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서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진행과정에서 좌초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조합설립동의서 징구과정에 있는 일선의 현장들을 나가보면, 혹여나 사업이 중단되었을 때 기존에 투입된 비용에 대한 책임을 부담지게 될까봐 조합설립 동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기존에 매몰비용의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기에 이와 같은 토지등소유자의 걱정은 일응 당연해도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하급심 판례들은 일반 조합원들은 매몰비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판결들을 내놓고 있는 바, 조합 사업에 대한 참여를 결정함에 있어 매몰비용에 관한 고민은 내려두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2. 서울북부지방법원 2015. 10. 14. 선고 2014가합24239판결

앞서 나온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합 정관 제10조 제1항에서 조합원들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면서 그 제6호에서 ‘정비사업비, 청산금, 부과금과 이에 대한 연체료 및 지연손실금(이주 지연, 계약 지연, 조합원 분쟁으로 인한 지연 등을 포함함) 등의 비용 납부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한편, 위 정관 제33조가 조합의 원영 및 사업시행을 위한 자금 조달방법을 규정하면서 그 제4호에서 ‘조합이 금융기관 및 시공자 등으로부터 조달하는 차입금’을 명시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조합원인 피고들은 이 사건 조합에 부과금 또는 부담금 등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합의 정관은 조합의 내부 관계를 규율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정관 조항에 의하여 곧바로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하여 구체적은 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2호, 제60조 제1항, 제61조 제1항, 제3항, 이 사건 조합 정관 제34조 제1항의 각 규정 내용과 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공법인인 이 사건 조합의 채무를 그 구성원인 조합원들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는 조합원 총회 등에서 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정산하여 조합원들이 납부하여야 할 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분담시키는 결의를 한 때에 비로소 확정적으로 발생하고, 이와 같은 결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면 조합원의 이 사건 조합에 대한 부담금 채무는 아직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조합이 조합원들에 대하여 비용청구 또는 부담금 등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내부적인 의사결정 절차인 총회결의 등을 강제할 방법이 없고, 조합원 총회에서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거나 비용부담 결정 안건을 부결시켜 버린다면 채권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되므로, 조합원총회의 결의 없이도 이 사건 조합을 대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다투나, 원고들 주장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조합원 총회 결의 없이 피고들이 이 사건 조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채무를 균등하게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3. 결어

위 판례는, 조합 정관에 조합원들에게 부담금 납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조합 총회 결의 절차 없이는 조합원들은 조합에 대하여 부담금 채무를 부담하지 않고, 따라서 연대보증책임을 부담하게 된 조합 집행부 역시 조합을 대위하여 조합원들에게 그 부담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문의 02) 537-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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