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현 변호사 / 법무법인(유) 현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 조합은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입찰 지침서 상 ‘입찰 자격으로 입찰자가 입찰보증금 30억 원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하거나, 10억 원을 현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 20억 원에 관하여는 입찰 보증금 지불 각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갑 시공사는 이 사건 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면서 10억 원만 현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 20억 원에 관하여는 입찰 보증금 지불 각서를 제출하였는데 실제 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되었다.

이 사건 조합은 갑 시공사에게 선정 직후 나머지 20억 원을 현금으로 조합에 납입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갑 시공사는 이러저러 사유를 들면서 위 20억 원에 대한 납입을 하지 않았고, 이에 조합은 시공사 선정 취소 결의를 하였는데 그 직후 갑 시공사는 조합을 상대로 조합의 일방적인 시공사 선정 취소로 인하여 갑 시공사와 이 사건 조합 간 공사도급계약 체결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대여금으로 전환된 위 10억 원에 대한 기한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조합을 상대로 10억 원 상당의 대여 원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이 사건 규정 제3조 제5호에 의하면 피고 조합은 입찰 자격으로 입찰자가 입찰보증금 30억 원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하거나, 10억 원을 현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 20억 원에 관하여는 입찰 보증금 지불 각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자격 요건의 규정과 이 사건 규정에서 입찰보증금을 공사도급계약 체결 시 피고 조합에 대한 무이자 대여금으로 전환될 것을 예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 조합은 조기에 3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규정 제9조 제1항은 낙찰자로 선정된 자가 입찰보증금 지불각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낙찰일로부터 5일 이내에 현금으로 조합 예금 계좌에 나머지 20억 원을 지급할 것을 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규정 제28조 제2항은 입찰 참가 시 이행각서로 제출한 20억 원을 포함한 입찰 보증금 30억 원을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피고 조합에 무이자 사업비 대여금으로 전환한다는 취지에 불과할 뿐, 이를 입찰보증금 중 이행각서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피고 조합에 현금으로 납부하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원고가 제출한 입찰보증금 지불각서에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사도급약정서 체결일로부터 5일 이내에 20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재가 있으나, ① 위와 같은 각서의 기재는 피고 조합이 제공한 양식이 아니라 원고가 작성한 내용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규정 등이 포함된 피고 조합의 입찰지침서의 내용을 숙지하고 이에 따를 것을 확약한 점, ③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30억 원의 입찰보증금은 적어도 낙찰자 선정일로부터 5일 이내에는 납부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 조합이 원고가 제출한 위 입찰보증금 지불 각서를 유효한 것으로 정하여 낙찰자로 선정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조합과 원고 사이에 20억 원의 입찰보증금 지급 시기를 공사도급계약 체결일로부터 5일 이내로 할 것으로 합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원고는 피고 조합이 시행한 입찰에 적용되는 이 사건 규정 제9조 제1항 및 제19조 제1항을 위반하였으므로,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규정에 의거 원고를 낙찰자로 선정한 결정을 취소할 수 있고,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규정을 위반하여 낙찰자 선정에서 취소된 이상, 피고 조합은 이 사건 규정에 의거 원고가 납입한 입찰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다.

 

3. 검토

시공사 선정 이후 시공사가 공사도급계약에서 유리한 조건을 취하고자 계약 협의를 미루면서 조합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입찰보증금 현금 납부를 미루거나 하는 경우가 실무적으로 종종 있는데 위 판결에 의하면 이와 같은 시공사의 그릇된 관행은 조합의 의지에 따라서는 시공사 선정 취소를 넘어서서 최초 납입한 최소 수 억원 내지 수십억 원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 몰취 사유로도 작용할 수 있는 바, 시공사와 조합 공히 위 판결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문의 02-2673-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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