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앞두고 만난 뜻밖의 암초에 분통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영등포구 신길8구역이 난데없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분양가상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분양을 진행하기 위해 보증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에서 HUG측이 “분양가를 자사의 지침에 맞게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 고분양가 사업장 관리나선 HUG

HUG는 지난해 3월 31일부터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시행하고 있다.

기준의 시행과 관련해 HUG는 “고분양가가 타 사업장으로 확산되면 입주시점에 시세가 분양가에 못 미칠 경우 다수의 사업장에서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주택시장 침체 시 HUG에 심각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며 “고분양가 사업장 확산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과 보증리스크 관리를 위해 변화된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발표 당시 위 기준은 서울 전 지역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위주로 신규주택 공급이 예정된 지역 중 고분양가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과 우려지역으로 구분했으며, 이에 따라 HUG는 관리지역 내 고분양가 사업장은 보증거절, 우려지역 내 고분양가 사업장은 본사심사 후 보증취급여부를 결정했다. “서울 및 재건축‧재개발 지역은 기반시설 및 입지여건이 우수하고 신규주택 공급량이 부족해, 고분양가로 분양성공 시 타 지역으로 고분양가 확산이 우려된다”는 것이 당시 HUG의 판단이었다.

이후 HUG는 지난 4월 23일 해당 기준을 변경, 당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으나 고분양가관리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은 지역을 추가 선정했으며, 고분양가 관리지역과 우려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단일화하고 “고분양가 사업장 기준에 해당되는 경우 보증을 거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려지역과 통합‧변경된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서울 전 자치구, 경기 과천시, 세종시,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남구‧수영구‧연제구‧동래구 등이다.

한편, 고분양가 사업장은 3.3㎡당 분양가가 ‘인근기준’과 ‘지역기준’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중 인근기준은 ‘사업장의 평균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분양가 또는 평균매매가의 110%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하며, 비교대상 아파트는 입지․세대수․브랜드 등이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 분양 진행 중인 아파트, 준공아파트 순으로 선정된다.

지역기준은 사업장의 평균분양가 또는 최고분양가가 해당 지역에서 입지 ․ 세대수 ․ 브랜드 등이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분양가 또는 최고분양가를 초과하는 경우다.

분양을 진행하기 위해선 분양보증이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각 정비사업 현장의 입장에서는 위 기준에 따라 HUG가 강요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생긴 셈이다.

 

∥ 갑작스러운 입장변화, 원인은?

분양보증과 관련한 HUG의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각 정비사업장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당 기준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했다. 이는 신길8구역 역시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한 만큼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신길8구역은 “산술평균분양가와 가중평균분양가의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HUG의 갑작스러운 입장변화로 분양가 책정에 골머리를 앓게 됐는데, 이는 서울 마포구 내 한 사업장의 사례가 큰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분양을 진행한 해당 현장은 층별 분양가가 최대 4억원 이상 차이나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몇 해 전 같은 건설사가 분양한 인근 아파트보다 고층의 가격은 1억원 이상 비싸고 1층은 1억원 이상 낮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 신길8구역 조합, “조합원당 평균 3천만원 피해 예상”

신길8구역 재개발조합 공창남 조합장
신길8구역 재개발조합측은 기존 HUG의 기준에 맞춰 분양가를 산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을 고지하고 관리처분까지 끝마쳤다. 또한, 분양에 앞서 지난 2월부터 HUG측과 분양가 협의를 시작해 당초 3월에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HUG의 입장변화로 분양가와 관련한 협의가 계속되다보니 당초 3월로 계획했던 일반분양을 현재까지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길8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 공창남 조합장은 “HUG가 지금까지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분양가 사업장 인근기준, 지역기준에 따라 분양보증 업무를 진행해 온 만큼 우리 조합 역시 이에 맞춰 일반분양가를 책정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월초 마포구 한 사업장의 분양가 산정 시 문제점을 지적한 각종 언론보도 등에 따른 달라진 내부 지침을 이유로 갑자기 새로운 분양가 산정 방식을 적용해 우리 구역 분양가를 인근 단지보다 낮게 책정하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창남 조합장은 “유일한 분양보증기관이자 전문 공기업인 HUG가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의 기준을 아무런 경과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강요하는 것은 보증을 담보로 한 횡포나 다름없다”며 “분양가를 기존 기준대로 하지 않고 인근구역보다 낮추게 되면 조합원당 평균 3천만원 피해가 예상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분양보증과 관련된 신길8구역과 같은 사례는 부동산 시장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분양보증을 무기로 시장에 맡겨야할 분양가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인근 단지에 비해 저렴한 분양가를 강요하는 것부터 문제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불고 있는 ‘로또분양’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투기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 투기 근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도 반한다.

HUG가 각 정비사업 현장의 현실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공창남 조합장은 “우리 구역은 강남권처럼 3.3㎡당 5000만원에 근접하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구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라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특히, 우리와 같은 재개발사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기반시설 및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진행되는 만큼 조합원들의 경제여건 또한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의 수익원인 분양가를 인근보다 낮추라고 하는 것은 사업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물가상승 등에 따라 분양가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에 이전의 분양사례가 있다면 그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해야 하는 기준의 맹점도 문제다. 일례로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매년 신규분양이 진행된다면, 해당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10년 동안 같은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는 각 현장들이 신축 단지의 특징 등과는 무관하게 어쩔 수없이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이유로, 자칫 “주택품질의 저하까지 우려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신길8구역 조합측은 “사업일정 상 더 이상 분양을 늦출 수는 없다”고 판단, 오는 5월 19일 대의원회를 개최해 분양시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HUG가 분양가 산정 지침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는 만큼 5월 25일 분양을 개시하는 안과 HUG 지침의 변화 상황을 조금 더 기다려보고 6월에 분양을 개시하는 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분양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암초를 만난 신길8구역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분양보증과 관련한 HUG의 입장이 다시 한 번 변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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