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섹터 / 반대 센터로 구역을 분할하는 등, 주민의사에 따른 맞춤형 대책 필요

1. ‘주민들의 뜻’이 가장 중요

재개발은 무엇인가? 주민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동네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 재개발을 ‘자력재개발’이라고도 했다. ‘주민 자력 재개발’을 줄인 말일 것이다. 주민들이 재개발해서 아파트를 1채씩 저렴하게 분양받고, 남는 아파트는 일반 분양해서 그 수익금으로 건축비용 등을 충당하는 식이다. 큰 건설회사도, 시행사도 재개발에서는 협력업체일 뿐이다. 재개발 사업의 주체는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이다. 요즘 유행하는 협동조합의 선조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재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지등소유자들의 뜻’이다. 토지등소유자들의 75%이상이 재개발을 원해야 재개발 조합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아파트를 분양하고, 부담금을 정하려고 해도, 조합원의 50%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재개발 조합을 해산하려고 해도 토지등소유자들의 50%이상이 해산을 원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을 뒤흔든 부동산 붐의 한 가운데에는 아파트가 있었다. 그리고 재개발은 서울 시내에서 멋진 새 아파트를 싸게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주민들은 자기 동네를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정치인과 시청에게 목소리를 높였고, 그 결과 서울에서만 수백 개의 동네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면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꼬일 대로 꼬인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도 ‘원칙’에 있다. 즉 ‘주민들의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2. 찬성 우세 구역에 대한 지원책

주민들의 다수가 재개발을 원하는 구역, ‘찬성 우세 구역’이라면 재개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주민들은 재개발을 하고 싶어 하는데,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대형 평형 위주로 설계를 했다가, 요즘 추세에 따라 소형 평형 위주로 설계를 변경하려면, 1~2년이 걸린다. 먼저 정비계획을 변경하고, 건축심의를 다시 받고, 사업시행계획을 인가 받고, 관리처분계획도 인가 받아야 한다. 각 단계마다 공람·공고, 지자체 의회 의견 청취, 관련 부서 의견 회람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사업비는 더 늘어나고, 주민들의 부담금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선 조치가 시급하다.

또한 국가에서 주민들에게 너무 많은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재개발을 하려면, 도로와 공원도 주민들 돈으로 만들어서 기부채납해야 한다. 소위 기부채납이라고 불리는 제도이다. 신축 아파트의 17~20%를 임대아파트로 지어서 지자체에게 건축비도 안 되는 헐값에 팔아야 한다.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 영업보상 등 보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학교용지부담금, 개발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도 내야 한다.

이런 제도들은 과거 재개발이 큰돈이 될 때,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는 명목으로 생긴 것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 입주용 분담금을 내지 못해, 아파트를 포기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복되거나 과도한 규제는 적절히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도로, 공원 같은 사회기반시설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해줄 필요도 있다. 사실 도로, 공원을 짓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조합이 해산된 구역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직접 예산을 투입해 도로, 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설치해 주고 있다. 그런데 조합에 대해서는 주민들 돈을 털어서 도로, 공원을 지으라고 한다. 이는 해산된 구역과 찬성 우세 구역을 차별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예산이 넉넉하진 않겠지만, 해산 구역과 찬성 우세구역 모두 시민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형평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3. 반대 우세 구역에 대한 출구 전략

주민들의 대다수가 재개발을 반대하는 구역, ‘반대 우세 구역’이라면, 조합을 해산하고, 재개발 구역에서도 해제할 필요도 있다. 현재도 이런 법률이 시행중이며, 많은 재개발 구역이 해제되었다. 주민들의 과반수가 해산동의서를 제출하여, 조합이 해산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조합이 해산되는 경우 그동안 조합이 사용한 사업비, 즉 매몰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매몰비용은 추진위원회는 수억원, 조합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추진위원회가 해산된 경우는 매몰비용의 70%까지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제 지원액은 50%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조합이 해산된 경우에 대해서는 법률에 규정이 없다. 경기도나 인천시 등 일부 지자체에선 자체 예산으로라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워낙 큰돈이라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국가에서 별도의 예산을 책정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조합이 해산되면, 재개발 구역에서도 해제되어, 그 동네는 보통의 동네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도로가 좁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상태 그대로 방치하면 자칫 동네가 슬럼화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후속조치로 도시재생사업이나 주거환경관리사업 등의 존치형 마을개선사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4. 사업 정체구역은 ‘과감한 구역 분할’

사실 더 큰 문제는 재개발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사업정체 구역’이다.

찬성 주민이 50~60%, 반대 주민이 20~30%, 관망 중인 주민이 20~30%인 경우인데, 서울 시내 수많은 재개발 추진위원회 중 거의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있다. 이런 경우는 재개발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해제되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상태에서 방치되어 있다. 현재의 법률이나 정부의 정책에는 이런 ‘정체 구역'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상태에서 시간만 죽이고 있어도, 사업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주민들간의 갈등이라는 무형의 사회적 비용도 계속 지출되고 있다. 정체 구역을 계속 방치하는 것도 좋은 정책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구역 분할’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을 제안한다.

재개발 구역 안에서도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은 섹터가 있고,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은 섹터가 있다. 통상 상가가 많은 섹터는 반대가 심하다. 이런 반대 섹터는 재개발 구역에서 분리하여 해제시켜주고, 찬성 섹터로만 재개발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출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활성화되면, 주민의사에 기반하여 정비구역이 재설계될 것이고, 찬성?반대 주민 간 갈등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실례를 들면 관악구 봉천13재개발구역의 경우, 전철역 인근의 블록은 상권이 활성화된 곳이라서 조합설립동의율이 60% 정도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블록은 동의율이 90%에 육박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동의율이 높은 블록을 분할하여, 그 블록만 재개발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구역 분할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광역지자체 차원의 정비구역 분할 지침 등의 도시계획 지침을 수립하고, 지자체가 적극 지원하여야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절차에 매몰되어, 재개발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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