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다 … 400호 특집 좌담회 및 의견수렴 가져

올바르고 투명한 정비사업을 위해 출발한 주거환경신문이 어느새 창간 400호를 맞이했다. 그 동안 미디어 생태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새로운 채널의 등장으로 전통 언론기관의 입지는 크게 좁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열악한 업계 현실을 감안하면 주거환경신문이 써내려온 400호의 기록은 면면부절 이어져 내려온 끈질긴 생명력을 보는 듯하다.

재건축, 재개발이란 도시정비사업의 형태가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20여 성상이 흐르고 있다. 정비사업은 제대로 법령이 갖춰지지도 않은 시기부터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정과 2006년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 다양한 법령과, 조례 그리고 각종 규제의 바다를 헤쳐 왔다. 그러는 동안 글로벌 경기침체나 정권 교체 등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지만 여전히 성공적 사업추진이란 희망을 품고 내일을 향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투기수요를 차단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수요만 잡는다고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갈 길이 막혔다고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거환경신문이 창간 400호를 기념해 정부의 부동산․주택 정책에 대해 업계 전문가와 일선 조합장을 대상으로 좌담회 및 의견수렴을 가졌다. 좌담회 등에 참여한 전문가와 일선 조합장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타냈으며, 모든 참여자가 현 주택정책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주택공급 확대 없이 수요만을 차단하면 목표인 시장안정은 이루기 어렵다는 것.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면서 “공급이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만 펼치니 역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신호만 시장에 던진 셈이 됐다”고 했다. 이어 “그것이 19번이나 내놓은 주거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을 막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하나감정평가법인 허용회 회장은 “주택시장이 장기적․지속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왕성한 도심 안에서의 공급에 대한 대책이 병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단기적․지역적으로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다시 주택시장이 불안해 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유) 현 김래현 변호사는 “대출 규제 역시 부동산 가격에 따른 일괄 제한 조치 등을 펼침에 따라 실제 실수요자도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현금 여력이 풍부한 일부 부유층들에 의해 ‘줍줍’ 현상으로 드러나는 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북아현3재정비촉진지구 김흥열 조합장은 “현재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점이 대출규제를 통한 투기수요의 차단”이라고 지적했다. 김 조합장은 “현 정부는 투기에 대한 제재를 통해 주택가격의 현실화를 목표로 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투기수요만이 문제가 아니며, 세계적인 금리의 흐름, 국내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 복합적인 문제이므로 다양한 대책이 수반되어야만 정책당국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이흥수 조합장은 “국토교통부는 투기수요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했지만 이는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며, 정작 실제로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비사업은 가용 택지가 고갈된 서울 등 대도시 여건을 고려할 때 주택시장에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다. 이에 더해 정비사업으로 인해 개선되는 주거환경과 도로․공원 등의 기반시설 확충, 도시기능 회복 등의 순기능은 다른 어떤 사업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정비사업의 순기능은 외면하고 집값 상승의 주범 또는 비리의 온상 등으로 치부하며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기에 바쁘다. 게다가 분양가 상한제와 초과이익 환수제 등을 통해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확대는 최대한 막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약 20년 동안 단 한발자국도 떼지 못한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 등이 좋은 예다. 최근에는 한강변 50층 아파트 계획이 세워진 성수전략정비구역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성수2지구가 조합설립을 완료함에 따라 드디어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4개 지구 완전체를 구성했지만 서울시가 한강변 관리기본계획 등을 빌미로 사업을 지연시키는 양상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당국은 소규모 정비사업과 리모델링, 지역주택조합 등에 대해서는 각종 완화정책을 펼치며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세 가지 사업방식에 대해서는 실제 주택시장에서의 효용성에 대해 반론이 상당하다.

일단 리모델링의 경우 구조안전 및 설계측면에서 공급효과가 미미하며 실제 사업추진이 이뤄진 곳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일정 부분 공급효과가 있지만 ‘나홀로 아파트’ 양산으로 인해 기형적 도시구조를 초래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진행되기 어려우며, 시행사 중심의 주먹구구식 사업운영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사례가 상당하다.

따라서 정부가 도시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밀고 있는 리모델링, 소규모 정비사업, 지역주택조합 등은 주거환경 개선, 주택공급 기능, 도시재생 및 지역발전 등의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정비사업의 틈새시장에 불과할 뿐 정비사업을 대체할 대안으로는 맞지 않다.

한편 정비사업 전반에서 공공의 역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민간영역이 본질인 정비사업에서 공공이 본연의 기능을 넘어 무리하게 확장됨에 따라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시기에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거환경신문은 그간 지켜온 정론지로서 또한 정비사업 분야를 선도할 전문지로서 제 역할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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