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현장소식 전달을 넘어서서 올바른 정책언론으로 자리매김하길”

우리 대한민국은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전체에서 1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해방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한때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소득만 기준으로 본다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한 국민들의 감상을 묻는 한 언론의 여론조사결과 거의 10명 중 1명이 “화가 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성장을 체감하기보다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을 3대 경제정책 기조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오히려 고용과 소득분배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 비판에 대해 경제부총리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반면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용․가계소득 지표 악화는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다가 동반 퇴진한 바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빨리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위의 3대 경제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님에도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셈입니다.

주택정책은 또 어떻습니까.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부동산 관련 대책만 벌써 13번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대책이 쏟아졌다는 것은 발표했던 대책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정책이 실패한다는 것은 현실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에 시장에서 적용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현실과 유리되었으니 정착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재건축․재개발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규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투기’라는 인식하에 정비사업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찍고 온갖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정비사업지역 토지등소유자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자찬을 늘어놓고 있지만, 수도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해 교통, 환경, 주택 등 심각한 문제를 앓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의 도시는 급격한 인구집중으로 무질서하게 팽창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형성된 후유증을 좀처럼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철거민을 양산했던 초기 재개발이나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타올랐던 재건축 열풍이 집값 상승의 한 원인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규제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했던 것 역시 엄연한 사실입니다. 더구나 일부 지역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정비사업지역은 열악하고, 사업성이 낮습니다. 활황기 때의 정비사업과는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책은 활황기 때의 수준으로 정비사업을 진단, 규제 일변도를 고집하니 문제가 풀리질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돼야 집값 불안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서울 인근에 신도시만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출퇴근 등 모든 면에서 불편한 신도시는 잠시 거주하는 베드타운일 뿐 결국에는 서울로의 진입을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비사업지역 주민들은 용적률 규제, 임대주택 의무건립 확대, 초과이익환수제, 아파트 최고층수 제한, 이주비 대출제한 등등 온갖 규제에 시달리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모양”이라 자조하고 있는데, 정부 등 사회 고위층은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며 위장전입을 예사로 하고, 자신들이 지정한 투기지역에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규제 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주민이 내놓은 재개발 물건을 사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국토정책을 책임져야 할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까지 이런 이유로 사퇴하는 판국이니 누가 정부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주거환경신문은 1999년 「재건축신문」으로 창간된 이래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그때도 정비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사람으로서 최초의 정비사업 전문지 탄생을 축하하고, 기대를 가졌었습니다. 비록 정비사업의 장기침체로 주거환경신문 역시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모진 어려움을 딛고 조금씩 전진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낍니다.

다만, 앞으로의 주거환경신문은 정비사업 현장의 소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정책의 공과에 대해 칭찬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정책언론으로 기능해주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정책당국이 주거환경신문을 통해 정비사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대안을 수렴하고, 합당하고 효율적인 정책이 수립되는 초석이 되어주길 독자로서 소망합니다.

이승민 회장 / 한국도시정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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