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환기시스템 의무 설치, 실제 활용은 미미

최근 공기가 깨끗한 날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각종 질환을 야기하기에 이를 피하기 위해 각 가정마다 공기청정기는 필수가 됐다.

최근에 신축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개별환기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다. 이러한 환기시스템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고 잘 관리된다면 공기청정기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실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기시스템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입주민들 역시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두고 있는 실정이다.

실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도입된 환기시스템이지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할 수 있다.

 

∥유지관리 어려움으로 인해 대부분 사용하지 않고 방치

국토부에 따르면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2006년 이후 건설 승인을 받은 1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실내 환기 설비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환기시스템이지만 현재 일반 가구에서 환기시스템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 가구에서는 환기시스템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고 필터교체 비용과 구동에 따른 유지비용에 부담을 느껴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환기시스템을 가동하면 천장 등에 설치된 배기구를 통해 실내의 오염된 공기가 빠져나가고 흡입구로는 외부 공기가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필터를 거치면서 미세 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을 걸러내게 된다.

또한 현재 환기시스템에는 외부와 실내의 온도차이로 인해 환기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열교환기가 설치되어 있다. 전열교환기를 거치게 되면 외부로 새어나가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환기시스템에는 종이필터 방식의 전열교환기가 포함되어 있다. 종이필터방식은 열회수 효율은 높지만 장기간 사용하게되면 종이필터 사이에 먼지가 끼면서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어 교체가 필수적이다. 또한 전열교환기에 결로현상이 발생해 곰팡이 등이 번식하기도 한다.

때문에 최소 1~2년에 한번씩 필터를 교체해주어야 하지만 교체비용이 10만원 정도에 달해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환기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가구에서는 필터를 교체하지 않고 사용하다 냄새가 나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예 가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체가 필요치 않고 세척이 가능한 고효율의 PVC필터 등도 있지만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

또한 4계절이 뚜렸한 우리나라에서는 실내외의 온도차가 큰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환기시스템에 결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온도가 5℃ 이하로 내려가면 결로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특히 겨울 혹한기에는 결빙이 발생해 환기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 환기시스템에는 전열기구인 프리히터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프리히터는 600W 정도의 전력을 소모하게 되는데 이는 일반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의 전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도차가 있는 곳에 결로 현상은 당연한 일인데 그것을 막기 위해 히터를 설치해 구동하는 것은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며 “초기 설치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지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프리히터를 설치하는 것보다 배수관을 설치해 결로된 수분을 배수하는 장치를 도입하고 결빙의 경우는 실내공기 순환 방식으로 해빙시켜 배수시키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에너지 효율 높인 스마트 환기시스템 중요

정부는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2025년 제로에너지주택 의무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주택의 연간 에너지 사용 및 그에 따른 탄소 배출 효과가 0이 되는 100% 에너지 자립형 주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벽체와 창호의 단열 등 성능의 향상과 환기, 조명, 설비, 가전 등의 효율 향상으로 주택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로에너지주택 로드맵에 따라 단열기준이 강화되면서 벽체와 창호 등 외피에 의한 열손실은 크게 줄어들었으나 환기부문은 과거 20% 수준이었던 것이 40%까지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창호를 통한 열손실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건기연은 “과거 창문을 통한 자연환기방식에서 점차 기계횐기방식으로 전환되고 있고 환기에너지 절약을 위해 열회수환기장치가 보급되고 있으나 구동에 따른 전력소비 증가와 소음발생, 필터 교체 등 유지비용 증가로 인해 실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환기시스템의 성능 개선과 제어방법 등에 대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프리히터를 사용하지 않고 시스템 자체에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방법 ▲압력손실을 줄여 환기 효율을 높이고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저정압 환기유닛과 덕트 설치 ▲필터교환이 용이하거나 세척 등으로 필터교환이 필요치 않은 구조 ▲IoT 기반의 편리한 사용스위치 등을 제시했다.

현재 국토부의 기준에 따르면 환기시스템의 환기량은 시간당 0.5회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시간당 0.5회의 환기량은 1시간 만에 전체의 50% 공기를 교체하는 양이다.

최초 도입당시 시간당 0.7회 이상이었던 환기기준이 2013년 개정에서 시간당 0.5회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당시 국토부는 “과다한 환기기준에 따른 에너지 과소비와 건축비 증가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축아파트의 경우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포름알데히드 등 각종 유해 물질이 많고 미세먼지 등으로 자연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환기량을 늘리고 대신 제품의 열교환 효율과 구동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집안 청소나 주방의 음식물 조리 등으로 급속 환기기 필요한 상황에서 시간당 0.5회의 환기시스템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세먼지 등으로 창문을 열어 자연환기를 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환기시스템으로 급속환기와 통풍환기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6회 이상의 환기량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환기유닛과 덕트의 공기마찰 저항을 개선한 저정압 시스템을 도입하고 환기팬의 용량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현재와 같이 전체 세대를 같이 환기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각 실별로 개별 환기가 가능한 실별환기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별환기시스템은 환기가 필요치 않은 곳은 환기장치를 닫고 필요한 곳만 환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주방의 음식조리 등으로 인한 급속환기가 필요할 때 다른 곳을 차단하고 해당 지역만 최고 출력으로 환기를 진행하면 시간당 6회 이상의 급속환기가 가능하다. 또한 평소에 환기가 필요치 않은 곳은 실별로 제어가 가능하기에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 환기시스템은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서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기에 대부분의 건설사에서는 공사원가 절감을 위해 성능과 관계없이 설치기준에만 적합하면 가능한 한 저렴한 제품을 설치하고 있다. 실제 입주민들은 어떤 환기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지 관심을 갖지 않고 확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의무도입 기준에 따라 설치는 하고 있지만 관리가 어렵고 유지비용도 많이 들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환기시스템.

새집증후군, 미세먼지 등으로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저 구색 맞추기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이 높고 성능이 뛰어난 환기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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