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서론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이주가 개시되었음에도 분양계약체결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가 이루어지면 통상 조합은 사업구역 내 거주하고 있는 소유자, 세입자 등에 대하여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명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데 이 소송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추후 분양계약체결을 진행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하며 인도를 거부하기도 한다.

물론 추후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해도 부동산을 인도하라는 판결은 내려진다. 이에 최근에는 명도 소송에서 항변하는 것에서 나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증거보전신청의 방법을 통해 소유 부동산에 대한 감정을 신청하며 조합의 인도 청구를 저지하려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그렇다면, 자칭 분양계약미체결 예정자들에 대한 위와 같은 증거보전신청에 관하여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하고 있을까. 당 법인에서 수행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7카기3012결정

가. 신청인(조합원) 측 주장내용

① 조합을 피고로 하여 현금청산금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려고 준비 중에 있으며, 위 소송에서 신청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감정절차는 필수적이다.

② 그런데 조합의 명도 소송 및 이후 강제집행절차를 통해 건축물이 철거되면 감정 목적물이 멸실 또는 훼손되어 감정을 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③ 그러므로 신청인 소유 건축물이 철거되기 전에 감정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

 

나. 피신청인(조합) 측 주장내용

① 이 사건 신청이 받아들여져 감정 등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신청인들이 감정가만을 확인하고 추후 분양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

② 신청인들이 이 사건 신청을 통해 “추후 그 증거가 사용될 소”를 제기할지의 여부 및 소 제기의 시점 또한 모두 불명확한 상황이라 할 것이므로 증거보전 신청의 전제인 “본소의 제기”자체가 불명확하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

③ 이후 건축물이 철거된다고 하더라도 각 부동산에 대하여 개발이익을 반영한 정당한 시가 감정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④ 이 사건 신청이 인용될 경우 그 결정은 사실상 철거금지가처분의 인용 결정과 동일한 법률효과를 발생하게 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다. 법원의 결정

관련 민사소송 및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서의 각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 증거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3. 결어

이주가 개시되면 이주비대출이 이루어지면서 조합은 엄청난 금융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금융비용은 온전히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원칙적으로 법원은 분양계약체결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조합원들이 조합의 인도청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을 일관되게 내놓고 있으며, 더불어 감정신청을 빌미로 한 증거보전신청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분양계약 체결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소유자의 법적 지위는 조합원이라는 점까지 보태어보면 위와 같은 법원의 입장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의) 02-537-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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