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 목동 등 비 강남권에 직격탄 … 막무가내 규제남발 지양해야

김진수 교수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정부의 재건축시장에 대한 압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정부는 안전진단 기준을 변경하면서 평가항목 중 주거환경평가 비중을 기존 40%에서 15%로 낮추고 구조안전성 비중을 50%로 높였다. 생활에 불편함이 있어도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는 아파트는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더욱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쳐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30년의 재건축 연한을 채우더라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재건축을 진행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재건축 사업 중단으로 인한 공급부족으로 주택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대책으로 안전진단 강화를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정부는 과도하게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정상화 시켜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아 사회적 자원낭비를 줄이기 위해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을 투기세력에 의한 부동산 시장 불안의 진앙이라고 진단해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온 점에 비추어볼 때 정책적 목적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안전진단 실시 결과 거의 대부분의 단지에 해당하는 D등급 조건부 재건축에 대해 한국시설안전공단 등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한 점은 결국 재건축 자체를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더욱이 시설안전공단은 민간업체에 비해 구조안전성 평가 결과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거의 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재검토 과정에서 재건축이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입장으로 안전진단 강화를 들고 나왔지만 정작 안전진단 강화로 인한 영향은 비강남권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준공 후 30년이 지난 서울 아파트단지 가운데 안전진단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총 10만4천 가구로 이 중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노원구가 8761가구로 조사됐다. 양천·노원구가 전체의 31%를 차지하는 반면 강남 3구는 17%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와 결국 안전진단 강화로 인해 타격을 입는 곳은 강남권이 아니라 목동, 상계 등 신시가지가 밀집한 비강남권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미 강남 지역은 대부분 재건축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돼 집값이 오를만큼 오른 반면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비강남권 단지들의 재건축을 막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조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안전진단 강화로 새로운 재건축이 진행되기 어려워지면서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로 자금이 몰리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가뜩이나 벌어져 있는 강남·북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비강남권의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주민들은 주차공간이 부족해 퇴근이 늦어질 때마다 주차걱정이 앞서고 이중주차로 인한 불편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수도관 노후로 인한 녹물과 지붕 누수, 층간소음 등 주거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재건축만을 바라보며 버티고 있는데 갑작스런 안전진단 강화 방침에 납득할 수 없다며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무분별한 주차로 인해 화재발생시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상황이고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아 지진소식을 접할 때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며 구조적 안전성에만 의존하는 재건축 기준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상계, 목동 등 신시가지 아파트 중 준공 30년 정도가 된 단지들은 대부분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아 지진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최근 경주·포항 지진에서 확인했듯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점을 감안할 때 재건축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진 대응에 대한 구조안전 평가 비중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안전진단 강화 방침을 볼 때 이 부분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 참여정부의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강력한 규제를 통해 수요억제를 유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에 심각한 왜곡만을 야기했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는 결국 도심 내 양호한 주택공급을 차단시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택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