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교체 등 혼란 가중 … 지연될수록 부담금 눈덩이처럼 불어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작은 것을 탐하다 더욱 큰 것을 놓쳐버리는 상황을 빗댄 속담이다. 늘어난 사업비에 대한 조합원 반발로 사업추진이 멈춰버린 수원 명당지역주택조합이 예의 주인공이다.

수원 명당1·2지역주택조합은 지난 7월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추진과정중 늘어난 사업비에 대해 조합원이 반대하며 사업추진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토지매입비 대출에 따른 이자, 즉 금융비용이 매달 15억원 가량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조합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교체하는 등 내홍까지 겹쳐 사업 정상화가 요원하다. 이 같은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 가중된 금융비용 부담으로 인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명당지역주택사업은 수원 권선구 곡반정동 157-2번지 일대 9만4072㎡를 대상으로 한다. 총 건립세대수는 3347세대로 조합원 2600여세대, 일반분양 650여세대로 구성된다. 대개 지역주택사업이 300~500세대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도 한손 안에 드는 대규모다.

보통 사업규모가 클수록 사업진행이 더딜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역주택사업의 경우 토지확보가 사업 성패를 가늠하는 최대 요소인 만큼 대단지일수록 난이도는 더욱 높다. 그런 면에서 명당지역주택사업은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사업을 진행시켜왔다.

2015년 1월 추진위를 설립한 명당지역은 같은 해 11월 코오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시작됐다. 이듬해인 16년 3월 주택홍보관을 설립해 조합원을 모집하며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접어들었다. 조합원 모집 이후 불과 1년 후인 17년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곧바로 지구단위계획 수립절차를 완료하고 작년 7월 마침내 사업계획 승인을 얻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사업비 상승 부분에 대해 조합원들이 반대하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부지확보 과정에서 발생한 매입비용의 상승, 지구단위계획 수립시 건축설계 변경, 사업계획 승인에 따른 조건부 이행사항, 공사계약 변경 등 사업비 상승 내역을 추산해보니 대략 조합원 1인당 4500만원의 부담금이 발생한 것.

혹자는 부지 매입 관련 ‘매도청구 소송을 통해 해결하면 되지 않냐’라며 반문할 수도 있지만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관련 법령에 명문화된 규정이 있다 해도 사유재산의 소유권을 가지고 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1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야하고, 이 기간이 아무리 짧아도 3년에서 대략 5년 정도 소요된다는 것. 그 기간 동안 쌓이는 금융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사업추진이 어렵다.

한편 지난 2월 9일 명당1지역주택조합은 임시총회를 열어 기존 집행부를 교체했다. 추가부담금 발생에 반발한 조합원들이 조합 임원에 책임을 물어 해임한 것. 조합 안팎으로 분란에 휩싸여 사업추진이 어디로 튈지 오리무중이다.

현재 명당지역주택조합이 토지매입을 위해 대출받은 금액은 2500억원으로 한 달 이자만 약15억원에 달한다. 사업계획 승인 이후 6개월이 지체됐으니 속된 말로 피 같은 90억원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사업추진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손실액은 늘어나고 조합원 부담금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집행부가 공사비 절감을 위해 시공사 교체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시공사 교체가 그리 만만한 과정이 아닐뿐더러 후임 시공사가 기존 업체보다 우월한 내역을 제시할지도 의문이다. 그 기간 동안 불어나는 금융비용은 또 어쩌란 말인가.

조합설립 당시의 계획안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원안대로 진행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변수는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손실이 불가피하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조합과 협력업체들이 비리를 저질렀거나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면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업추진 과정 중에서 발생한 부분이라면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해결책은 조합원 전체 의견을 빠르게 취합해 미뤄진 사업절차를 정상괘도에 올리는 것이다. 조합원의 불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명당지역주택 조합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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