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10월 도입 소식에 시름 깊어지는 정비업계

우려가 현실로 다가와 정비사업 현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정부의 그림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12일 “민간택지 내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요건과 적용대상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오는 10월초까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준비를 완료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투자수요가 집중된 강남권 재건축 중심으로 나타났고, 최근에는 인근 지역의 신축 아파트와 다른 자치구의 주요단지도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이에 분양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시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고, 주택시장의 안정을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지정 기준을 개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국토부 발표에 어떤 내용 담겼나?

이주단계에 접어든 재건축․재개발 8개 구역 대표자들은 지난 7월 17일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를 방문해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예전대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이주단계 사업장만이라도 반드시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만약 ‘입주자 모집공고 단지’로 적용기준을 바꾼다면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적어도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각 조합의 의견을 전달받은 주택정책과 담당자는 “아직 분양가상한제 세부내용이 결정된 바가 없으나 현장의 상황과 우려의 목소리는 충분히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장의 상황과 우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한 국토교통부의 발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분양가상한제 지정효력 적용시점을 변경하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기 때문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지정 시 지정효력은 일반주택사업의 경우 지정 공고일 이후 ‘최초로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되고 있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의 경우 예외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에 따른 효력의 적용 시점을 일반주택사업과 동일한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부터로 일원화한다.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요건도 변경된다.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 지정요건 중 필수요건을 기존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개정할 예정인 것. 또 선택요건 중 하나인 분양가격상승률의 경우 해당 시·군·구의 분양실적이 없는 경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상 청약이 가능한 지역인 주택건설지역(특·광역시)의 분양가격상승률을 사용하도록 변경한다.

이외에도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제한기간을 기존 3~4년에서 인근 주택의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5~10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해 수도권 공공분양주택에 적용되고 있는 거주의무기간(최대 5년)을 올해 중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공동주택 분양가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택지비 산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상 분양보증을 받지 않고 아파트 후분양이 가능한 건축공정 기준도 지상층 골조공사 완료(공정률 약 80% 수준)로 개정할 예정이다.

 

∥ 정비사업장 불만 목소리 커져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기본형 건축비 등을 바탕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제도로, 집값이 급등할 때 시행했다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다 싶으면 폐지 수순을 밟는 등 최초 도입된 1977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도입과 폐지를 반복해 온 제도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꼽히는데,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궁금증, 알려드립니다!’라는 제하의 설명자료를 통해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이 완화되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돼도 충분히 좋은 품질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고,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소비자의 권리를 높이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설명과 달리 정비사업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사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완전폐지’ 목소리가 컸다. 분양가상한제는 결국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져 정비사업 진행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발표를 살펴보면 정비사업 현장을 정조준한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에 따른 효력의 적용 시점을 ‘최초로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바꿀 예정인 만큼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현장도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 직격탄이 됐다. 많은 정비사업 현장이 대책 마련을 위한 시름에 빠지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이와 같은 볼멘소리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을 ‘1982년 완공돼 노후화로 2003년 6월 23일에 재건축 판정을 받고, 2017년 관리처분인가 후 모든 세대가 이주해 철거를 앞두고 있는 단지의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국민은 ‘분양가상한제 추진 중지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을 통해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을 위해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들어가고, 더욱이 그 시행기준 시점을 관리처분인가가 아닌 모집자공고 기준으로 하려는 상식 이하의 처신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시하고자 탄원 드린다”며 “종전 법률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의거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 법개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소급적용해 사업추진을 실질적으로 막는 것은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위법적이고 부당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을 ‘40대 맞벌이로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시민이자 근로자’라고 밝힌 또 다른 국민은 청원을 통해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기존에 의사결정을 했던 기준들을 모조리 뒤엎어 소급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물리적‧제도적 규제 없이 매매를 자유롭게 하면 시장에서 재화는 적정 가치를 찾아간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집단행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조합은 위헌심판 및 행정소송 등은 물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항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8월 14일부터 9월 23일까지 40일간의 입법예고 및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ㆍ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구체적인 상한제 지정 지역 및 시기에 대한 결정은 시행령 개정 이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비사업 현장의 현실과 우려와는 달리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 정비사업 현장의 시름은 커져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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