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기부채납에 층고제한까지 … 갖가지 규제 정책에 이중고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이 이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여타의 정비사업장과는 달리 사업 막바지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어떤 이유일까.

 

∥ 이문1구역은?

현재 나와 있는 사업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257-42번지 일대 14만4964㎡를 대상으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문1구역은 건폐율 22.42%, 용적률 232.85% 등을 적용해 지하 6층~지상 27층 공동주택 40개동 및 부대복리시설이 지어질 예정이다. 공동주택은 전용면적별로 33㎡형 임대주택 252세대, 43㎡형 임대주택 205세대, 52㎡형 324세대, 56㎡형 임대주택 54세대, 59㎡형 850세대, 72㎡형 389세대, 84㎡형 739세대, 99㎡형 90세대 등 2903세대로 계획돼 있다.

이문1구역은 구역 서쪽으로 천장산에 인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의릉과 접한 지역으로 500m 이내에 한국외국어대, 경희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이 위치해 있어 교육과 자연환경 여건이 양호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문1구역 주민들은 이러한 입지를 발판삼아 지난 2004년 6월 추진위원회를 승인받으며 재개발사업에 나섰으며, 2008년 12월 조합설립인가, 2010년 3월 사업시행인가, 2016년 2월 사업시행변경인가, 2017년 3월 관리처분인가 등의 사업진행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 2016년 2월 4일 고시된 사업시행변경인가 시에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사항 등을 반영해 세대수를 약 500여 세대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문1구역은 관리처분인가와 맞물려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조합원들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날 정도로 늘어난 부담금으로 인해 갈등이 증폭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합 임원들의 비리문제까지 불거져 임원들이 해임되면서 사업진행에 큰 위기를 맞게 된 것.

이후 지난 1월 27일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정금식 조합장을 포함한 조합임원을 새롭게 선출하고 사업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과도한 분담금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 과도한 분담금, 무엇이 문제인가

과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될 정도로 큰 호황을 이뤘다. 조금 과장해 낡은 주택 등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만 하면 비싼 값에 팔리는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일면 납득이 가는 비유였다.

하지만 현재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각 구역들의 현실은 이와는 큰 괴리가 있다. 사업성이 좋은 대부분의 정비사업장은 이미 사업을 완료했고, 현재 남아있는 현장들은 대부분 비례율이 100% 미만의 ‘한계사업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과 관련된 각종 법‧제도 및 정책들은 여전히 정비사업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는 것을 전제로 시행되고 있어 많은 정비사업현장들이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거환경연합 등을 중심으로 많은 추진위‧조합들이 법‧제도 개선 운동에 나서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이문1구역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문1구역 조합측이 분담금이 과도하게 발생될 것으로 보이는 원인과 맞물려 가장 먼저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바로 국공유지 무상양도에 대한 부분이다. “줄 것은 주지 않고 빼앗아만 가는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 실제로 현재 나와 있는 사업계획에 따르면 이문1구역 조합원들은 현재도 공원이 조성돼 있는 부지를 유상매입한 후 새롭게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 해야 하고, 사업장에 인접한 도로 확장을 위해 인근 토지 역시 유상매입해 기부채납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정금식 조합장은 “이문1구역 조합원들은 재개발사업을 진행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현황도로를 돈 주고 사서 실제 6차선 면적에 달하는 4차선도로를 만들어 기부채납 해야 하고, 존재하고 있는 공원 국유지를 유상 매입해 더 나은 환경의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여기에 더해 우리 구역에 포함되지도 않은 대지까지 사서 도로를 넓혀야 하는 것 등까지 감안하면 약 750여억원을 들여 국공유지를 매입해 850여억원에 달하는 기반시설을 설치, 기부채납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금식 조합장은 “서울시가 강행규정인 정비기반시설 관련 국공유지 무상양도 규정이나 2008년 나온 대법원 판례, 2009년 10월 19일자 서울시 내부 문서인 ‘정비기반시설 중 도로의 정의 및 무상양도 기준 통보’ 등에 따라 정상적으로 정책을 펼쳐나가기만 해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대한 정책 당국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역 인근에 위치한 문화재인 의릉과 관련된 층수 제한 역시 이문1구역 조합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현재 사업계획에 따르면, 신축 공동주택 중 의릉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건물의 경우 6~7층으로 층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인근 기존 공동주택과 비교했을 때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는 것이 조합측의 설명이다.

정금식 조합장은 “현재도 우리 구역보다 의릉에 더 가까운 19층 규모 아파트 단지가 존재하고 있다”며 “문화재는 국민들이 가까이서 정신을 배우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인 만큼 도시계획과 문화재 보호정책 상호 연계되도록 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조합, “사업진행하며 문제 개선할 것”

앞서 언급한 국공유지 무상양도를 둘러싼 문제나 문화재에 따른 층수 제한 문제 외에도 저평가된 종전자산가격 및 주변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조합원 분양가격, 과다 계상된 상가분양가격 등 이문1구역이 풀어야할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언뜻 생각하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정체가 불가피하게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문1구역 조합측은 조합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제 해결을 이유로 사업을 지연시키기 보다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이문1구역은 오는 8월 중 이주를 시작할 예정으로, 오는 6월 30일 이를 위한 ‘2018년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동대문구민회관에서 열리는 이날 총회에는 ▲대의원 보궐선임의 건 ▲2018년도 조합운영비 및 사업비 예산(안) 승인의 건 ▲협력업체 용역계약 선정의 건 ▲총회 의결사항 중 대의원회 위임의 건 등이 상정될 예정이다. 협력업체 관련 안건에서는 이주비대출 은행 및 이주업무 행정지원 업체, 범죄예방 업체, 주택도시보증공사 업무지원 업체, 현금청산자 수용재결신청 업무지원 업체, 현금청산자 보상평가를 위한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한다.

정금식 조합장은 “총회가 끝나면 곧바로 이주를 위한 공고와 함께 세부적인 이주절차에 대해 안내하고, 이주가 진행되는 동안 불합리한 정책 및 사업진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조합원들의 귀중한 재산과 권리를 회복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금식 조합장은 “우리 이문1구역 주민 대부분은 한국전쟁 이후 청계천 복개를 위해 조선후기 시대의 공동묘지를 이전하고 도시영세민을 강제적으로 이문동으로 집단 이주시켜 정착한 60~70년 된 마을 원주민으로, 실제 60% 수준에 불과한 현재의 비례율로는 10%의 원주민도 재정착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다행스럽게도 변호사나 국공유지 무상양도 관련 전문가 등도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만큼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정금식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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