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도시정비법 개정안 국회 통과 … “검증 의무화로 공사비 증액 적정성 확인”

지난 5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비리 근절을 위해 공사비 검증 의무화, 조합 임원 자격 및 결격사유 강화 등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일정비율(10%) 이상 공사비를 증액하거나 조합원 1/5 이상이 요청하는 경우 한국감정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정비사업지원기구의 검증을 통해 증액의 적정성을 확인토록 의무 규정을 마련했다.

조합 임원의 자격 및 결격사유 또한 강화된다. 통상 조합정관으로 다루었던 이전과 달리 구역내 거주요건 등의 자격요건이 법률상 부여되고, 도시정비법 위반에 대한 임원 제한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강화된다. 시장·군수 등이 선정하도록 하여 실효성이 빈약했던 전문조합관리인 제도는 조합원 요청에 의해 선정되도록 관련 절차가 개선된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분별한 사업비 증액으로 인해 조합원 부담 증가를 방지하는 등 조합 임원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강화돼 비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이밖에도 국토교통부는 개정안 시행과 별개로 올해 상반기 중으로 서울시와 합동점검을 추진하는 한편 조합점검 매뉴얼을 마련해 정비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공사비 증액 논란, 검증 의무화로 차단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큰 화두는 공사비 증액에 따른 검증 의무화 조항이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있어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은 오랫동안 골치를 썩여왔던 대표적인 해결과제이다. 설계변경 등의 사유로 인해 사업계획이 변경되면 바늘 가는데 실 따라가 듯 분담금 증액이 거론되기 마련이다.

특히 정비사업은 사업장마다 상이한 특성과 이를 둘러싼 제도적 환경변화가 극심해 사업계획 변경이 자주 일어난다. 사실상 모든 사업장이 사업계획 변경절차를 치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로 인한 분담금 증가와 증가된 비용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은 정비사업의 대표적인 고질병인 셈.

문제는 그간 불어난 사업비나 공사비에 대해 명확하게 검증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공사비 산정을 위한 상세내역을 건설사가 공개할리 없을뿐더러 거대 건설사에 비하여 조합의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분쟁 상황에서 약자는 필연적으로 조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신속한 사업추진은 정비사업의 최우선 과제로서 시간이 흐를수록 손해를 입는 것은 조합이기 때문이다. 결국 엄청난 손실에도 불구하고 시공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 ‘공사비 검증 의무화’ 도입으로 이런 고질적 병폐가 해소될 수 있을까 우려와 함께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본다.

발표된 개정안을 살펴보자. 먼저 신설된 도시정비법 제29조의2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시행자(시장·군수 등 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는 제외)는 시공사와 계약 체결 후 다음의 사항에 해당하는 때에는 한국감정원과 토지주택공사 등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사비 검증이 필요한 때로는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1/5 이상이 사업시행자에게 검증 의뢰를 요청하는 경우 ▲공사비 증액비율(당초 계약금액 대비 누적 증액 규모의 비율로서 생산자물가상승률은 제외한다)이 사업시행인가 이전 시공사를 선정한 경우는 10% 이상,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한 경우는 5% 이상인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위 두 상황에 따른 공사비 검증이 완료된 이후 공사비 증액 비율(검증 당시 계약금액 대비 누적 증액 규모의 비율로서 생산자물가상승율은 제외)이 3% 이상인 경우이다.

 

∥조합임원 거주요건 강제 “위헌 소지 높다”

조합장과 이사 등 임원에 대한 자격 요건과 결격 사유는 강화됐다. 임원의 자격 요건은 ‘사업시행구역 안에서 3년 이내 1년 이상 거주하거나 5년 이상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한 자’로 규정한다. 특히 조합장은 선임일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일까지 해당 정비구역에 거주하도록 했다. 또한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10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는 조합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거주요건을 강제하는 자격요건 조항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43조 제2항에 의거 상기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당연 퇴임을 명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자격요건 강화 조항이 외부 투기세력을 방지하자는 도입취지는 충분히 수긍할만하나 그 방법에 있어서는 상당한 반발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유) 현의 김래현 변호사는 “개정안에 이미 5년 이상의 소유 요건 또는 3년 이내 1년 이상 거주 요건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어 명백히 적합한 수단을 선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반해서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조합장은 구역내 조합 사무실에 상근하면서 조합 업무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강제적인 거주 요건이 정당성을 인정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조합장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업구역내에서 거주하도록 법으로 강요하는 것은 정도를 지나쳤다”면서 “거주 요건과 같은 것보다 오히려 임직원 보수규정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비리근절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문조합관리인, 현실적 선정방안 도입 예고

지난 2016년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전문조합관리인 제도는 조합임원이 6개월 이상 부재시 이를 대체할 외부 전문가를 집행부로 참여시키고자 마련됐다. 그러나 전문조합관리인 선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과 보수규정과 같은 근무조건 등의 부재로 인해 그간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존재했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거쳐 요청하면 전문조합관리인 선정이 가능토록 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조합 등기사항에 전문조합관리인이 명시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선정이 어려웠던 문제점을 개선하는 시행령을 개정 중”이라며 오는 5월 개정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밝혔다.

전문조합관리인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건축사, 도시계획·건축분야 기술사, 감정평가사, 행정사 등으로서 자격증 취득 후 정비사업에 5년 이상 종사자, 조합임원으로서 5년 이상 종사자,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임직원으로서 정비사업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및 건설업자에 소속돼 관련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다.

전문조합관리인 제도는 정비사업에 오랫동안 종사해왔던 전문인력에게 제2의 활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간 현실적인 선정방안 부재로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번 개정안과 곧 개정될 시행령을 계기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추진위 구성 이전에만 가능했던 주민 요청에 의한 구역해제는 추진위 및 조합이 구성된 이후에도 일정 비율(과반수) 이상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해제할 수 있게 됐다. 정비구역이 해제된 지역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전환될 수 있다.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정비사업을 지양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자칫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정비사업을 뒤흔드는 분쟁요소로 악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공사비 검증 의무화와 전문조합관리인 제도 현실화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조합임원 거주요건 강제 등 위헌 논란도 따르고 있다. 전문조합관리인 같은 제도는 지난 십여년 전부터 제기돼왔던 사항으로 꽤나 더디게 이뤄진 셈이다. 비록 아직은 부족하지만 조합 현황과 업계 현실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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