 대단지물량과 위례를 위시하여 수도권 2기신도시들의 약진이 올 한해에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방권 원정투자나 일부 고분양가 지방권 청약 등은 비교적 신중할 필요가 있고 수도권 투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무난할 것이다. 구정이후 부동산시장은 전세대란 속에 매매시장에 진입하는 실수요자들이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부성 대표 / 부동산富테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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