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 다분하고 형평성에 어긋나 폐지 또는 개선 1순위로 꼽혀

지난해 말로 유예가 종료된 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재건축 사업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2일 주택시장 현안 실무회의에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복지 강화에 투입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서울시 역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유예기간이 종료된 만큼 개발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며 “이미 국토부와 별도 TF를 구성해 재건축 부담금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자치구 설명회를 갖는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상 부과권자인 구청장이 부과하지 않는다면 국토부와 긴밀히 협의해 이행명령 조치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징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토부는 지난 19일에는 강남4구의 초과이익환수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원당 평균 4억4천만원으로 예상되며 가장 많은 곳은 8억4천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며 재건축 시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강남 재건축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진앙으로 지목하고 투기세력으로 인한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보인 것이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부담금 추정치에 전국의 재건축 조합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에서도 각 조합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체행동이나 위헌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조합들은 정부가 재건축 사업을 투기의 온상으로 치부하고 과도한 규제를 강제하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른 개발사업에는 부과되지 않는 개발부담금을 재건축 사업에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정비사업 중에서 개발이익이 가장 큰 것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 할 수 있는데 유독 재건축에만 과도한 부담금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과도한 부담금으로 인해 자칫 1주택 소유자가 부담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집을 팔아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재건축 조합에서는 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각종 특화 설계를 도입해 고급화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공사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초과이익을 낮출 수 있고 지역의 랜드마크로 조성되면 집값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지들이 늘어나게 되면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더욱 높아질 수 있어 정부의 집값안정 정책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익 계측의 공정성과 정확성 등 위헌 소지 다분

국토부는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미 과세 대상에 미실현이득을 포함시킬 것인가는 과세목적, 과세소득의 특성, 과세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또는 부담금이 헌법정신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며 위헌소지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인용한 헌재의 판결은 토지초과이득세와 관련한 내용이었으며 초과이익환수제와 비슷한 조항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먼저 토지초과이득세의 헌법 불합치 판정에서 요구된 사항 중 하나인 ‘과세 대상 이득의 공정하고 정확한 계측’이 중요하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초과이익 산정은 사업 종료 시점 주택가격에서 개시 시점의 가격을 뺀 금액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개시 시점의 가격은 공시가격으로 책정하고 종료 시점의 가격은 부동산 가격 조사 전문기관의 감정평가액에 따라 결정된다. 실제 공시가격보다 감정가격이 시세에 가깝기에 사업 시점의 가격은 낮고 종료 시점의 가격은 높게 계산되어 부담금이 과도하게 책정될 수 있다.

또한 과세 대상이 각 개인이 아니라 조합이라는 점도 문제다. 해당사업에 대한 이득의 계산이 적정하게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각 조합원에게 어떻게 적용시킬지에 대한 부분이 명확치 않다.

여기에 납세자의 담세능력에 대한 고려가 빠진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세금은 납세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건축부담금은 소득이나 대출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부과되고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자칫 과도한 부담금으로 주택소유자가 부담금을 납부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주택시장은 과거와 달리 언제든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는데 재건축 부담금은 미실현이익을 토대로 책정되기에 이후 시장가격이 변해 이익 규모가 줄어들었을 때에 대한 보완이 없는 점도 지적된다. 이 부분은 토초세에 헌법불합치 판정의 근거 중 하나였다.

양도세와의 이중과세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주택은 매매를 할 때 양도차액에 대한 양도세를 부담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적정이익과 초과이익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국토부, 서울시 관리처분인가 신청 철저히 점검

한편, 국토부가 최근 서울시 및 구청 재건축 담당자와의 회의에서 ‘관리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단지를 대상으로 절차나 신청서 등을 철저히 점검’하라고 주문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 신청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단지에 대한 심사 과정을 재확인한 뒤 문제점이 발견되면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 신청 단지가 늘어나면서 촉박한 시일에 따라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 관리처분 절차에 오류가 있거나 향후 재건축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심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한 뒤 아직 인가를 받지 않은 단지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 신반포 13차, 신반포 14차, 한신4지구,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진주아파트 등 10여 곳에 달한다.

이러한 국토부와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송파구에서는 지난 30일 잠실 미성·크로바와 진주아파트의 관리처분인가 신청에 대해 한국감정원에 타당성 검증을 의뢰했다.

이어 서초구 역시 관리처분인가 신청에 대한 한국감정원 검증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7개 단지 중 4개단지에 한국감정원 검증 의뢰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각 조합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리처분을 진행했고 인가서류를 접수했으니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을 압박하기 위해 너무 과도한 행정을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 역시 “서둘러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만큼 절차에 하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보완 절차 없이 바로 관리처분신청을 반려하게 되면 조합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잡기에 몰두한 나머지 무리한 규제를 계속 가하다보면 정비사업 자체의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도심 내 유일한 주택공급 수단인 정비사업이 위축된다면 공급 축소로 인해 오히려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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