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유일 주택공급수단 정비사업, 투기세력에 의한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인식

정부가 8.2대책을 내놓으며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이 강남 재건축을 필두로 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강화다.

현 정부는 정비사업에 대해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원지이자 투기세력의 집결지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집값 상승의 파급력이 큰 정비사업의 규제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개발 분양권 전매금지, 정비사업 분양 재당첨 제한, 임대주택 의무비율 강화 등 갖가지 규제가 도입됐으며 내년부터는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도 받게 된다. 또한 태풍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 역시 다시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경쟁력 강화 등 정비사업의 순기능은 배제한 채 투기의 온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민 실수요자 잡는 대출규제

이번 8.2대책에서 가장 많은 규제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이다.

서울, 세종,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에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강화되며 재개발 분양권 전매금지, 정비사업 분양 5년간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서울시 11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마포·노원·양천·영등포·강서)는 투기지역으로까지 지정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1건으로 제한된다. 더욱이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차주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돼 이 지역에서는 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 집을 가구당 사실상 한 채밖에 소유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만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목돈을 가지고 있기에 대출 축소에 대해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경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그만큼 주택구매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8.2대책으로 인해 전․월세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집마련이 힘들어진 서민주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출규제가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등 집단대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은 정비사업의 특성상 기존 주택을 멸실하고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까지 임시로 거주할 주택을 구하기 위한 자금을 대출받는 것이어서 투기 등과는 무관한데도 일률적인 규제를 가하면서 조합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LTV, DTI 40% 적용에 투기지역에는 가구당 1건으로 대출이 제한되면서 이주시 전세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단독주택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빌라, 다가구 주택 등은 아파트와 달리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면서 일부를 임대해주는 경우가 많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고 이주할 주택에 대한 전세자금까지 필요해 큰 금액의 이주비 대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강력한 대출규제를 적용하면서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퇴로 없는 재건축 조합원 양도 제한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양도 제한도 걸림돌이다.

지위양도 제한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조합설립 이후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매수자는 분양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지위양도 금지와 같은 효과를 가진다.

더욱이 현재는 조합설립 후 2년 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고 2년 이상 소유한 경우와 사업시행인가 후 2년 내 착공하지 못하고 2년 이상 소유한 경우 예외적으로 지위양도를 허용하고 있으나 국토부는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기간을 각각 3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다만 이를 소급해 적용하지는 않기로 했다. 국토부가 기존에 예외사유를 인정받은 단지에는 기존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2015년 8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둔촌주공과 같은 곳은 종전 2년 규정에 따라 착공시까지 지위양도가 가능하다.

조합을 설립하지 않는 신탁방식 역시 위탁자의 지위 양도를 제한한다.

현재 신탁방식 재건축은 조합설립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를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7월 조합원 자격과 동일한 위탁자의 지위 양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이 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 9일 이후부터 신탁방식 재건축단지가 지자체에서 지정개발자로 선정된 이후에는 위탁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이러한 재건축 조합원 양도 제한은 개인의 거주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조합원들이 매매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규제로 인해 이들의 매매가 원천봉쇄 되었다. 대출규제까지 가해져 분담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조합원들은 결국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부작용 양산하는 분양가상한제

이번 8.2대책에 구체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향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2015년 4월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탄력 적용하기로 하면서 이후 실제로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는 곳은 없었다. 주택 가격 3개월간 상승률 10% 이상 등 기존 정량 요건이 엄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거래량과 청약경쟁률 기준을 완화하는 등 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 요건을 완화해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서 적용지역을 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는 그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고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등 부작용의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동안 분양가는 상한제의 영향보다 경제상황과 주택시장 분위기, 주택 수급 상황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침해하는 분양가상한제의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인위적으로 일부 단지의 분양가를 제한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제도적으로 제한한 가격이 아닌 실제 시장상황에 따른 시세로 복원된다는 점도 문제다. 분양가를 낮춰 분양하더라도 입주시점이 되면 입지여건과 단지의 장점 등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어 결국 소수의 청약 당첨자에게 시세차익이 돌아가면서 오히려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

 

∥위헌, 이중과세 논란 초과이익환수제

이번 8.2대책을 통해 국토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유예 연장 없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사업장의 경우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을 받아 정상적인 주택 가격 상승분을 넘는 초과이익에 대해 일정 비율의 부담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최초 도입 당시부터 위헌 논란 등 많은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로 인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미 거래세인 양도세와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가 있어 이중과세의 논란도 있다.

더욱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주택가격의 특성상 초과이익을 정한 뒤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이에 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곧 투기로 보고 있는 정부의 낮은 인식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정비사업 진행 자체를 어렵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렇게 정비사업을 억누르게 되면 향후 주택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 폭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비사업이 단순히 개인의 부를 축적시키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가용택지가 부족한 도심 내에서 양호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점을 올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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