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무조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언론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단골메뉴이기도 하고 현재 가계부채와 관련한 섬뜩한(?) 기사들과 맞물려 공포감이 조성되는데 따른 필연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거의 자동적으로) 내려가는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금리가 오른다는 전제에는 예·적금 금리도 같이 오른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왜 새삼스럽게 이런 얘기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된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시중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오르고 이에 수반해서 그동안에는 예·적금 금리도 필연적으로 동반 상승하여 왔었다.

은행이 먹고 사는 일이 무엇인가? 예·적금을 받아서 대출해주고 예대마진을 챙기는 것이 주 업무이고 핵심적인 생존수단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르지만 예금금리도 오르고 예금과 대출간 간극(마진)을 통해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하는 업종이 바로 은행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대출금리는 오르지만 예금금리가 대출금리에 동반하여 같이 오르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은행의 이 같은 배짱 얌체행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1~2%오른다고 부동산에 흘러들어간 돈이나 흘러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돈들이 부동산시장에서 유턴하여 은행으로 돌아갈까? 그리고 시중 거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서 빠져나와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을까? 일부 영향은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금금리가 오르지 않는 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리와 부동산과의 상관관계를 논할 때는 대출금리보다는 예금금리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지금까지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는 물론 예금금리도 같이 올라갔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집값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은행에서 예금금리를 올려줄 생각이 전혀 없는 듯이 보이며 심지어 대출금리는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더 내리는 전대미문의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자 최근에서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해 감독에 나서고 있어서 대출금리의 빠른 상승이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나 예금금리는 더 올려주겠다는 은행은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시중의 예금금리가 현재 많이 주면 1.6%내외이고 1억원을 예치시 한 달 이자는 세후(=15.4% 원천세 공제 후) 약 11만원수준(160만원*1.6%*84.6%)이다. 하루로 계산하면 1억에 대한 이자로 하루 약 3770원정도 수령하게 된다. 3억을 예치하면 하루 1만1천원 남짓 받고 5억원을 예금하면 하루 약 1만8900원 정도를 수령하게 된다. 현금유동성이 많은 자산가가 10억원을 예치할 경우에는 하루 이자로 3만7700원(=한달로 계산시 약 113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이정도 예금금리라면 만족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피상적인 물가상승률 같은 추상적인 통계자료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1억에 대한 하루 이자 3770원은 일반적인 20~50대의 선남선녀들이 하루에 한잔정도 마셔줘야 직성이 풀리는 아메리카노 작은 사이즈 한잔값에도 못 미친다.

이정도 예금금리라면 부동산에 투자한 돈을 빼서 은행으로 맡길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상상이 가는가?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자가 늘어나니 대출받는 집주인들이 이자부담을 느껴 집을 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오류를 범하는 일도 드물다.

은행에서 예금금리를 현재의 대출금리수준(3.5%)으로 올리지 않는 한, 다시 말 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려서 은행에서도 할 수 없이 선심 쓰듯 예금금리를 2%수준으로 올려주고 대출금리는 예금금리 올리는 것보다는 늘 조금 높게 올리는 것이 은행의 본업(?)이므로 현재의 3.5%수준에서 예금금리인상분(2%인상)보다 좀 더 높은 약 3%~3.5%수준(현재 3.5%+추가 3%~3.5%=6.5%~7%))으로 추가적으로 올리는 시점이 도래한다면 집값에 영향을 미쳐 집값하락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시스템 상으로 필자는 이런 일은 수십년간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리라 단언한다. 집값은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무조건 떨어지는 게 아니고 금리측면에서는, 대출금리보다는 예금금리가 올라야 집값에 더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을 어렵게 돌아서 설명한 느낌이다. 각설하고 결론은 대출금리 1-2프로 오른다고 무조건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예금금리로는 시중은행에 예금시 5억원을 예치해도 한달 50만원 남짓에 하루 2만원도 받지 못하면서 물가상승률만큼의 원금은 계속해서 까먹게 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마치 은행에 보관료를 내는 형식으로 돈가치를 갉아먹으며 쥐꼬리조차도(?) 없는 수준의 금리수준이어서 부동산에 흐르는 시중의 막대한 부동자금이 은행으로 흡수되기 어려운 구조다.

그만큼 시중자금이 풍부하고 또한 은행입장에서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싼 예금과 금리를 올려주면서까지 자금을 수신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은행만 배불리는 구조다.

이는 결국 시중에 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이들 자금이 갈 곳이 없는데 부동산가격이 대출금리 1-2%오른다고 마냥 내려갈 것으로 보는 것만큼 순수(?)한 것도 드물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은행부터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하고 한은의 기준금리에 역행하는, 은행고객들은 피해를 보면서 은행만 배불리는 현재의 은행영업방침부터 단속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최근 은행의 대출금리산정에 대한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작지만 그나마 다행인 대책(=대출금리산정방식감독)이 나온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본다.

아울러 은행은 한은의 금리정책을 무시한 채 전대미문의 예대마진 폭리를 취하는 배짱영업을 통해 고객 뒤에서 웃음 짓는 것을 멈추고 이번 기회에 각성해야 할 것이다.

김부성 소장 / 부동산富테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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