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서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45조 제1항 제4호 및 제137조 제5호(구 도정법 제24조 제3항 제5호, 제85조 제5호)는 사전에 총회의결 없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에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한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됨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의결이라 함은 “사전 의결”을 의미한다는 것이 일관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인바, 사후 의결은 허용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사전 의결이 있긴 했으나, 의결했던 것과 실제 체결된 계약 내용에 변경이 발생하였다면 이 역시 처벌 대상이 되는지 문제될 수 있다.

 

2.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1202판결

(1) 사실관계

① A조합은 시공사로부터 사업비 2,030억원과 이주비 1,170억을 차용하는 것에 대한 조합 의결을 받았는데 사업추진표에는 이주비를 차용함으로써 조합이 부담하여야 할 이자 총액 201억원이 금융비용으로 포함되어 있었다(이주비는 조합원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용하고 조합은 이주비의 이자만 사업비로 부담).

② 조합은 이주비 대출 이자를 CD금리 + 3% 이내로 정하고,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금융기관을 선정하여 자금을 차입할 권한을 대의원회에 위임하였다.

③ 이후 조합장 B는 시공사와의 사이에 사업비 1,999억 및 이주비 1,434억원을 차용하기로 하는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주비 대출 협약은 가장 유리한 조건인 이율 연 2.98%를 제시한 C은행과 체결하였다.

④ 그러자 증액된 이주비에 관한 별도의 총회의 의결이 없었다는 이유로 B는 도정법 위반혐의로 기소되었고, 1, 2심은 B에게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 내용

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에서 사전에 의결하기는 어려우므로 위 구 도시정비법 규정 취지에 비추어 사전에 총회에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이 비록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에서 기존 총회에서 예정한 1,170억원보다 264억원을 초과한 총 1,434억원의 이주비를 대출받는 것으로 약정하였더라도 그로 인한 총 이자가 총회에서 의결한 이주비의 금융비용 201억원을 넘지 않음은 계산상 명백하다. 오히려 피고인이 총회에서 의결한 예상 이율보다 훨씬 낮은 연이율 2.98%로 이주비를 대출받음에 따라 그로 인한 이주비의 총 금융비용 역시 총회에서 예상한 금액보다 감소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이주비의 대출금액이 얼마이든 그로 인한 조합의 부담은 이자에 국한되고 그 이자의 총액과 이율의 한도를 이미 총회에서 의결한 후 그 이자와 이율의 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주비를 차용한 이상 피고인으로서는 조합원의 부담이 될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에서 정한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쳤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결어

위 대법원 판결은 도정법 제45조 제1항 제4호, 제137조 제5호를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조화롭게 해석한 점에 의의가 있는바, 그 결론 역시 지극히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문의) 02-537-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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