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표현으로 규제 정책 지속 의지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거론하며 올해 부동산 규제 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동안 1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대출규제, 보유세 강화,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도입해 시장을 압박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고강도의 규제가 나올 때만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급등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참여정부 이후 직접 거론되지 않았던 ‘투기와의 전쟁’이 다시금 언급한 것은 그만큼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고 4월 총선에서 쟁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020년에 추가되는 부동산 규제들도 산적해있다.

먼저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금지되며, 시가 9억원까지는 LTV 40%, 초과분은 LTV 20%만 적용 되는 부분이 정비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리처분인가 사업장들은 예외 대상이 됐지만 아직 관리처분을 받지 못한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금지로 인해 이주비 대출 등을 받지 못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 종료에 따라 4월 29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한 정비사업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에서는 분양가 규제를 받는다.

둔촌주공 등 일부 단지는 유예기간 안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 구역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현실적 문제로 다가왔다.

이밖에도 보유세 강화가 눈에 띈다.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을 대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상향조정 된다. 정부는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로 현실화율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올해부터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0.1~0.8%p 인상되기에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전세대출을 받은 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하면 전세대출을 회수하고 투기과열지구 3억원 이상 주택 취득 시는 물론, 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을 취득할 때에도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내용도 있다.

문제는 12.16대책 등의 강력한 규제로 억눌러놓은 부동산 가격이 다시금 불안 양상을 보일 경우 정부가 추가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번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안정되는 것 같다”면서도 “일부 지역에선 서민들이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상승이 있었는데 급격한 가격상승은 원상회복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지난 부동산 대책으로 모든 대책이 갖춰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회적인 투기수단을 찾아내는 게 자본의 생리이기 때문에 지금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도입될 수 있는 규제로는 보유세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과 전매 제한 기간과 실거주 의무기간 상향 등을 비롯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현재 일정지역 등에 한해 토지거래만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서 나아가 주택 계약시 허가를 받도록 하는 주택거래허가제의 도입을 우려하고 있다.

정비사업과 관련해서는 초기 재건축 진입을 막기 위해 재건축 연한을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방안과 초과이익환수제를 재건축에서 재개발까지 확대하고 환수기준을 높이는 것도 검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공급확대보다 수요억제에 맞춰져 왔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은데 투기수요와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야기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규제를 통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의 주거를 바라는 실수요자들의 요구를 투기세력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진단과 그에 따른 규제일변도의 처방이 시장을 지속적으로 왜곡시키고 있어 당분간 규제와 시장불안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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