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추진위, 선거관리업무 중단하라” … 은마 “제규정 따른 적법한 업무추진”

은마아파트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추진위원 선임을 위한 선거관리위원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강남구청이 추진위의 적법한 업무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이정돈)는 대치2동 문화센터에서 추진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회의장소 폐쇄와 몇몇 주민들의 회의 진행 방해로 인해 회의를 개최하지 못했다.

당일 추진위의 선관위 구성에 반대하는 몇몇 주민들이 회의장을 봉쇄하고 회의 진행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회의시작 1시간 전에 갑작스러운 강남구청의 지시로 대관 취소와 함께 회의장 폐쇄가 이뤄진 것.

이에 추진위에서는 회의장 복도에서라도 회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몇몇 주민들이 참석자 명부를 탈취하는 등 회의진행을 방해해 회의를 개최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 관계자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추진위는 현재 내년 2월 중순경 임기가 만료되는 추진위원 선임을 위한 선거관리위원 선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선거관리규정에 의하면 임기만료 60일 전에 관련 절차를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추진위에서는 규정에 따른 절차대로 지난달 22일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위한 공고를 진행했으며 29일까지 후보등록을 마감해 36명의 지원자를 받았다.

이후 선관위원 선출을 위해 10일 추진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날인 9일 강남구청에서 난데없이 추진위의 선관위원 선임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강남구가 은마아파트 추진위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임기가 만료되는 추진위원 선임을 위한 선거관리위원 선임을 구청장이 해줄 것을 요청하는 선거관리위원 선임 요청서(558명)가 구청에 제출됐다”면서 “은마아파트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우리 구에서 선거관리위원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추진위에 신청된 선관위원 후보명단 및 관련 자료를 구에 제출하라”라고 했던 것.

이에 추진위는 구청을 방문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인 선거관리위원 선임 절차를 중단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구청은 곧바로 공문을 재발송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은마아파트 선거인의 1/10 이상의 요청이 있어 선관위원 선임을 구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추진위는 도시정비법 제113조(감독)에 따라 선관위원 선임을 즉시 정지하라”는 것. 또한 “추진위원회를 개최해 선거관리위원을 선임할 경우 도시정비법 제137조(벌칙)에 의거 추진위가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추진위는 구청이 벌칙 조항 등을 거론하며 적법하고 정상적인 업무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선거인 1/10 이상이 요청할 경우 강남구청이 선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위원장 유고시 또는 불가피하게 추진위가 관련 업무를 진행할 수 없는 비상상황을 대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법률 자문을 통해 “선거관리규정 제7조에 ‘선관위원 후보자가 정수 이상 등록된 경우로서 추진위 또는 선거인의 1/10이상의 요청이 있는 경우 선관위원 선임을 구청장에게 의뢰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선거인 1/10이상이 직접 구청장에게 선관위원 선임을 의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추진위원장 등에게 선관위원 선임을 구청장에게 의뢰하여 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 뿐”이라는 해석을 받았다.

아울러 “선거인 명부 위조 등으로 선거인의 1/10이상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인의 1/10이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직접 구청장에게 선관위원 선임을 의뢰하여 구청장이 선거관위원을 선임하게 되면 그 선관위는 위법하게 된다”는 해석을 받아 구청의 요구에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추진위가 정상적으로, 적법하게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소유자의 요청이 있다면 이는 추진위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타당한데 구청이 자의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행정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추진위는 ‘선거인의 1/10 이상’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당초 구청에 제출된 요청서는 700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 중 신원이 불분명한 인원이 절반에 해당해 공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급히 비정상적인 보완 절차를 거쳐 550여명을 채웠다는 것. 이에 지난 9일 방문 당시 요청서에 날인한 소유자의 신원확인을 요청했지만 구청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추진위 측은 “재건축사업에서 동의서 위조 문제는 빈번하게 일어나기에 그 진위여부 확인은 필수적인 사항인데, 이를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추진위에서는 “선거관리규정 제7조의 해석에 대해 법률전문가의 해석과 강남구청의 해석이 상충되기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일단 10일 추진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선관위 구성방법을 결정하려 했으나 몇몇 주민들의 방해와 강남구청의 회의장 봉쇄로 추진위원회의 자체가 무산되어 매우 안타깝다”며 “추후 추진위원회의 일정을 다시 잡아 재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련의 과정에 있어 강남구청의 행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민간영역인 재건축 사업에서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절차를 관할 관청이 무리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각에서는 특별한 사유 없이 정비계획 심의를 미루면서 행정 갑질을 부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재건축 진행을 막기 위해 일부 소유자 의견을 빌미로 추진위를 아예 교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 공식기구인 추진위원회를 지원해야할 관할 관청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편파적인 행정으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분위기와 맞물려 최대한 정비사업 진행을 막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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