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유일 주택공급수단 정비사업, 투기세력에 의한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만 인식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정부가 8.2대책을 내놓으며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이 강남 재건축을 필두로 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강화다.

현 정부는 정비사업에 대해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원지이자 투기세력의 집결지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집값 상승의 파급력이 큰 정비사업의 규제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개발 분양권 전매금지, 정비사업 분양 재당첨 제한, 임대주택 의무비율 강화 등 갖가지 규제가 도입됐으며 내년부터는 초과이익환수제의 적용도 받게 된다. 또한 태풍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 역시 조건 완화를 통해 이르면 10월부터 부활될 가능성이 높다.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 지역경제 활성화, 도시경쟁력 강화 등 정비사업의 순기능은 배제한 채 투기의 온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8.2대책에서 가장 많은 규제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이다.

서울, 세종,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에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강화되며 재개발 분양권 전매금지, 정비사업 분양 5년간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서울시 11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마포·노원·양천·영등포·강서)는 투기지역으로까지 지정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1건으로 제한된다. 더욱이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차주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돼 이 지역에서는 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 집을 가구당 사실상 한 채밖에 소유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만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목돈을 가지고 있기에 대출 축소에 대해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경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그만큼 주택구매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8.2대책으로 인해 전․월세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집마련이 힘들어진 서민주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출규제가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등 집단대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은 정비사업의 특성상 기존 주택을 멸실하고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까지 임시로 거주할 주택을 구하기 위한 자금을 대출받는 것이어서 투기 등과는 무관한데도 일률적인 규제를 가하면서 조합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LTV, DTI 40% 적용에 투기지역에는 가구당 1건으로 대출이 제한되면서 이주시 전세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단독주택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빌라, 다가구 주택 등은 아파트와 달리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면서 일부를 임대해주는 경우가 많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고 이주할 주택에 대한 전세자금까지 필요해 큰 금액의 이주비 대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강력한 대출규제를 적용하면서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양도 제한도 걸림돌이다.

지위양도 제한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조합설립 이후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매수자는 분양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지위양도 금지와 같은 효과를 가진다.

더욱이 현재는 조합설립 후 2년 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고 2년 이상 소유한 경우와 사업시행인가 후 2년 내 착공하지 못하고 2년 이상 소유한 경우 예외적으로 지위양도를 허용하고 있으나 국토부는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기간을 각각 3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러한 재건축 조합원 양도 제한은 개인의 거주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조합원들이 매매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규제로 인해 이들의 매매가 원천봉쇄 되었다. 대출규제까지 가해져 분담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조합원들은 결국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10월말쯤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분양가상한제는 정비사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분양가는 경제상황과 주택 수급 상황 등에 더 큰 영향을 받기에 인위적인 가격 통제로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는 부작용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해서 그만큼 집값이 잡힐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인위적으로 일부 단지의 분양가를 제한하더라도 낮은 분양가에 따라 시세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입지여건과 단지의 장점 등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어 결국 소수의 청약 당첨자에게 시세차익이 돌아가면서 오히려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

더욱이 분양가를 제한하면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공급 감소로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을 집값 상승의 주범, 투기세력의 집결지 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심 내 양호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정비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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