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일반분양가가 3.3㎡당 4495만원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개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1만 4000여 가구의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전용면적 49㎡ 분양가격을 3.3㎡당 최고 4495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같은 주택형으로 역대 최고가였던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4164만원, 서초한양아파트 재건축)보다 300만원 이상 비싸다. 전용면적 49㎡ 아파트는 공급 면적 기준으로 20평 정도인데 9억 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 과연 청약이 제대로 될 것인지 화제를 모은 이 래미안 블래스티지는 그러나 3월 30일 평균 33.6대 1, 최고 78.1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주택은 59㎡A였다.

주택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가운데에서도 강남 재건축은 항상 고분양가를 유지했고, 거의 모두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토록 강남 재건축이 높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추론할 수 있다.

첫째, 노무현 정부 시절 강남재건축을 각종 규제로 묶어놓는 바람에 강남에 새아파트 공급이 최근 몇 년 동안 극히 적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강남재건축 규제를 풀어 주고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강남재건축이 진행됐지만 아직도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무리해서라도 강남에 집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아직도 줄을 길게 서 있다.

둘째, 투자 대상 아파트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저성장과 고령화사회가 시작되면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주택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는 수도권과 지방보다는 안전자산인 강남의 아파트가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으로 접어들수록 베드타운의 인기는 시들어가고 수익형 부동산이 각광받게 되는데,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 베드타운부터 값이 떨어지는 ‘저수지 물 빠지기’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마지막까지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 강남이라는 확신 속에 수도권 아파트 분양은 침체돼도 강남 아파트 분양은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아파트는 이미 실거주 시장으로 재편되었지만 아직도 과거 부동산 공화국 시절부터 지녀온 ‘아파트=돈’이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이나 지방의 아파트는 불안하니까 강남재건축만 고집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이다.

강남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올라가고 청약 열풍이 일어난다고 해서 이를 주택 경기 부흥의 신호탄으로 생각해서는 심히 곤란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시점에서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수요자들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주택 경기가 좋아지게 되면 강남재건축이 가장 먼저 오르고 그 뒤를 강남 일반아파트, 수도권 아파트, 지방 아파트가 순차적으로 따르면서 전국적인 주택 활황이 이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강남재건축을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라 했고, 주택 경기를 억누르려던 노무현 정부가 강남재건축을 규제했던 것이다.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 상당수가 실거주 차원이 아니라 투자 목적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당첨되기만 하면 몇 천만 원의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청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사람들이 계속 이어질는지는 의문이다. 주택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조짐이 보이게 되면 프리미엄을 주고 사려는 사람들은 급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투자 목적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계약금을 포기하고 잔금을 치르지 않는 사람들이 속출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프리미엄을 주고 강남재건축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강남재건축이 가장 먼저 오르는 상품이긴 하지만 가장 먼저 떨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투기 성향이 강하기 때문인데, 떨어지는 폭도 커서 손해가 막심할 수도 있다.

주택 경기가 침체되어도 강남재건축의 인기는 시들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강남에 새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주택 경기가 좋아지는 신호탄이기에는 저성장이라는 족쇄가 너무 강렬하다.

장인석 대표 /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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