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현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1. 문제의 소재

모 단독주택재건축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재적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총회 결의를 득하고 구청에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해서 구청은 사업시행인가 처분을 발령하면서 조건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전 까지 사전협의체 구성 완료 및 운영계획서 제출’을 부가하였다.

해당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후 위 조건을 이행하였는데, 이에 대해서 구역 내 소유자 중 일부가 위 조건은 해제 조건으로 봐야 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전 사전협의체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해제조건의 성취로 위 인가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였고,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인가 처분은 무효라는 취지의 행정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서 쌍방 간 주장에 대해서 살펴 보고 법원의 판단을 알아보기로 한다.

 

2. 원고들의 주장

구청은 해당 조합에게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를 하면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전까지 사전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이 사건 부관을 부가하였는데, 이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협의 없는 강제 퇴거 및 철거 등을 방지함으로써 합법적이고도 원활한 정비사업을 수행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에 ‘해제 조건’으로 부가된 것이다.

그런데 해당 조합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신청 전까지 사전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운영계획을 수립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는 위 해제 조건의 성취로 그 효력이 소멸하였고 따라서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는 무효이다.

 

3. 법원의 판단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보건대, 행정행위에 부가된 부관이 조건인지 부담인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례원칙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덜 불이이한 부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 바, 앞서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관에 비록 ‘조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인가조건을 준수하지 아니할 경우 사업시행인가가 당연히 실효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부관의 불이행을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에 대한 해제조건으로 정한 것이라고 선뜻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부관에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강제철거 예방대책으로 관리처분인가 신청 제출 전 사전협의체 구성 완료하고 운영계획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어 이 사건 부관이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의 효력에 대한 당연 실효를 전제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고, 나아가 이 사건 부관은 관련 법령 내지 조례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서울특별시의 행정지침 내지 방침에 기초한 것에 불과한 바, 행정지침 내지 방침에 기초한 이 사건 부관은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의 효력에 영향을 주는 해제조건이 아니라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와 별개의 행정행위로서 실질을 가지는 ‘부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부관이 해제조건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부관이 이행되지 않아 해제 조건이 성취되었으므로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가 무효라는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검토

참고로 서울특별시 도시및주거환경정비조례는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 이후인 2017. 3. 23. 서울특별시 조례 제6452호로 개정되면서, 비로서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제42조의 5가 신설되었고, 신설된 제42조의 5도 제1항에서 ‘구청장은 법 제47조에 따른 현금청산 대상자 또는 법 제30조 제4호에 따른 세입자와 사업시행자 간의 이주대책, 현금 청산 및 손실보상 협의 등으로 인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협의체를 구성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을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인 점, 참고하기 바란다.

위 판결에서는 원고들이 예비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 처분의 취소를 구하기도 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도 해당 재판부는 ‘재건축정비사업의 사업시행계획에 당연 무효인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재건축 조합이 그 사업시행계획을 새로이 수립하여 관할관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후 다시 분양신청을 받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는 것이어서, 분양신청 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신청을 철회함으로 인해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할 토지등소유자도 그때 분양신청을 함으로써 건축물 등을 분양받을 수 있으므로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기본 행위인 관리처분계획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에 당연 무효인 하자가 있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각하 판결을 하였다.

문의 02-2673-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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