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단계 조합 벗어나기 힘들어 … 둔촌 개포 등 철거완료 단지 일반분양 ‘박차’

시행 시기와 대상을 놓고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견이 많아 적용이 늦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까지 나왔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이달 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이 집중됐던 관리처분인가 조합에 대한 유예 조치가 시행 후 6개월로 결정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정부는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10월말까지 시행령 개정을 차질 없이 마무리 하고 분양가상한제의 실제 적용시기 및 지역에 대해서는 시행령 개정 완료 이후 시장상황을 감안하여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한제 적용 여부를 두고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유예조치 부분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6개월 이내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는 경우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이주와 철거 절차가 1년 이상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6개월 유예조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그간 주거환경연합 등을 통해 분양가상한제의 폐해를 주장하며 상한제 적용 배제를 주장해왔던 정비사업 조합은 아쉬움이 큰 모습이다. 각 조합들은 이주와 철거 등 공사 진행상황에 따라 유예 기간 내 일반분양을 진행하는 곳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관리처분인가를 득한 대부분의 조합은 상한제 적용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관리처분 후 6개월 내 입주자 공고, 가능할까?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지정 검토방식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31개 투기과열지구 전 지역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정량 지정요건(개정기준)을 모두 충족된 상태로 알려진다.

향후 상한제 적용시 지정 방안은 최근 1년간 분양가격 상승률이 높거나 8.2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 중 일반분양 예정물량이 많거나 분양가 관리 회피를 위한 후분양 단지가 확인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지정하는 경우 공급 위축 등 부작용 우려는 해소하면서 시장안정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동별로 핀셋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시 모든 사업에 대해 입주자모집공고 신청 분부터 적용토록 하고 있다. 다만, 재건축․재개발사업 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 중 일부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시행령 시행 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거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고,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한 경우 상한제 적용을 제외 받는다.

즉, 이달 말 시행령이 시행될 것으로 예고됨에 따라 6개월 후인 내년 4월말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 즉 일반분양을 신청하면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관리처분인가 인후 6개월 안에 입주자모집공고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입주자공고가 이뤄지기 위해선 이주와 철거를 모두 완료하고 사업부지의 정지작업을 거쳐 착공계를 접수해야만 가능하다. 이주와 철거 절차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각각 6개월 이상 걸리는 절차이다. 이 기간도 민원이나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의 한 조합장은 이번 분양가상한제 조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철거 절차만 6개월 이상 걸리는 상황에서 입주자모집공고 절차는 언감생심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는 정부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비통한 심정을 나타냈다.

작년 10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잠실 진주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이주 절차가 최근 완료됐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착잡하다”며 운을 띈 잠실 진주 반성용 조합장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철거를 다 마치고 정지작업까지 한 뒤 착공계를 접수해야 가능하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미션임을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를 믿고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관리처분계획 무효소송으로 발목이 잡힌 반포1단지(1,2,4주구) 또한 상한제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이주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한제 적용은 불가피하다”며 “6개월 유예조치라는 것은 말장난과 다름없다”며 정부 정책을 비꼬았다. 이어 “어느 정도 조합의 입장을 생각했다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조합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현실적으로 이번 분양가상한제 유예조치는 이주를 완료하고 철거 절차가 마무리단계에 놓여 있는 현장에게만 유효하다. 정부는 서울 재건축단지 61곳 중 절반 정도가 상한제 제외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론 둔촌과 개포 등 몇몇 단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장이 상한제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분수령, HUG 분양보증

전체 1만2032세대, 일반분양만 4841세대에 달하는 물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둔촌주공은 내년 2월 일반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철거 절차가 90% 가량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며, 시간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현재 둔촌주공 조합 계획에 따르면 다음 달 관리처분 변경 및 착공 신고, 12월 조합원 동․호수 추첨, 내년 1월 본공사 착공, 내년 2월 일반분양 등을 예정하고 있다.

위 일정의 분수령은 다음 달로 예정된 관리처분 변경을 위한 총회이다. 당초 조합은 일반분양을 평당 3500만원대로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HUG 분양기준에 맞출 경우 3000만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분양 수익의 감소는 조합원 부담금 증가로 이어진다. 이 같은 부담 증가를 조합원이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의미.

작년 4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개포1단지는 유예조치 통과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지난 7월 이주를 완료하고 현재 철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얼마 전 둔촌주공이 철거 과정에서 석면 검출 여부로 곤욕을 치른 것을 고려할 때 개포1단지는 석면 처리 여부가 철거 기간 단축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포1단지는 이달 중순경 사업계획 변경을 위한 총회를 거친 뒤 내년 3월 착공 신고, 4월 입주자모집공고 등을 목표로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그러진 주택정책, 선분양 권하는 정부

선분양과 후분양은 주택정책에 있어서 오랜 논란의 대명사였다. 오랫동안 정부는 안정적 주택시장 형성을 위해 후분양을 권고해왔고, 민간에서는 재원조달의 어려움 등 현실적인 이유로 선분양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최근 분양가상한제 논란을 들여다보면 민간에서는 후분양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반해 정부가 오히려 선분양을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라 역설적인 상황이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강행하는 이유는 집값 상승의 시발점으로 재건축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단지의 후분양을 통한 분양가 상승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 취지는 이해할 만 하나 대세로 떠오른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상한제로 인해 주택공급이 중단되고 주택가격 상승의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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