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안전 50%로 확대, 조건부 재건축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연일 재건축 규제 강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엔 정부가 안전진단 강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단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0일 국토부는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50%로 확대하고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그간 재건축 사업추진을 결정하는 첫 단추인 안전진단의 절차와 기준이 지속 완화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현재 안전진단은 사업 추진 필요성을 결정하는 본래의 기능이 훼손되고, 형식적인 절차로서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시장 과열과 맞물려 재건축 사업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추진되어 많은 사회적 자원 낭비와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고 밝혔다.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살펴보면 일단 시장‧군수가 안전진단 실시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인 현지조사 단계부터 전문성 있는 한국시설안전공단 및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진단 평가항목에서는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50%로 늘렸다.

현재는 구조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노후도 30%, 비용분석 10%로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나 이를 구조안전성 50%, 주거환경 15%, 시설노후도 25%, 비용분석 10%로 변경해 구조적 안전성이 떨어지는 경우에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친 후 재건축을 추진하도록 했다.

이번 정부의 발표로 30년의 재건축 연한이 도래해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단지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강남권 단지들은 이미 대부분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안전진단 강화에 의한 피해는 상계, 목동 등 비강남권에 집중된다”며 “정부가 강남권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며 오히려 강남 재건축의 희소성만 올리는 차별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준공 후 30년이 지난 서울 아파트단지 가운데 안전진단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총 10만4천 가구로 추정된다. 이 중 비강남권인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가장 많고 노원구가 8761가구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양천구와 노원구의 비중은 서울 전체의 31% 수준이고 강남 3구는 1만7567가구로 전체의 약 17%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건축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의 생활의 질을 높이고 도심내 양호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인데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재건축 규제를 남용하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특히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이나 소방시설의 설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건축물은 신속하게 재건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아파트 주민은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고 저녁마다 주차문제로 씨름하는 데 지쳐있는데다 화재시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상황이고 내진설계도 되어 있지 않아 안전상의 문제까지 겹쳐 재건축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제와서 건물이 무너질 정도가 되지 않으면 재건축이 어렵다고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여론은 전자공청회 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28일 기준 정부 국민신문고에 따르면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일부개정 고시안 행정예고’ 전자공청회 게시판에는 찬성 의견 18건, 반대 의견 1261건이 올라와 반대 의견이 98.6%에 달한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단지들이 모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단체행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상당수 단지들이 안전진단 강화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하면서 국토부 면담과 서울시·각 구청 등에 공동 항의 서한 전달 등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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