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최고 주거환경 관련 NGO 만든 정비사업 분야 선구자

재건축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던 서울의 A단지에서 추진위원회 집행부가 시공사와 몰래 계약하면서 수억원의 뇌물성 자금을 받고 폭력배를 개입시키는 등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주민들은 단지의 주민 중 한 사람에게 “비리와 폭력으로 관철되고 있는 재건축사업을 바로잡아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고, 한동안 이를 고사했던 해당 주민은 사태가 점차 심각해지자 더 이상 이웃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결국 재건축 비리척결 운동에 나서게 됐다. 또한 끈질긴 시위와 점거농성 등에 앞장서 마침내 몰래 체결한 시공계약서와 5억원의 뇌물성 자금을 찾아내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정비사업 시민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 김진수 이사장(건국대학교 교수)이 정비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다.

사실, 김진수 이사장은 정비사업 시민운동에 뛰어들기 전부터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쳐왔다. 건국대학교 법학과 재학시절에는 정법대 학생회장을 역임하는 등 학생운동에 앞장섰고, 졸업 후 외국계 금융기관에 취업했을 당시에는 알게 모르게 내국인이 차별을 받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단위노조 위원장이자 전국외국계기업노조연합 의장을 맡기도 했다. 김 이사장이 정비사업에 뛰어든 것은 한참 노동운동에 전념하던 때였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외국계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바른’ 재건축사업의 진행을 위해 정비사업 분야에 몸담게 된 것이다.

김진수 이사장은 “안정적인 직장이던 외국계 금융회사를 다니며 부당한 차별이 없애기 위해 노동조합위원장을 맡았고, 어쩌다보니 전국위원장까지 맡게 돼 본사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감내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가족 등 주변에서 무엇보다 말렸던 것은 바로 재건축 시민운동에 뛰어들 때였다. 안정된 직장에서 편안한 삶을 보장받던 사람이 무엇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재건축에 뛰어드느냐며 결사반대하는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제대로 된 법ㆍ제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며 비리로 얼룩져가는 재건축 사업을 지켜보면서 올바르고 깨끗한 재건축 사업을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한다.

정비사업 시민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김진수 이사장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자신이 살고 있었던 아파트단지의 재건축사업을 바로 잡으면서 ‘재건축 비리잡는 포청천’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1998년에는 국내 최초 재건축 관련 단체인 ‘바른재건축실천전국조합연합회(이하 재건련)’를 설립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게 할 수 있는 법·제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민단체가 필요하다”는 김진수 이사장의 생각이 그 시발점으로, 재건련은 설립 직후부터 법ㆍ제도 개선운동 등에 앞장서면서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또한, 김진수 이사장은 지난 1999년 1월 주거환경신문의 전신인 재건축신문을 창간하기도 했다. 정비사업 분야 최초의 전문지가 탄생한 것. 김 이사장은 재건축신문 창간사를 통해 “철저한 대비책 없이 급속하게 진행된 도시의 비대화는 주택, 교통, 환경 등과 관련된 많은 문제점들을 야기했고, 특히 주택문제는 우리 모두의 기초적인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정부는 1970년대 이후부터 경제성장과 더불어 늘어나는 주택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주택의 품질보다는 물량 위주의 주택 고밀도 정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이 대규모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에 건립된 아파트들은 주택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건물의 구조 및 자재 등 모든 면에서 부실을 초래하게 됐고, 그 결과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의 재건축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게 됐다”며 “재건축신문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각종비리를 단절하고 부실시공 척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밝아지고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일선의 실천적 일꾼들과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재건축신문은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이루는 데 한알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김진수 이사장의 활동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A단지 재건축사업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과정에서 업무방해, 명예훼손, 공무집행방해 등의 명목으로 수십 차례 고소ㆍ고발을 당했고, 과거 노동운동을 했던 전력까지도 조사 받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구속이 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재건련 역시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됐다.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으로 명칭을 바꾸기도 했지만, 법·제도 개선운동을 펼침에 있어 ‘조합연합회’라는 태생적 한계는 정책당국 등이 재건련을 이권단체나 압력단체 정도로 치부하게 하는 꼬리표가 돼 개선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김진수 이사장은 2000년대 중반, 정비사업 분야의 올곧은 시민단체를 표방하며 현재의 주거환경연합을 발족했다.

주거환경연합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립인가한 ‘도시ㆍ주거환경정비’ 분야 국내 유일의 사단법인으로 설립직후부터 현재까지 도시ㆍ주거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분석을 토대로 부정비리ㆍ부실공사 척결을 위한 시민운동, 추진위원회ㆍ조합의 투명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활동, 민원상담 및 분쟁조정활동, 법률ㆍ제도개선 운동 등 재건축ㆍ재개발ㆍ뉴타운ㆍ리모델링사업 등 도시재생ㆍ주거환경정비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주거환경연합은 지난 2014년 말 국회 항의방문, 기자간담회, 토론회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통해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의 국회통과를 이끌어 내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모범적인 정비사업 조합·추진위를 발굴해 시상하는 ‘대한민국 주거환경대상’을 통해 정비사업에 드리운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과 편협한 시선을 개선해 나아가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주거환경연합이 법ㆍ제도개선과 함께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바로 조합 및 추진위원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사업이다.

정비사업의 사업성공이나 투명성강화를 위해서는 추진위ㆍ조합 대표자들의 전문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복잡다단한 정비사업의 특성상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진수 이사장은 주거환경연합 산하에 평생 교육원인 주거환경교육원을 설립, 정비사업 전문가를 양성하고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과 함께 진행하는 주거환경정비사업 전문가과정으로, 과정을 수료하면 시험을 거쳐 민간자격증인 ‘주거환경정비사’ 자격이 부여된다. 주거환경정비사업 전문가과정은 현재까지 교육생 1000명 이상을 배출한 정비사업 전문교육의 요람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주거환경연합은 이와 더불어 정비사업 추진단계별 교육, 투명성ㆍ전문성 교육, 지역별 맞춤 교육 등도 진행하고 있다.

김진수 이사장은 “개별 추진위ㆍ조합의 힘만으로는 정비사업 관련 법ㆍ제도 개선이나 조합대표자 처우개선 등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만큼 정비사업 현장의 목소리를 한데모아 이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고,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면서도 “아직까지 정비사업의 투명하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아름답고 살기 좋은 주민공동체가 뿌리를 내리는 그날까지 주거환경연합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년에 달하는 긴 시간동안 정비사업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한길을 걸어왔으면서도 또 다시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하는 김진수 이사장의 활동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정비사업 시민운동을 거쳐 정계에 진출하고자 꿈을 펼쳐온 김진수 이사장. 낙선이라는 고배를 마셨지만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늘 앞장서는 그의 노력은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지 않고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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