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및 주민공동시설 설치 어렵고, 사업성 부족은 여전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을 억누르고 있는 가운데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입지 조건이 양호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점차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흡한 제도적 기반과 부족한 사업성으로 인해 지지부진했던 과거와 달리 법안 개정과 용적률 특례 규정 등의 지원책이 더해짐에 따라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독식했던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중소 건설사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그들에게는 수주물량 확보와 서울 진입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함께 노릴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건설회관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홍보 및 LH참여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사전설명회’가 열렸다. 주최측은 “저층 노후주거지 정비의 핵심인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사전설명회를 통한 건설사의 적극적인 사업참여 유도와 조합의 사업 리스크 저감 등 정책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100여명이 넘는 건설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단기간·대규모 정비사업 대신 소규모· 점진적 도시정비 유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도로 등)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기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전면철거에 따른 대규모 개발로 저가주택 부족 및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공공에서 기반시설 정비 후 주민들 스스로 소규모로 주택을 정비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모델로 마련한 것이 가로주택 등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이다.

정부는 2012년 8월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도입했지만 근거조항만 명시하고 관련 하위규정이 없어 실질적 사업추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2월 도시정비법에서 가로주택 부분을 따로 끄집어내 새롭게 제정한 법률이 바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다. 제정 후 1년 후인 지난 2018년 2월 시행령이 마련됨에 따라 실제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역사는 1년 남짓한 셈이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의 사업유형은 크게 빈집정비사업과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으로 구분되며, 다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재건축사업 등으로 나뉜다. 대표주자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이 혼재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대지규모는 1만㎡ 미만이며, 세대수는 단독주택 10호 이상, 다세대주택 20세대 이상, 단독+다세대 합산 20호 이상을 필요로 한다.

사업시행자는 토지등소유자(주민합의체) 또는 이들이 설립한 조합이 맡는다. 사업시행자는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이 LH공사 등과 공동시행이 가능하며, 가로주택과 소규모 재건축은 공공시행자 방식과 지정개발자 방식이 가능하다.

가로구역은 도로로 둘러싸인 일단의 지역을 말하는데, 1만㎡ 미만으로 통과형 도시계획도로가 없어야 한다. 폐도 결정되거나 4m 이하 도로는 제외한다. 주민 동의율은 토지등소유자의 80% 이상, 토지면적의 2/3 이상 충족돼야하며, 20명 미만일 경우 전원동의를 필요로 하는 주민합의체 형태로 사업시행이 이뤄진다. 주택 노후도는 지자체 조례로 규정한 노후불량주택이 2/3 이상이어야 한다. 이밖에 사업기간은 정비기본계획 수립,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사업절차가 생략돼 3~4년 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연면적 20% 공공임대 공급

조합과 LH가 공동시행자가 되는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도시재생뉴딜 거점사업으로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의 방침을 잘 나타내고 있다.

LH참여형은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공동시행자로 참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이 단독 시행할 경우 의사결정, 협력업체 선정, 사업비 조달 및 관리, 분양시행 및 미분양 리스크 부담 등을 떠안게 된다. 반면 LH와 공동 시행할 경우 조합은 현물출자와 사업주체로서 최종 의사결정 부분을 담당하고, 나머지 사업범위는 LH가 담당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임에 따라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LH참여형은 전체 연면적의 20%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다만 연면적 20% 이상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인센티브로서 법정상한 용적률 적용이 가능하다.

LH공사에서 소규모정비사업부를 맡고 있는 정우신 부장은 “현재 전국에 있는 65개 가로주택사업 중 12개 현장이 LH참여형으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며 “올해 안으로 4~5개 정도 현장에 대해 시공사 입찰 공고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반시설 확보 어렵고, 제도적 미비점 노출

정부가 관련 법령 개선을 통해 소규모 정비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장밋빛 미래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소규모 정비사업 시행에 따른 기반시설 설치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점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비사업이 대규모로 진행된 까닭에는 기반시설을 확충함에 있어 적정규모 확보에 수월하고, 타 지역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보다 체계적인 도시계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1만㎡ 미만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부지확보 문제는 자칫 정비사업의 존폐를 가늠하는 중대사로 다가온다.

지난 13일 가로주택정비사업 설명회에서 LH측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심의 과정에서 기존 8m도로를 15m로 확장하고 확장된 도로의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경우와 함께 주차장 설치기준을 세대당 1.3대 이상 확보하라는 등의 심의위원회의 조건이 있었다고.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법정상한용적률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체 연면적의 2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한다. 행복주택으로 활용되는 임대주택의 경우 전용면적이 작다보니 임대주택 세대수가 전체 세대수의 4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 같은 사업계획에 토지등소유자가 찬성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에 LH측은 임대주택 건립 기준을 연면적이 아닌 세대수로 정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현행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를 합친 통합심의 체제로 진행 중이다. 그런데 두 위원회의 심의 기준이 크게 다르고 심의절차도 13단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각 단계를 통과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난관이 있다는 것.

 

LH측 관계자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절차적 문제점 등에 대해 국토부에 절차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국토부에서도 긍정적으로 접근 중”이라며 “조만간 다시 한번 개정절차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지금보다도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