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조합은 무단 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변선보 변호사 · 감정평가사 / 법무법인 한별
정비사업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이루어지면 이주가 시작된다. 정비구역에는 조합원 뿐만아니라, 조합원 소유 건물에 임차하여 생활하고 있는 세입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특히 임대차보증금을 내고 생활하는 세입자들은, 임대차계약이 남아있는 경우도 매우 많고, 임대차보증금을 받지 않고서는 이주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 많다. 그런데 집주인인 조합원도 보증금을 줄 돈이 없다고 버틴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도시정비법에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44조(지상권 등 계약의 해지)

①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지상권·전세권 또는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권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자가 가지는 전세금·보증금 그 밖의 계약상의 금전의 반환청구권은 사업시행자에게 이를 행사할 수 있다.

③제2항의 규정에 의한 금전의 반환청구권의 행사에 따라 당해 금전을 지급한 사업시행자는 당해 토지등소유자에게 이를 구상할 수 있다.

④사업시행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구상이 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당해 토지등소유자에게 귀속될 대지 또는 건축물을 압류할 수 있다.이 경우 압류한 권리는 저당권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⑤제48조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은 경우 지상권·전세권설정계약 또는 임대차계약의 계약기간에 대하여는 민법 제280조·제281조 및 제312조제2항,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1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9조제1항의 규정은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도시정비법 제44조에 따르면 정비사업이 시행되어 임대차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대차계약의 권리자는 임대차기간이 남아있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리고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해당 세입자는 사업시행자인 조합에게 임대차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조합은 우선 세입자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고, 그 금액에 대해 해당 조합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세입자가 임대인의 승낙없이 다른 사람에게 건물을 전대차를 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전차인도 사업시행자인 조합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을까?

사업시행자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를 대신하여 세입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며, 임대인의 동의를 얻지 못한 무단전차인은 임대인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으므로, 무단전차인은 사업시행자에게도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대법원 역시 위와 같은 사례에서 사업시행자는 무단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이 정비사업 구역 내의 임차권자 등에게 계약 해지권은 물론, 나아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청구권까지 인정하는 취지는, 정비사업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에 따라 그 의사에 반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는 임차권자 등의 정당한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한편, 계약상 임대차기간 등 권리존속기간의 예외로서 이러한 권리를 조기에 소멸시켜 원활한 정비사업의 추진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고 도시정비법 제44조의 입법취지를 설명하면서 “➀ 도시정비법 제44조 제3항은 임차권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사업시행자의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구상권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규정이므로, 위 조항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려면 토지등소유자에게 임차권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점, ➁ 도시정비법 제44조 제4항 또한 마찬가지로 토지등소유자의 임차권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 등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점, ➂ 토지등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무단 전차인 등의 경우까지 도시정비법 제44조 제2항에 기하여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 등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본다면, 다른 법률관계에서는 임대차계약상 그 임대인을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채권을 갖는 데 불과한 무단 전차인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기하여 임대인의 자력과 무관하게 보증금을 반환받게 되는 점, ➃ 이러한 결과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정한 임차권 보호의 취지와 부합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임대인의 무자력 등으로 구상을 하지 못할 위험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항, 제2항(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의 입법취지에도 어긋나는 점”등을 고려할 때 임차권자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 등의 반환을 구하려면, 임차권자가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는 경우라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문의) 02-6255-7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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