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찾아와서 재건축 관련 도움을 요청했다. 재건축 등 동네일에 관심을 좀 가져보라고 충고하기에 그 뒤로 같은 동의 재건축운동을 하는 동대표에게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갈등이 있느냐’며 묻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재건축이 진행되는지조차 모를 정도였고,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이 위원장의 재건축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작년 5월 친구로부터 동네일에 관심 좀 가져달라는 말을 들은 뒤 부터였다. 같은 동의 1대1 재건축을 희망하는 주민에게 뭔가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가 배포하려는 유인물을 다듬고 고치는 작업을 해준 것이 재건축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재건축에 관심을 가지기로 생각을 고쳐먹은 이 위원장은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를 궁금해 했다. 과거 마케팅과 홍보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이 위원장은 유인물의 윤문작업을 진행하며 재건축 추진방향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를 이해하게 됐다.

그렇게 친구의 도움요청을 계기로 재건축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던 작년 12월 추진위원장 선출이 무산됐다. 위원장 후보로 적합한 인사를 찾아가며 출마를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거절 의사를 밝혀 난관에 처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27명에 달하는 인사들에게 삼고초려를 넘어 칠고초려를 하며 위원장 후보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지만 모두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섰다”면서 “결국 후보자 마감 며칠 전까지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본인이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예전부터 건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는 이 위원장은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인테리어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사진을 찍어 두거나 눈여겨 보아왔다고 한다. 그런 이 위원장에게 천편일률적으로 구성된 기존의 아파트단지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단지에 과연 문화라는 것이 있을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이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의식주(衣食住) 세 가지 기본 요소 중 잘 발달된 의(衣)와 식(食)문화와 달리 주거문화는 아직은 미성숙한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아파트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으로 쾌적하고 삶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주거형태를 추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파트를 재테크의 수단,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말했다.

이 위원장은 주민의 열망이 조합을 빨리 구성하는 것이므로 빠른 시일 내에 조합설립을 완료할 방침이다. 관건은 사업추진 방향을 두고 양측으로 나뉜 민심을 하나로 규합시키는 것이다. 출마를 결심할 당시 어느 정도 희생을 각오하고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이 불신의 시각을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부분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앞으로의 추진 활동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다짐을 밝히기도.

이 위원장은 “여러 가지 사업계획에 대해 주민설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각 계획안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주민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지속적으로 추진위와 주민, 주민과 주민간 다양한 의견이 오고가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신뢰회복과 함께 주민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모색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서 “사업추진에 있어 원칙은 주민들이 결정한 사항을 따르는 것이지만 사업성 확보와 함께 좀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추진위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