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구역지정 해제처분 취소 판결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111-3구역이 드디어 구역 해제 위기에서 벗어났다. 정비구역 해제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다투는 소송(2017구합70145)과 관련해 최근 수원지방법원이 “구역지정 해제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로써 장안 111-3구역은 오랜 기다림 끝에 사업진행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장안111-3구역은?

지난 2008년 11월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데 이어 2009년 10월 28일 조합설립을 인가받으며 재개발사업에 나선 장안111-3구역은 두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2011년 3월 건축심의를 통과하는 등 나름의 사업진행을 보이기도 했으나, 부동산 경기침체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수년간 사업이 정체돼 있던 구역이다.

또한 지난해 4월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 속에 임시총회를 개최해 “지지부진 했던 그동안의 정체를 잊고, 사업정상화에 힘쓰자”고 중지를 모으는 한편, 시공자측으로부터 중단됐던 사업비 대여금을 받는 등 상황이 급변해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 또한 커진 상황에서 구역해제 논란으로 몸살을 앓게 됐다.

수원시가 지난해 5월 8일자로 정비구역 해제를 위한 공람․공고를 진행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는데, 알고 보니 총회를 며칠 남겨두고 이미 구역해제 동의서가 접수됐던 상황이었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수원시가 공람․공고 개시 이틀 뒤인 5월 10일 해당 공람․공고의 취소 공고를 냈다는 점이다. “수원시 정비구역 등의 해제 기준 제4조 제1항 제2호에 의한 정비구역의 해제 요건 미충족”이 공람․공고 취소사유였다. 해당 기준 조항은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 또는 토지면적(국‧공유지 제외)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토지소유자의 동의로 정비구역 등의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후 수원시측은 구역해제 동의 보완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 4일 다시 한 번 구역해제를 위한 공람․공고를 실시했으며, 10월 23일 정비구역지정을 해제했다.

이에 장안111-3구역 조합측은 “정비구역 해제동의서의 동의율이 충족되지 않으면 당연히 접수된 서류를 반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청측은 조합 동의서 징구 규정인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8조 등을 적용해 보완기간을 준 데 이어 두 차례나 기간을 연장했었다”며 “게다가 해제동의서를 철회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에게는 보완 기간 동안에도 철회의 기회를 불허하고, 해제를 동의하는 조합원들에게는 동의서를 보완해오라고 시간을 주고 있으니, 이는 누가 봐도 불공평한 것 아니냐.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제 공람․공고부터 진행했다가 곧바로 취소공고를 낸 것만 봐도 시의 의지가 구역해제 쪽에 편향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구역해제의 절차상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위 소를 제기했다.

 

∥ 수원지법, “해제 동의율 부족하다”

소송을 담당한 수원지방법원 제5행정부는 “유효한 해제동의를 한 토지면적을 다시 계산하면 46.69%로 해제요청을 위한 요건으로 규정한 동의율에 미치지 않는다”라며 “장안111-3구역에 대한 구역지정 해제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는 그 결과와는 별개로 구역 해제 동의와 관련한 법원의 다양한 판단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중 몇 가지 부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토지면적 비율을 해제 동의율 기준으로 정할 수 있는 지 여부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구 도시정비법(2017년 2월 8일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의2 제1항은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 정비구역지정 해제 등을 조합설립인가의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조합 설립인가의 필요적 취소사유다. 그런데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면적의 50%를 초과하는 토지면적의 토지소유자들이 정비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경우 조합은 정비구역의 지정을 반드시 해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의 지정 해제 여부에 대해 검토하는 과정을 진행하므로, 정비구역 지정 해제 여부에 관해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이처럼 구 도시정비법 제16조의2 제1항 제3호가 정비구역의 지정이 해제되는 경우를 조합설립인가의 필요적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토지면적의 50%를 초과하는 토지소유자가 정비사업의 추진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했다는 것만으로 재량 행사의 여지 없이 반드시 정비구역의 지정 해제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도시정비법과 달리 토지면적 비율을 동의율 기준으로 규정했다고 해서 구 도시정비법 제16조2 제1항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 해제 동의율 산정에서 국․공유지 면적을 배제할 수 있는 지 여부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이 시도조례로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재량권을 부여한 점, 수원시 정비조례 제7조가 정비구역지정의 입안을 위한 주민제안의 요건으로 ‘해당 지역 토지등소유자의 2/3 이상 및 토지면적의 1/2 이상 소유자의 동의를 요구하되, 국․공유지는 동의자 및 동의면적에서 제외해 정비구역지정 과정에서도 국․공유지를 동의 대상 토지면적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정비구역의 지정 해제에 동의하는 토지면적 비율을 산정할 때 국․공유지를 제외하는 내용으로 규정한 것이 구 도시정비법에 저촉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 해제동의의 철회 가능 여부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동의비율을 충족한 정비구역 지정 해제요청이 있는 경우 수원시는 정비구역지정의 해제 여부를 심사해 결정할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므로, 해제요청은 재량권 행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요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비구역지정의 해제요청에 필요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비율이 충족돼 일단 수원시가 재량권 행사를 개시한 이후에는 해제동의의 철회로써 재량권 행사를 저지할 수 없다고 봐야 하는 점 ▲수원시가 정비구역지정 해제요청에 기속돼 반드시 정비구역지정 해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 만큼 정비구역 지정 해제 시를 기준으로 ‘해제동의를 철회하거나 토지등소유자의 지위를 상실하는 등으로 당초 해제동의가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지 않다고 보이는 자’ 등을 제외한 해제동의자 수 또는 해제동의 토지면적을 다시 산정해 그 동의비율이 조례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재심사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정비구역지정 해제요청이 이뤄진 후에도 그 중 일부 토지등소유자의 개별적 철회가 허용된다거나 토지등소유자 지위를 상실한 자들의 해제동의를 배제해야 한다고 해석한다면, 정비구역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하는 행정청의 입장에선 어느 시점의 토지등소유자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처분을 행할 것인지를 정할 수 없게 돼 정비구역지정 해제 여부가 장기간 불확정한 상태에 놓이거나 처분의 시점에 따라 처분의 적법성이 좌우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행정청이 처분 당시 일일이 소유관계 및 해제동의의 유지 여부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는 점 등을 지적하고 “정비구역지정 해제요청에 관한 토지등소유자 또는 토지면적의 동의 요건을 판단하는 시점은 해제요청서 제출 시로 봐야 하므로, 그 이후 추가적인 해제동의 또는 해제동의의 철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 조합, “늦어진 만큼 신속하게 사업진행하겠다”

법원이 위와 같이 구역해제 취소 판결을 내린 만큼 조합측은 현재 사업재개 준비에 한창이다.

111-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 이지수 조합장은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공문이나 방문 등을 통해 수원시에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입장을 바꾸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었다”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법원의 판단으로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돼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지수 조합장은 “이번 구역해제 논란으로 사업진행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 조합원들 뿐만 아니라 사업진행을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게 됐다. 앞으로 조합원들에게 사업진행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한편, 최대한 많이 소통해 화합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업이 정체되는 동안 수원시 분양시장이 좋아지고, 시가 용적률 상향 등의 내용을 담은 출구전략을 내놓은 점 등 호재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호재를 발판삼아 늦어진 만큼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11-3구역 조합측은 먼저 현 시점에 맞게 사업계획을 변경해 다시 한 번 건축심의를 진행하고, 사업시행계획 인가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으로, 내년 중 사업시행인가 및 조합원 분양신청, 2020년 상반기 관리처분인가 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 번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된 장안111-3구역이 앞으로는 순항을 거듭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