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의사 왜곡과 불신감 조장할 수 있는 OS는 ‘이제 그만’

최근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각종 금품·향응 제공 의혹과 함께 일부 건설사의 신고센터 운영까지 나타나며 논란이 가중됐다.

이에 지난 30일에는 정부가 나서 수주과정에서 시공과 관련 없는 내용에 대한 제안을 금지하고 금품·향응 제공시 입찰 제한과 시공권을 박탈하겠다며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공자 선정 뿐 아니라 일반적인 총회에서도 각 조합들은 총회를 성사시키고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외주용역, 일명 OS(outsourcing)요원들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의 운영을 보다 손쉽고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된 OS가 오히려 투명한 운영을 방해하고 사업비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고 투명성과 비용절감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통칭 전자투표제로 불리는 ‘전자의결제’다.

전자의결제는 말 그대로 조합원들이 의사를 전자적 방법(스마트폰, 인터넷 등등)으로 표현해 의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동안 전자투표제로 통칭되어 왔는데 투표는 주로 선거 등에 국한될 수 있기에 총회 의결사항 등을 전반적으로 관장하기 위해서는 ‘전자의결제’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본지에서는 전자의결제의 필요성과 실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현장 접목 사례 등에 대해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조합원 의사표현 왜곡시킬 수 있는 OS

정비사업에서 OS요원은 사전적 의미보다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동의서 징구, 각종 총회 안건 설명과 결의서 업무를 담당한 외부 용역 인원들을 말한다.

OS요원은 원래 주식회사들의 주주총회에서 전국에 산재한 주주들의 의결을 모으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이들이 정비사업에 접목된 것은 1990년대 말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이 진행되면서 부터다. 각 건설사들은 수주전의 일환으로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객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보험설계사 등을 OS요원으로 활용했고 이후 각 조합에서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OS들은 조합원들을 방문해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업진행에 필요한 의결절차를 진행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외부용역의 특성상 OS요원들은 고용주인 조합이나 건설사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조합이나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조합원들의 의사가 왜곡될 개연성이 있다.

더욱이 일부 조합에서는 OS를 통한 서면결의서 위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해왔다.

상당수 조합에서는 총회 개최시 조합원의 참여가 저조해 총회 성원이 미달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OS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OS로 인해 정비사업의 투명성이 낮아지고 총회비용이 대폭 증가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조합과 조합원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조합 운영의 투명성 높일 수 있는 전자의결

OS를 통한 서면결의서 징구는 조합이 원하는 방향대로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지만 조합원 의사 왜곡이나 서면결의서 위조, 인력 동원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악영향도 커지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사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조장될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정비사업은 수많은 이해관계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합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신뢰관계를 해치게 되고 불신이 증폭되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고 사업지연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기에 조합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투명한 운영이라 할 수 있다.

일선 조합에서는 OS를 동원하지 않고 전자의결로 진행했을 때 혹여나 총회 성원이 부족해진다던지 비대위가 힘을 얻지 않을까 우려하는 곳들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전자의결제를 도입해 총회를 진행한 조합들은 하나같이 총회 비용절감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참석률도 높아지고 비대위가 오히려 사라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하고 있다. 진행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이 없어지면서 조합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졌다는 것.

전자의결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저스티스 파트너스 김상윤 대표는 “조합원들이 나이가 많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누구나 쉽게 의결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간단하게 시스템을 구축했기에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무리 없이 활용할 수 있고 이마저도 어려운 분들의 경우는 총회에 직접 참석하거나 일반적인 서면결의를 통해서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총회 책자를 보아도 안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조합에서 해당 안건을 설명하는 동영상과 같은 참고 자료를 전자의결 시스템에 첨부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의결 제도 정착 서둘러야

전자투표는 상장회사 주주총회, 집합건물 관리단 집회,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등 다른 법령에선 이미 법제화돼 시행 중이지만 정비사업에선 아직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도시정비법에는 단순히 정관에 따라 의결하도록 하고 있고 표준정관에는 서면으로도 가능하다고만 되어 있을 뿐 어떤 방법으로 서면의결을 하는 지에 대해서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지난 2015년 함진규 의원은 ▲임ㆍ대의원 선출 ▲총회 소집ㆍ안건 상정 ▲주요 협력업체 선정 등 정비사업에 있어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전자투표방식을 도입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입법발의했으나 개정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현재 도시정비법이나 정관의 개정이 없더라도 서면결의서 작성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전자적 방법에 의해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도록 총회 개최공고를 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의사에 의해 OS의 개입 없이 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

관련 전문가는 “OS요원에 의해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되는 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관 개정을 통해 OS요원이 개입해 호별방문을 통해 징구한 서면결의서 등의 효력을 부인하는 별도의 규정을 삽입해 OS요원에 의해 조합원의 의사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에서는 지난해부터 공공관리에 의한 임원선거에는 전자투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기존 정비사업 의사결정 방식의 단점으로 꼽히는 낮은 직접참석률, 서면결의 방식에 따른 위·변조 논란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하고 “법 개정을 통해 전자투표가 제도화되면 기존 서면결의 방식으로 인한 문제가 감소하고 사회적 비용도 줄어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임원선거에 한정해 운영되다 보니 조합에서는 임원선임과 다른 안건을 함께 총회 안건으로 올리고 OS를 임원선임이 아닌 다른 안건에 대한 홍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편법 운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정비사업은 과거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점차 체계를 갖춰가고 투명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더욱이 과거와 같이 뛰어난 사업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비용절감과 사업기간 단축이다. 이제 불필요한 용역비용을 줄이고 투명성과 신뢰회복을 통한 주민 갈등 감소로 사업지연 요소를 차단하는데 효과적인 전자의결제 도입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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